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뒷북치는 의료관광 육성 정책 “시대흐름 못 읽어”

-의료관광 , 외국인 의료관광객 대체 ㆍ 동양의학 관심 높아져
– 정부 , 현대서양의학에 편중된 육성 방향 , ‘ 대장금 ’ 침술로 뚫었다
– 중동 , 동남아 신흥부호들은 어디로 ? “ 시장개척 다각화 ㆍ 다변화 필요 ”


(미디어원=이정찬 기자) 의료서비스와 관광이 융합된 의료관광산업은 고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의 핵심 산업으로 전 세계적으로 성장률이 가장 높은 산업 중 하나다 . 이에 정부는 ‘ 경제혁신 3 년 계획 ’ 중 하나인 5 대 서비스산업 ( 보건의료 ⋅ 교육 ⋅ 관광 ⋅ 금융 ⋅ 소프트웨어 ) 육성으로 국내관광 활성화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

한국관광공사는 의료관광객 100 만명을 유치하면 9 조 4000 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일자리 1 만 7000 개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러시아 시장 개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2017 년까지 러시아 관광객 35 만 명 유치 목표로 의료관광객 확대에 나섰다 .

의료관광산업의 세계 시장규모는 2004 년 400 억 달러 ( 약 43 조원 ) 에서 2012 년에는 1000 억 달러 ( 약 109 조원 ) 로 2.5 배 성장했다 . 이 같은 성장세는 서비스업 비중이 커지는 오는 2015 년에는 1300 억 달러 ( 약 140 조 ) 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관광산업은 높은 가격경쟁력과 의료기술에도 불구하고 홍보부족으로 인한 낮은 인지도로 국가 경쟁력지수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

2012 년 우리나라의 의료관광객 유치 실적은 세계 의료관광객 5370 만명의 0.3% 에 불과하다 . 종합경쟁력지수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평균을 0 으로 환산했을 때 0.005 로 OECD 34 개국 중 19 위에 머물러 있다 .

뿐만 아니라 아시아지역 선두권에 있는 태국 , 싱가포르 , 인도 , 터키 등과 비교해 관광 인프라를 비롯한 차별화된 다양한 상품 등의 부족은 우리나라 의료관광산업의 한계성마저 드러나고 있다 .

전 세계는 지금 의료관광시장에서의 적극적인 홍보와 투자 , 그리고 그들만의 차별화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 그렇다면 한계성마저 드러나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관광산업이 세계의 맹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

그 해답을 동양의학 , 즉 한의학에서 찾아보려한다 .

▲ 우리는 왜 현대 서양의학에만 목매는가 ?

수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동양의학은 미국 ,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서양에서도 많은 관심으로 연구 중인 분야다 . 또한 한의학의 의학적 신뢰성이 연구사례를 통해 인정되면서 대체의학과 보완대체요법에 관심 있는 서양인들에게 크게 주목받고 있다 .

세계 각국은 이 같은 현대인들의 관심에 현대의학과 자연치유 보완대체요법을 병행하는 힐링 센터를 세우고 고부가가치의 의료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 더 나아가 아로마 요법과 명상 , 요가 , 침구 , 식이요법 등만으로 운영 중인 대체의학 힐링 센터들이 들어서고 있는 중이다 .

특히 침술과 한약에 관심을 갖고 있는 미국 오리건 주 노스벤드병원 의사 로웰 코브린은 “ 암이나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의 경우 그 경과를 바꾸지는 못한다 ”며 “ 그러나 침술이 전체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만은 분명하다 ” 고 말했다 .

또 그는 “ 서양의학이 증명할 수 없는 수많은 사례들을 볼 때 동양의학은 인간에 대한 다른 패러다임의 이해가 필요하다 ” 고 덧붙였다 .

캘리포니아 대학 오셔 암센터와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 혈액종양내과에 속한 도널드 에이브람스 교수는 전 애플 회장 스티브 잡스의 대체의학에 대해 인터뷰 하던 중 “ 수천년의 동양의학 역사와 한약 , 침술 등에 의한 개개 환자의 완치 사례는 서양의학이 무시할 수 없는 것 ” 이라며 “ 나의 동료들이 환자들을 대체의학센터로 보내는 것이 치료의 효과를 보여주는 가장 큰 증거다 ” 고 말해 미국 내에서도 대체의학이나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음을 설명했다 .

이렇듯 선진국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자연치유 , 대체의학 , 동양의학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인정과 신뢰로 변화하며 이를 원하는 환자들 역시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

하지만 침술의 종주국이며 한의학의 중심인 우리나라는 1962 년 침구제도 폐지로 그 전문성이 퇴색되어 갈뿐 아니라 고부가가치의 의료관광산업 육성에 핵심이 될 수 있는 ‘ 차별화 ’ 에서도 외면 받고 있다 .

실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의 경우 암이나 간 이식과 같은 고도의 외과술을 필요로 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 관광객의 대부분이 성형이나 건강검진과 같은 가벼운 증상으로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 .

외과술이 필요한 성형에 있어서도 과거와는 달리 흉터를 남기는 외과술 보다 한의원의 성형 침술이나 고주파 레이저 , 비만 성형 침술 사례가 늘고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의료관광객 홍보 ⋅ 유치는 일부 종합병원에 국한되어 진행할 뿐 한의학을 접목한 의료관광 홍보는 전무한 상황이다 .

이와 관련 서울 강남 삼성동에 위치한 광동한방병원은 몇 년 전부터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전통 한의학을 접목한 한방 의료관광객 유치 홍보를 자체적으로 펼쳐 큰 성과를 내고 있다 .

한국관광공사와 각 기관들이 드라마 ‘ 대장금 ’ 으로 한식의 한류를 홍보할 때 광동한방병원은 ‘ 대장금 ’ 의 침술과 한의학을 접목한 한방 한류에 나선 것이다 . 이는 과도한 외과 후유증을 기피한 일본인들에게 적중했고 , 일본의 여러 잡지와 언론에 홍보되며 일본 관광객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

일본 의료관광객의 목적은 단순미용에서부터 입원을 통한 치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 특히 한방의 치료 특성상 치료기간에서도 단기 보다 장기를 요하는 경우가 많아 부가가치에 있어서도 크게 앞선다 . 광동한방병원의 이 같은 유치 전략은 한류를 접목한 완전한 차별화에 성공한 사례다 .

광동한방병원 관계자는 “ 정부차원에서의 한방 의료관광객 유치 활동은 아직 없다 ” 며 “ 광동의 사례는 병원차원에서 꾸준히 홍보활동을 펼친 결과 ” 라고 말했다 . 이어 “ 한방 미용이나 치료를 위해 찾는 일본 의료관광객은 늘고 있지만 ,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 급은 광동한방병원이 유일한 것으로 안다 ” 고 덧붙였다 .

▲ 골리앗을 이기려면 다윗처럼 … ‘ 뒤따르지 말고 맞서라 ’

인적 ㆍ 물적 인프라가 풍부한 선진국의 의료관광산업과 아시아의 맹주들은 의료관광산업 육성 시작에서부터 우리와 큰 차이를 두고 있다 .

짧게는 십년에서 수십년을 앞서 의료관광산업에 뛰어든 그들에 비해 우리나라 의료관광산업의 역사는 5 년여로 걸음마단계에 있다 . 이는 세계 의료관광시장을 두고 우리나라가 골리앗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고도의 의료기술과 전문성 그리고 관광 인프라까지 고루 갖춘 골리앗에 비해 우리나라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은 높은 가격경쟁력이다 . 하지만 이는 다른 아시아지역 의료관광 국가들도 갖고 있는 강점이기도 해 우리나라만이 갖는 것은 아니다 .

이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의료관광의 혜택과 상품 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또한 지난 2010 년부터 시작된 러시아 의료관광 홍보와 같이 편향된 시장 개척이 아닌 중동과 동남아 등 신흥부호들이 많은 여러 시장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의료관광객 유치 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

우리나라 의료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선진국들이 갖고 있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와 인지도는 우리와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것이다 .

그 예로 한 대학병원 의료관광 담당자는 “ 러시아 의료관광객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 고 말하고 “ 그러나 건강검진 같은 단순 의료 목적이 대부분이고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병증에 대해서는 유럽이나 미국 , 싱가포르 등에서 치료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어 입원일수가 4~7 일 정도에 그친다 ” 고 전했다 .

이것이 차별화된 우리나라만의 의료관광 혜택과 상품 개발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다 .

한편 전문가들은 “ 선진 의료관광국의 전철을 밟지 말고 , 시대흐름을 파악해 차별화된 전략으로 맞서 나아가야 한다 ” 고 주문한다 . 20 여년전 아시아지역 맹주들이 펼친 홍보 전략과 서비스 수준으로 현재를 뒤따르기보다 새롭고 , 차별화된 상품으로 시간의 격차를 줄이라는 이야기다 . 또한 보여주기 식의 국내용 홍보자료 배포에 연연해하는 대신 다각화되고 다변화한 시장 개척에 더 매진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