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일 것도, 인연이 아닐 것도 없다

찬바람 사이로 빗줄기가 흩뿌리던 오후

항상 그 자리에 있었을 너를 만났다.

너는 만남을 기대하지도 않았을 터이지만

사실은 그렇게 어느날 만날 운명이었다.

그날 첫만남 이후로

너는 내 가슴 속에 자리했다. 마치 천년 동안의 인연인 것처럼….

천리 넘어 만리 떨어진 이 곳

한적한 길가에서 외로움에 떨며 서있었던 너는

다음 백년을 다시 기다릴 것이다.

길을 지나며 너를 지나며

웬지 모를 서러움에 가슴이 뜨겁다.

인연이 아닌 것도

인연일 것도 없이

너는 그자리에 백년넘어 천년을 서 있을 것이고

나는 길따라 지나가는 한 줌 티클처럼

곧 다른 세상에 놓여 질 것이니

결국 인연인 것도 인연이 아닌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