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자연이 녹아 있는 곳 ‘문경’
<봉암사 입구에서 본 희양산>
2010년 찜통더위의 절정에 치닫고 있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에 바다와 산을 찾아 인터넷을 서핑한다. 그러나 녹녹치 않은 주머니 사정에 남태평양의 바다에서의 스쿠버다이빙과 스위스 알프스 산을 트래킹하는 꿈은 잠시 접어 두기로 한다. 그렇다면 내 속빈 주머니의 설움을 달래줄 곳은 어디인가.
우리나라의 청정 자연이 녹아 있는 곳, 문경의 비경을 따라 여름나기의 행보를 시작해 보자.
# 문경 팔경의 깊은 골짜기를 찾아 떠나자
<문경 쌍룡계곡>
<문경 진남교반>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다. 백두대간의 태백산에서 이어진 대미산, 주흘산. 희양산 같은 고봉들이 충북과 경북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문경은 골이 깊고 계곡이 아름답다.
깊은 골짜기와 험준한 산세로 인해 여전히 청정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문경 팔경은 우리나라의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 골골이 흐르는 계곡의 절경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자연조각의 거암들과 기암괴석의 암벽으로 이루어져 높은 산세의 기개를 더하게 한다.
문경이 자랑하는 문경 팔경에는 우선 경천댐이 있다. 경천댐은 주변을 맴도는 신선한 바람과 맑은 물, 수려한 자연 풍경으로 피서를 겸한 낚시터로 인기 있는 곳이다. 댐이 축조되기 전부터 문경의 순수한 자연 속에 메기와 피라미, 꺽지 등 전국 어느 댐보다도 풍부한 어종으로 강태공들의 발길을 잡는다. 최근에는 빙어양식과 은어방류로 한층 더 그 매력을 더하고 있는 곳이다.
두 번째로는 운달계곡이 있다. 수령이 300년이 넘는 전나무 숲속에는 여기저기 천수를 다한 고목들이 조각품마냥 운치를 더해주고, 이름 모를 산새들의 지저귐이 이방인의 혼을 뺏을 듯하다.
세 번째는 봉암사 백운대이다. 이곳은 끝을 모르는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 은은한 목탁 소리에 어우러진 풍경소리가 세상의 시름을 잠시 잊은 채 신선이 된 듯한 평온함으로 나를 잊게 하는 곳이다. 특히, 금강산 내금강 만폭동에 버금가는 곳으로 유명한 이곳엔 화강암 바위면에 양각된 마애보살좌상이 있어 그 문화적 가치로도 남다른 곳이다.
< 문경 새재 >
네 번째로는 문경의 관문, 문경새재를 든다. 백두대간의 조령산 마루를 넘는 이 재는 예로부터 한강과 낙동강유역을 잇는 영남대로상의 가장 높고 험한 고개로 사회 문화 경제의 유통과 국방상의 요충지였다. 현재 이곳에는 태조 왕건을 제작한 세트장이 있어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다섯 번째엔 선유동계곡이 있다. 이곳 선유동은 전국의 선유동이라 이름 붙여진 명승지 중에서도 단연 으뜸을 자랑하고 있다. 수백명이 앉을 수 있는 거대한 암석들은 마치 대리석을 다듬어 뉘어 놓은 듯하고 자연스레 포개진 거암들은 마치 인공적으로 쌓아 놓은 듯 정교하게 느껴진다.
여섯 번째 아름다운 경치에는 쌍룡계곡을 이야기한다. 시인묵객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고승대덕을 머물게 한 수많은 유적들이 전설과 함께 전해 오는 쌍용계곡은 용추에서 청용, 황용이 살았다 하여 쌍용계곡으로 불리우고 있다.
일곱 번째는 문경 팔경의 백미, 용추계곡이다. 용추의 형상을 보면 위아래 두 개의 용추가 이어져 폭포를 이루고 그 아래에는 신비스런 하트형으로 깊게 파인 소(沼)가 절묘한 형상을 하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마지막, 여덟 번째 문경의 볼거리엔 진남교반이 있다.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만개하고 계절따라 천태만상으로 변하는 금강산을 방불케 한다 해서 문경의 소금강으로 불리우고 있다.
이렇듯 백두대간의 기세를 자랑하듯 문경엔 아름다운 비경 여덟가지가 있다. 사실 이 여덟가지는 능선 너머 너머마다 자리한 수많은 절경들 중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욕심을 내어 문경 구석구석을 모두 탐방하고 싶지만 그중에서도 문경 팔경의 백미 용추계곡과 선유동의 으뜸 선유동계곡을 찾아가 보기로 한다.
# 문경 팔경의 백미, 용추계곡
<용추계곡 소(沼)>
<용추 용비늘계곡>
문경팔경 중 으뜸인 대야산 용추는 충북 괴산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으면 깎아지른 암봉과 온갖 형상의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대야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문경의 많은 비경 가운데 2단으로 이루어진 용추폭포의 장관이야 말로 명소 중의 명소로 유명하다.
암수 두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오른 곳이라는 전설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용추 양쪽 거대한 화강암 바위에는 두 마리의 용이 승천을 할 때 용트림하다 남긴 용비늘 흔적이 신비롭게도 선명히 남아 있다. 이곳의 물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는 일이 없어 예로부터 극심한 가뭄이 들면 이곳에서 기우제(祈雨祭)를 올렸다고 한다.
대야산 자락의 바위가 수천년 동안 흘러내린 물에 닳아 원통형 홈이 파져 있는데, 그 모양새가 하트모양을 하고 있어 더욱 신비스럽다. 용추의 형상을 보면 위아래 두 개의 용추로 이어졌으며, 가늠하기에도 어려운 기나긴 세월동안 쉼없이 흘러내린 폭포아래에는 모든 이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하트모양의 깊은 소(沼)가 윗 용추로 자리하고 있다.
윗 용추에서 잠시 머물던 물이 다시금 매끈한 암반을 미끄럼 타듯 흘러내려 부드럽게 이루어 놓은 곳이 아래 용추로 하절기에는 개구쟁이 꼬마들의 미끄럼틀로 이용되기도 한다.
문경의 대야산 깊은 산기슭에 놓여 진 용추계곡은 그 옛날 신선들이 노닐던 곳이 아니었을까…..그 기묘하고도 절묘한 형상에 매료되고, 코끝에 느껴지는 신선한 풀내음에 이 무더위의 짜증스러움도 묻혀진다.
# 천하의 절경이 부른 찬사의 노래, 선유동계곡
<선유동계곡>
<선유동계곡 나무다리>
경북 팔경 중 제일경인 진남교반과 속리산을 사이에 두고 괴산 선유동계곡과 또다른 절경을 만들어 내는 문경의 선유동계곡은 여름피서지로 그만인 곳이다.
속리산을 사이에 두고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에 각각 선유동계곡이 있다.
충북괴산의 선유동 계곡은 화양계곡으로 흘러 대청호를 지나 금강으로 합류하고, 경북 문경의 선유동계곡은 영강으로 흘러 조령천과 합수한 후 낙동강으로 이어진다.
속리산 동서로 흐르는 계곡을 따라 1.7Km에 걸쳐 있는 이곳 선유동은 잘 다듬어진 거대한 암석들의 장관으로 유명하다.
골이 깊고 산세가 커서 숲과 암반의 어우러진 모습이 아름다운 이곳에는 예로부터 많은 기인이사 석학들이 주석하면서 지냈다. 그 중 신라의 석학 고운 최치원 선생께서도 이곳에서 지내시며 선유동계곡 곳곳에 선생의 친필을 남겨 지금껏 보존되고 있다.
이 계곡 관란담 위에 손재 남한조가 정자를 짓고 글을 가르쳤다는 옥하정터가 있고 도암 이재는 용추동에 둔산정사를 짓고 후진을 양성했다.
도암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후학들이 세운 학천정은 선유동계곡 주변경관과의 조화로 또 하나의 절경을 이루고 있다.
선유동 바위에 앉아 청량한 맑은 물소리에 귀를 담그고, 계곡을 에워싼 절경에 매료되어 있노라면, 옛 선인들이 던졌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여행 Tip>
* 선유동계곡, 용추계곡 : 문경읍 – 마성면 – 가은읍 – 선유동계곡현지 교통(*문경시에서 벌바위까지 1일 6회 운행. 1시간 소요.
* 가은 읍에서 벌바위까지 1일 6회운행. 30분 소요)
* 주변 관광지 : 봉암사 극락전 , 봉암사 마애보살좌상, 유기장, 구왕봉, 뇌정산, 대야산, 장성봉 (문의: 가은읍사무소 054-571-7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