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복지부는 국정감사 업무보고를 통해 현재 건강보험 재정이 4조 2천억원의 누적 흑자 상태이며 연말까지 약 2조 가량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중장기 재정안정을 위해 누적금 50%를 예치하고, 응급의료체계 개선 및 산부인과 수가 인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복지부는 내년도 건강보험료를 1.6% 인상하고 중증환자 초음파 검사 등을 새롭게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그러나 건강보험이 사상최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민에게 돌아갈 혜택은 너무나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건강보험료를 1.6% 인상하고 중증질환자에 대한 초음파 촬영, 부분틀니, 치석제거, 입술갈림증, 치료용 첩약 등에 대해 보장성을 강화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건강보험 재정은 당기수지 2조2171억원, 누적수지 3조7771억원의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경기침체로 국민들의 의료이용이 줄었고 약가 인하 등의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 이런 가운데 건강보험료는 인상된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보험료를 동결한 2009년을 제외하고는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치다. 건강보험 재정 흑자분이 조 단위가 넘는 상황에서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보험료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자는 기조가 반영됐다.
건강보험 흑자로 인해 의약사 등 의료공급자에게도 후한 수가가 책정됐다. 6000억이 넘는 재정을 수가 인상에 투입하기로 했는데 인상률로도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국민에게 돌아갈 건강보험 보장성 혜택은 쥐꼬리만큼이다. 초음파 검사는 당초 전체 검사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을 우려해 중증환자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국민이 가장 많이 받는 비급여 검사인 초음파를 급여화해 국민의 부담도 덜고 보장률도 끌어올리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당장 초음파 검사를 전면으로 급여화하기에는 재원뿐 아니라 초음파 기기에 대한 질 관리 등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일단 중증환자부터 초음파 검사를 지원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형식적인 답을 했다.
보장성 강화 시기도 초음파 검사(10월), 치석제거(7월), 치료용 첩약(10월), 부분틀니(7월) 등 상당수가 하반기에 몰려 있다. 복지부는 내년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1조5000억원 투입한다고 밝혔지만 시행시기가 늦어지는 만큼 실제 투입액은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측면에서 한방의 치료용 첩약을 급여화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치료용 첩약이 당장 국민에게 시급한 건강보험 확대 항목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경영난에 봉착한 한의사를 위한 정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건강보험 누적금의 대부분은 최근의 경제적 침체로 인해 아파도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못한 국민들의 혈세와도 같은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훨씬 높았다면 제 때에 의료기관을 방문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았을 것임에도 비싼 본인부담금과 비급여로 인해 오히려 병원을 방문하지 못해 병을 키우는 서민들이나 저소득층을 생각한다면 정부와 공급자단체의 발상은 결코 있을 수 없으며, 재정 흑자분은 유보되었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우선 활용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정부와 공급자단체가 국민의 혈세와 같은 건강보험재정 흑자분을 국민에게 돌려주지 않고 수가인상을 위해 활용하려는 행태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며, 2013년 건강보험 수가협상 역시 정부의 이해와 공급자단체의 이익이 아닌 국민을 우선시 하는 협상이 되어야 함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과 요구를 밝혔다. (이하 주장과 내용은 건강세상네트워크의 성명서를 인용한 것임을 밝힙니다.)
첫째, 건강보험 재정 흑자분은 유보된 보장성 강화에 쓰여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 흑자분의 대부분은 최근 불어닥친 경제침체로 인해 국민들이 아파도 의료기관을 제 때 이용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다. 지난 5년간 건강보험 보장성은 60% 안팎으로 거의 답보 상태였고,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검사비 등 각종 비급여로 인한 의료비 부담이 과중한 상태이다. 비급여 진료비 실태조사에 의하면 CT, MRI 검사비 등은 병원별로 10배 이상 차이를 보이는 등 정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방치되면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급여 진료항목을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해야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건보재정 누적분을 오히려 병원들의 잇속 채우는 데 사용하겠다는 발상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더군다나 건보공단 재정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건보재정의 보험료 수입은 2/4분기 기준 작년대비 11.7% 증가한 반면, 지출은 4.9% 증가에 그쳐, 상대적으로 보험료 수입 증가가 흑자 발생에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도 판단할 수 있다.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에 따른 재정적 기여를 고려하다면 흑자분은 응당, 보장성 강화로 귀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올해 건강보험 재정흑자분에 대해서는 재정 문제로 유보되었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을 이행하는데 우선 활용되어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는 계획되어 있는 ‘13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초음파 등)을 원안대로 차질 없이 수행해야 하며, 더 나아가 주요 비급여 항목 중 선택진료비까지 급여 항목으로 포괄할 것을 촉구한다.
둘째, 공급구조 개편이 우선 전제되어야 한다!
수가계약은 가입자와 공급자간에 한정된 재정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나눌 것인지에 대해 합의하는 것이다. 재정을 한없이 늘릴 수 있는 없는 상황이라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공급구조의 개편은 불가피하다.
이번 국감에서도 드러났듯이 전국 44개 상급종합병원의 건강보험 총 진료비 중 삼성병원 등 소위 빅5 병원들은 2007년 33.1%에서 2009년 33.5%, 2011년 35.0%로 진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형병원 쏠림현상이나 병원간 양극화 현상이 극도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의료공급에 있어 이러한 왜곡된 전달체계를 개편하지 않고서는 양극화 현상이나 늘어나는 진료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의료기관간 입원, 외래간 기능 분화는 반드시 실행되어야할 정책 대안으로 의료기관 유형별 입원, 외래 간 수가수준을 차등화 하는 등 수가체계 개편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셋째, 복지부는 지불제도 개혁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
그 동안 우리 가입자단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의료비에 대한 우려와 함께 총액계약제 도입이 건보재정을 안정화시키고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의료 진료량을 통제할 수 있음을 주장하여 왔다. 일차 의료기관 역할 부재, 대형병원의 무분별한 병상 증설, 진료량 통제기전 부재 등의 의료시스템 속에서 건강보험 재정과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우선시한다면, 지불제도 개편으로 무분별하게 세어나가는 진료비를 통제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은 정부와 의료공급자의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쌈짓돈이 아니다. 우리 가입자단체들은 향후 수가협상에 대해 예의주시할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 지출구조개선에 대한 가시적이고 의미 있는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 흑자분에 대한 나눠먹기식 수가인상에 대해서는 결코 수용할 수 없으며, 유보되었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방안에 우선 활용되어야 함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국민의 건강권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어떠한 수가 인상도 인정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