정부는 인천공항을 출발해 미국과 러시아로 향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소속의 모든 국제선 여객기와 화물기에 대해 북한 영공 을 우회해 통과할 것을 지시했다. 또 미국과 러시아에서 인천으로 들어오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편도 북한 영공을 통과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이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 정부가 지난 24일부터 남북교역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대북 교역 중심지인 인천항을 통한 교역의 중단과 동시에 국적기들의 안전을 고려해 이루어진 조치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여객기와 화물선이 북한 영공을 우회 운항하면서 국적항공사들의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북한 대포동 미사일 발사 당시 등 북한의 상황이 국적기 운항 안전에 위험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국내 항공사들에게 북한 영공을 돌아 운항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국적기가 북한 영공을 우회해 통과하는 것은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로 53일 동안 북한 영공 우회 통과가 이뤄진 이후 처음이다.
현재 북한 영공을 오가는 국적항공기는 주로 미주와 러시아 모스크바·블라딕보스톡 노선을 중심으로 하루 평균 19편정도 운항하고 있으며, 연간 60억원의 통행료를 북측에 지불하고 있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항공기 뿐 만 아니라, 미국, 러시아 등지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국적기들도 북한 영공을 우회해 일본 영공을 거쳐 이동하게 된다. 이번 조치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소속 40편이 북한이 관제권을 갖는 구역을 우회해 비행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항공 우회로 미주 노선은 30분, 러시아 노선은 50분에서 1시간 가량 비행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외국항공사는 북한 항공을 통과하고 있어 북한 항공을 우회하는 국적항공사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적항공사만 북한영공을 우회 통과할 경우 연간 수백억 원의 유류비가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항, 인천-남포 직항로 마비
정부의 남북교역 전면중단 방침은 국적기 뿐만 아니라 인천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포항을 출항해 지난 26일 인천항에 입항할 예정이었던 북한 선적 동남1호 운항이 전면 취소됐다. 이에 교역중단이 계속될 경우 운항포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995년부터 인천과 남포를 운항해온 파나마 선적 트레이드포춘호에 대해서는 아직 운항중단 지시가 내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남북교역물자가 없어지면 트레이드포춘호도 인천-남포항 운항이 중단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부터 부산항과 북한 나진항을 오가던 북한 국적 정기화물선 ‘단결봉호’의 운항도 3년만에 중단된다. 단결봉호의 대리점인 국보해운은 남북교역중단 조치 이후 통일부로부터 ‘북한 선박에 대한 남측 수역 통과를 불허’ 통보를 받았다. 이에 따라 2007년 5월19일부터 월 3회 정도 부산 감천항과 북한 나진항을 오갔던 단결봉호의 운항이 사실상 금지됐다.
대북 교류 사업에 나서고 있는 인천기업의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현재 대북 교류 사업에 나서고 있는 인천기업은 GM대우를 비롯해 재영솔루텍, 한국단자공업, 대화연료펌프, 동양다이캐스팅 등 모두 41개사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이들 인천기업들의 대북교역량은 반출 6천141만달러, 반입 8천328만달러로 총 1억4천469만달러 규모다. 올해 1분기만 따져도 반출 1천978만달러, 반입 2천552만달러로 총 4천530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남북교역중단 조치 이후부터 이들 물량의 반출입이 전면 중단 됐다.
남북교역중단 조치 이후 국적기뿐만 아니라 인천항, 대북교역 기업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을 경우 당분간 조치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우려의 목소리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