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 산 .. 눈
어떤 마음 어떤 생각으로 가도
아름답지 않은 산이 있을까 마는
살을 에이는 날 선 바람
하늘을 디딘 듯한 구름 같은 눈밭 길
그리고 눈이 시린 하늘 ….
이들과 동화되는 모질도록 힘든 겨울 산행은
너무도 기쁩니다 .
바람이 흔들고 눈길이 잡아 끌어도
걸음이 더디어 질리 만무합니다 .
손발은 얼고 얼굴은 감각을 잃어도
갈 길은 갑니다 .
삶의 행로에 기쁨만 있지 않은 것 처럼
제대로 겨울 산 끝내 지나고 맙니다 .
슬픔은 동력으로 바꾸고 아픔은 기쁨으로 메우고
어려움은 묵묵함으로 이기고 …!
오늘 또 산과의 엄정하지만 다정한
데이트를 마칩니다 .
첫 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설레었다.
하얀 천국을 거닐 기대감으로 어린 아이 마냥 몹시도 설레었다.
가슴 가득 설레는 마음과 기대를 안고 덕유로 향했다.
매년 12월 15일까진는 산불 방지기간으로 구천동탐방지원센터에서 백련사~오수자골~중붕~향적봉으로 지나는 길은 통제된다. 사실 조금 어이 없긴 하다. 눈이 내리지 않은 상태라면 우리 고귀한 자산 보호를 위해서라도 인정하고 따르겠지만 무릎까지 차오르는 눈이 내린 상태에서 산불 방지를 그대로 적용하는 어불성설은 공무원들의 편의로 밖에 봐 줄 수가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산을 닮고 싶고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산을 가는데, 기꺼운 마음으로 감내한다.
구천동 탐방지원지원센터, 즉 삼공리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백련사까지는 약 8km정도의 거리로 다소 지겨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대부분 시멘트 포장도로라 더욱 그런 마음이 든다.
누가 그러지 않았나!
왜 그리 산을 오르기 위해 긴 길을 가야 하는지, 속세와 더욱 멀어지는 마음을 가지고 오르게 하기 위함이라고. 그 말이 실감이 났다.
들머리로 잡으면 이 길은 그래도 참을 만 하지만 날머리로 잡으면 상당히 지겨운 길인 것 만은 사실이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올려다 본 덕유의 정상은 그렇지 않아도 설레는 마음을 더욱 들뜨게 하였다. 하얗게 머리에 눈을 이고 나를 부르는 것 같은 그런 황홀한 기분이었다.
오래 눈 속에서 깨끗한 마음으로 즐기고 싶어 길을 재촉했다. 약 8km에 달하는 거리가 1시간 10분에 끝났다. 넉넉하게 즐기면서 걷는다면 2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릴 듯 하다.
백련사에서 오수자굴을 지나가는 길은 완만하다. 그러나 백련사에서 향적봉으로 바로 치고 올라가는 길은 상당히 가파른 경사가 산행객들을 맞이 한다. 그렇지만, 2km 남짓 되는 거리라 1시간만 오르면 힘든 구간은 없다고 보아도 된다.
백련사 입구에서부터 백설은 글 그대로 만건곤했다. 뿐인가 시리도록 청량한 하늘은 산사의 처마에 걸려 처마가 날아 오를 것 같은 환상 속에 생각을 머무르게 했다.
백련사 대웅전 좌측에 이 추위에도 산행객들을 기다려 주는 졸졸 흐르는 약수에 달리다시피 걸어와 온 몸을 적시는 땀을 씻기라도 하듯 목을 축였다.
세상 어디에 이런 물 맛이 있겠는가 감탄을 연발하며 백련사를 가로질러 오르기 시작했다.
백련사 끝에서 오르는 길에서 잠시 돌아보며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나 다 받는 문화재관람료가 없을 뿐 아니라 산행객들이 자유로이 다닐 수 있게 배려한 마음에 이런 산사가 많았으면 하는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를 올렸다.
감사 인사 귀에는 헉헉대는 숨소리만 들릴 뿐이다.
올해 첫 눈 산행에 너무 기대가 컸던 덕분인지 스패츠를 너무 조여 맨 덕분인지 다리에 살짝 경련이 왔다.
참고로 철분과 비타민D와 철분 등의 복합제제를 평소에 꾸준히 드시면 근육경련 예방과 면역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산행객들은 장거리 산행과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겨울 산행 등에서는 꼭 아스피린제제를 꼭 지참하기를 바란다. 강한 다리경련이 오면 마사지로 임시 응급처방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아스피린을 입에 넣고 가루가 될 때까지 씹어서 천천히 침과 함께 넘기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은 가팔라서 다리를 힘들게 했지만 눈으로 본 풍광은 마음과 머리를 시원하게 했고 감동케 했다. 추운 날씨에 산행객들은 많지 않았지만 뒤따르는 산행객들의 탄성이 곳곳에서 나를 따라 왔다.
살아 있음에 감사했고 오를 수 있는 몸과 마음에 감사하고 세상 모두에 감사하는 기운으로 가득했다.
백련사를 갓 지나서는 얼기설기 나무에 눈이 묻은 것처럼 보이더니 조금씩 조금씩 눈이 나무를 감싸기 시작했다. 20여분 더 올라 중턱에 서니 더 이상 나무는 하얀 눈의 사랑을 거절하기 어려웠던가 보다. 온 몸으로 하얀 눈의 사랑을 다 받아 들여 하얀 꽃나무로 변해 있었다.
너무도 아름답고 그 나무 사이로 비치는 하늘과의 대비는 신비롭기까지 했다.
해 마다 수 차례씩 보는 설경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늘 감동을 준다.
향적봉이 가까워지자 눈꽃은 상고대로 바뀌기 시작했다.
찬란했다.
아름다웠다.
많이도 신비로웠다.
올해 첫 눈 산행과 상고대는 그렇게 그렇게 기쁨이었다.
향적봉 대피소 근처에 오면 향적봉까지 200미터 대피소까지 100미터로 표기된 이정표가 나온다.
향적봉대피소에서 향적봉까지 역시 100미터 거리이기 때문에 어디로 가도 좋다. 다만 대피소에서 식사를 할 작정인 산행객들과 간단한 식음료를 구입할 산행객들은 대피소로 곧장 갈 것을 권한다.
향적봉 대피소에서 라면으로 차가운 몸을 덥히고 간단하게 요기를 했다.
덕유산을 오를 분들은, 특히 핸드폰으로 촬영을 할 분들은 필히 핫팩을 지참할 것을 권한다. 워낙 사진으로 담고 싶은 풍광이 많기 때문에 계속 장갑을 꼈다 벗기를 반복하다 보면 금세 손이 얼음이 되기 때문이다.
또 무주리조트에서 오르는 분들은 곤돌라로 오르기 때문에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오르는 분들이 많은데 가끔 돌이키지 못할 안전사고가 난다. 산 아래에서 보는 것과 달리 1,500미터 이상의 고지에서는 기온도 바람도 달라 급격히 체온이 저하되기 때문에 충분한 보온, 방한 옷을 입고 최소한 아이젠은 착용하기를 바란다. 아이들까지 대동하고 안전장비 없이 온 부모들을 보노라면 가슴이 철렁하기도 한다.
향적봉에서 곤돌라를 타는 설천봉까지도 참 많은, 사진에 담고 싶은 풍광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 구간은 겨우내 대부분 엄청난 바람과 차가운 기온이기 때문에 안전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설천봉에서 무주리조트로 하산 하는 길은 남덕유.덕유 무박종주 하는 산행객들도 쉽사리 걸어서 내려 가지 않기 때문에 이왕이면 곤돌라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가끔 눈길 정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곤돌라를 권장한다. 단체 산행객들은 가급적 1~2시간의 여유를 두고 곤돌라 탑승장에 도착하여야 한다. 학생들이 방학을 하면 더욱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기 때문에 곤돌라 탑승 매표를 위해 1~2ㅅ시간 기다리는 것은 예사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신비한 덕유산과의 데이트를 마치고 곤돌라 덕분에 편안한 하산으로 산행을 마무리 했다. 겨울의 덕유, 그녀는 산행객들이라면 한 번 이상은 찾게 되는 아름다움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