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 출렁이는 호수 담양호
대나무공원에서 나와 순창 방면 29번 도로를 타면 메타세쿼이아 길이 다시 연결된다.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을 지나면 담양호가 눈에 들어온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꼭 한반도의 모습처럼 보인다는 호수다. 추월산의 머리 부분이 호수 건너편으로 떠오른다.
그곳에서 흘러내리는 저녁 노을이 장관이다. 흰 눈이라도 오면 노을을 머금고 오렌지 빛이 된 호수는 낯선 이의 마음도 감동으로 출렁이게 만든다.
자연과 하나 된 소쇄원
군청에서 담양 향교 옆에 조성한 죽녹원이라는 곳도 있다. 푸른 기둥으로 솟아있는 청살문간판을 지나면 곧장 죽림욕장이 이어진다. 산들바람이라도 불면 사각 사각거리는 그들만의 대화도 들을 수 있다. 한 바퀴 도는데 20분 남짓이면 충분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평화를 찾은 느낌이 든다.
대나무와 함께하는 담양여행의 백미는 역시 소쇄원(사적 304호)이다. 담양군 남면 지곡리에 있다. 조선 중종 때의 선비인 소쇄 양산보가 자신의 스승인 조광조가 유배되자 출세의 뜻을 버리고 이곳에 조성한 개인정원이다.
원래 10여개의 건물로 이뤄졌으나 지금은 ‘제월당(霽月堂)’‘광풍각(光風閣)’ 등 2개만 남았다. 전자는 ‘비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 후자는‘비갠 뒤 해가 뜨면서 부는 청량한 바람’이라는 뜻이다. 당시의 정서와 운치를 가름케 해주는 이름이다.
날씨가 풀리면 매화, 은행, 복숭아, 벽오동, 장미, 동백, 국화 등 20여종의 식물이 아기자기한 조화를 이루며 계절마다 다퉈 핀다. 아름다운 조경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 중 무엇보다 입구와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대나무가 있기에 소쇄원의 진가는 더욱 가치를 발한다.
담양 여행을 할 때 주의할 것은 ‘정자구경’이다. 사람들은 정자 그 자체에 목적을 두고 찾아간다. 하지만 밖에서 바라보기만 해서는 진정한 정자의 의미도, 멋도 느낄 수 없다. 신발을 벗고 정자에 올라 안에서 밖을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맑은 하늘에 해 질 무렵, 광풍각에 신을 벗고 양반자세로 앉으면 알게 된다. 빼곡히 들어찬 대나무 사이를 넘나드는 바람소리와 작은 연못에 빠진 노을의 아름다운 빛깔이 내뿜는 감동을……
[최치선 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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