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성장해나가는 드론산업…군사용에서 상업용, 레저용으로

( 미디어원 = 정현철 기자 ) 장면 하나 . 지난달 30 일 대규모 지진으로 거의 폐허가 된 네팔의 다라하라 타워 . 거미 모양의 드론 한 대가 “ 윙 -” 하는 굉음과 함께 하늘로 떠올랐다 . 진도 7.8 의 강진으로 무너진 다라하라 타워의 피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한국의 드론프레스가 띄운 것이다 .

드론은 상공에서 지진 참사 현장의 사진을 찍어 네팔정부 지진대책본부 등에 제공했다 . 드론프레스는 국제구호개발 단체인 휴먼인러브와 손잡고 네팔 지진 현장에 들어가 드론을 이용해 폐허 현장 사진을 찍고 피해자 탐색 · 구조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

드론프레스 오승환 대표 ( 경성대 사진학 교수 ) 는 “ 드론 촬영은 영상적 가치 뿐 아니라 피해규모 산정 같은 데이터로서의 가치가 크고 구조 · 탐색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 ” 고 말했다 .

장면 둘 . 뉴질랜드 대너버크 지역 웰링턴 목장에서 일하는 마이클 톰슨 (22) 은 요즘 드론을 이용해 양을 돌보고 있다 . 목장에서 기르고 있는 양은 100 여 마리 . 톰슨은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으로 지형이나 양의 상태를 확인하고 양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시킨다 .

그는 “ 말을 탈 필요도 , 말 먹이를 줄 필요도 없어 좋다 . 양들은 드론이 꽁무니까지 쫓아오면 ‘ 도망쳐야 겠다 ’ 며 이동한다 ” 고 했다 . 미 월스트리트저널 (WSJ) 는 지난달 7 일 톰슨의 사례를 전하며 “ 드론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의 하나인 양치기 자리도 넘보고 있다 . 뉴질랜드와 호주 , 미국 남부지역에서 축산업자들이 카우보이와 양치기용 개 대신에 드론을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 고 했다 .
그야말로 드론 전성시대다 . 국내외를 막론하고 산업 현장과 생활 곳곳에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 카메라 · 센서 감지능력에 신속한 이동성까지 갖춘 드론은 올 봄 강원도 정선군 노추산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에서 200~300m 높이에서 산불 위치를 진화 요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며 불길을 잡는데 기여했다 .

농약살포 , 사고 현장 취재 , 보험피해 산정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 중국의 알리바바는 베이징 · 상하이에서 드론 택배 시범서비스를 시작했고 미 아마존은 운송업체 DHL 과 손잡고 무인기를 이용한 배송 시스템 ‘ 프라임에어 ’ 를 추진중이다 . 스위스 우체국은 올해 중 우편배달용 무인기 시범 비행을 계획하고 있다 . 다만 , 다른 분야와 달리 상업용 택배는 안전사고 우려 · 운송가능 무게 제한 등으로 상용화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

아직까지 드론은 정찰 · 감시와 같은 군사적 용도의 수요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산업 · 민간용 수요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 관련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미 방위산업 컨설팅업체 틸 (TEAL) 그룹은 최근 드론 시장이 ‘ 가장 역동적이고 빠르게 크는 항공 시장 ’ 이라고 밝히며 군용 · 민간을 합친 시장 규모가 지난해 64 억 달러에서 10 년 후인 2023 년에는 115 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
틸 그룹의 시장분석담당 필립 피네건은 “ 민간의 드론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 현재 11% 인 민간수요 비중이 10 년 후에는 14% 로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고 했다 . 민간 시장을 금액으로 보면 지난해 7 억 달러에서 2023 년 16 억 달러로 배 이상 느는 셈이다 .

군용 비중 높지만 민간수요 빠르게 증가추세

국내 무인시장도 성장세에 있다 . 시장 규모는 올해 기준으로 향후 15 년간 1 조 6000 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국토교통부는 추정하고 있다 . 무인기를 활용하는 업체도 2013 년 123 개에서 지난해에는 150 개로 늘었다 . 지난해 말 현재 정부 등록대상인 12 ㎏ 이상 ~150 ㎏ 이하 무인 항공기는 2013 년 189 대에서 420 대로 증가했다 . 이들 등록 무인기는 주로 농약살포와 같은 농업지원 , 사진촬영 , 광고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

취미 · 레저용 드론 판매 역시 증가세다 . 온라인쇼핑몰 G 마켓에서는 3 월 한 달 드론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 배로 늘었고 , 옥션에서도 3 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했다 .

박승근 G 마켓 장난감담당 매니저는 “ 최근 드론이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받으면서 초급용 · 취미용 드론 판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 며 “ 공중 비행 · 사진 촬영 등 평소 쉽게 접하지 못했던 기능에 대한 호기심도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 고 했다 .

시중에서 판매되는 드론은 3 만 ~4 만원 짜리 초소형 장난감 형에서 카메라가 장착된 수십만 원짜리 , 취재 · 방송용 카메라를 장착할 수 있는 천만 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 유통업체들은 등록이 필요없는 이들 취미 · 레저용 등의 저가 초소형 드론이 지난해 3 만여 대가 팔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국내업체들도 드론산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 대한항공과 한화는 드론 개발에 적극적이다 . 대한항공은 2007 년 감시 · 정찰용 무인기 (KUS-7) 를 내놓았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틸트로터 ( 프로펠러형 수직이착륙 무인기 ) 원천 기술을 이전받아 현재 민간 보급용 틸트로터 개발에 나서고 있다 . 최근 삼성테크윈을 인수한 한화는 폐쇄회로 TV 를 내장한 드론 큐브콥터 ( 프로펠러 4 개 ) 를 개발했다 .

드론 산업이 이처럼 빠르게 크고 있지만 국내 드론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드론 산업 육성책이 미흡하고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기술개발 , 운영능력 향상 , 개인생활 보호 방안 마련 등 제도적으로도 보완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

한국무인기시스템협회장인 한서대 김승주 교수 ( 무인항공기학과 ) 는 “ 현재 우리 항공법은 무게 12kg 이상에 고도 150m 이상을 날 때 등록 · 허가 받도록 하고 있는데 , 최근 나오는 드론은 형상과 중량이 워낙 다양해 현재 기준만으론 부족하다며 ” 며 “ 안전한 운행을 위해 보다 정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 고 지적했다 . 카메라가 탑재된 소형 드론이 늘어날 경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거수 일투족이 감시당할 수도 있다 . 김 교수는 “ 안전성을 높이고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드론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과제 ” 라고 덧붙였다 .

국내 판매 드론 대부분 중국산

국산 드론이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다 . 최근 쇼핑몰에서 많이 팔리는 취미 · 레저용 드론은 대부분 중국산 , 특히 세계 민간용 드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다장촹신 ( 大疆創新 ·DJI) 제품이다 . 현재 글로벌 호크 같은 군사용 고급 무인기는 미국 , 수백만원대의 중저가 상업용 드론은 중국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 상업용 소형 드론의 경우 한국의 기술 수준 자체는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 만큼 시장성이 좋은 제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

엑스드론의 진정회 대표는 데이터 축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진 대표는 “ 무인 비행체 운용은 안전을 위해 상당한 양의 데이터 축적과 이를 통한 제품 · 운용에 대한 검증 · 확신이 중요한데 드론과 관련해 쌓인 신뢰성 높은 데이터가 부족하다 ” 고 했다 . 축적된 데이터가 있어야 산림감시나 방제 · 방역 같은 상업적 임무 수행을 위한 드론 제품 개발 ·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 민간 드론 시장을 장악한 DJI 의 성장에는 중국 정부의 상당한 지원이 있었던 만큼 우리도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적극적인 드론 개발 전략을 펴야한다 ” 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