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하면, ‘비오는 날 먼지 나게 맞는다.’

756

(미디어원=Daba 신) 사람은 살면서 거짓말을 하게 되어 있다고 흔히들 말한다. 거짓말을 밥먹듯 하기도 하지만 더 가증스런 것은 오리발을 내민다는 점이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거짓말들이 있다.
돈을 먹고도 안 먹었다.(부지기수다. 모두가 양심고백을 해야 한다면, 강남에 사는 사람 90%는 여기 해당되리라)
누군가에게 뒷구녁으로 뭔가를 건네 주고도 안 주었다. (요즘 아주 유행이다. 문제는 제 것을 퍼주는 게 아니라 인민들 것을 허락없이 퍼준다는 점이다.)
팬티를 뒤집어 입고 들어와서도 절대 아무 일 없었다.(이 친구의 오리발은 천하무적 무쇠오리발이다. 거시기에다 휴지를 묻혀가지고 들어와서도 모진 심문을 오리발로 통과하시는 경지이다. 많은 남자들이 따라배우고 싶어했으며, 오리발신공의 거물로서 주변의 작은 오리발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바 있다.)

눈물어린 거짓말도 있다.
어려서 소학교 5 학년 때쯤인가. 학교에서 단체로 영화구경을 갔다. 급우들과 일렬로 줄을 서서 극장을 향해서 가는 날은 조잘조잘 더 이상 행복할 수가 없다.
‘돌아오지않는 해병’ ‘사육신”장화홍련전’등등의 건전영화들이 다 그렇게 해서 본 영화들이다.

그날도 신바람이 나서 극장으로 가는 중인데, 대열이 우리집 한블럭 옆길을 통과한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군것질을 하고픈 생각에, 대열에서 이탈하여 집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 엄마, 지금 극장 가는데 빨리 50환만 줘요, 까먹을라고 그래(주전부리를 의미함)…빨리 줘요.” 돈 50환을 받아서 또 부리나케 대열 쪽으로 돌아가 합류했다. 아마 라면땅이나 오징어를 사서 절친과 나누어 먹으며 영화를 보았을 것이다. 사나흘이 지난 후, 선생님이 엊그제 영화본 값을 거두신다 돈 50환씩 가져오라고 하신다. 하교한 후 어머니에게 50환을 달라고 했다,
“무슨 돈이냐? / 엊그제 본 극장값이요./ 뭐라고? 그때 50환 줬잖아? / 아니, 그건 까먹을 돈이고…/ 아니, 이놈이, 엄마가 분명히 들었는데, 극장값이라고…거짓말을 해?/ 아냐 정말이야..엊그제는 틀림없이 까먹을 돈이라고 말했잖아요?”
이렇게 모자간에 옥신각신 하던 중에 예기치 못한 불행한 사태가 벌어진다. 어머니가 땔감 중에서 똑바로 생긴 장작을 하나 들고 나타나시더니, 내 손목을 움켜잡고 이층으로 끌고 올라간다. “ 어린 넘이 벌써부터 고개 빳빳하게 들고 거짓말을 해?…오늘 버릇을 단단히 고쳐놓겠다.”

‘오호통재 (嗚呼痛哉)! 大明天地에 이런 불행한 일이 벌어지다니…’
사정없이 패기 시작하는데…아니라고 외치면서 바닥을 뒹글고, 애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영화속의 충신이 연산군 앞에서 아무리 역모를 꾸미지 않았다고 우겨도…마구 고문하고 결국 죽이고 마는 장면이 오버랩된다. 몽둥이가 부러져 나가고, 이젠 고만 때리나부다 했는데 옆에 있는 방비를 들어서 타작을 이어가신다. 결국 남산에 끌려가서 허위자백을 하고 마는 유학생간첩단사건의 주인공처럼, ‘엄마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께요, 용서해 주세요’. 싹싹빌고서야 모진 拷問의 시간을 마칠 수 있었다.(눈물없이 쓸 수도, 읽을 수도 없는, 억울한 소년의 사연이다.)

이 일이 있고난 뒤, 나는 한동안 말없는 소년이 되어 버렸다. 밥먹어라 하면 밥먹고, 잠자라 하면 잠자고, 시간이 지나면서 상처는 아물고, 예사로운 모자간이 되었지만, 지금까지도 기억하는 걸 보면, 심리학자들이 ‘예삿일이 아니다 잠재의식 속에 깊이 각인되어서 심각한 휴유증…뭐라뭐라 할’ 게 뻔하다.

40살이 넘은 나이에, 어느 명절날, 부모님과 형제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재미삼아 이 에피소드를 들려드렸다. 그때 어린 것이 얼마나 억울했는지 아세요 했더니 어머니가 우신다.
‘어미가 미련해서 귀한 아들을 학대했으니, 하느님이 벌하시겠구나…흑흑.’

사람이 살다보면 거짓말을 안 할 수 없다고 흔히들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나 거짓말에 쩔어서 산다고 과거 선교사들이 말했다. 군대가면 제일 먼저 교정시키는 것이, 거짓말 행위이다. ‘양심불량’이라고 복창하면서 단체기합을 받던 기억들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서’가 가장 주된 이유이지만, 과거 그 엉덩이 아픈 기억의 영향도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거짓말은 철저하게 안 하고 살아왔다. (약속을 안 지킨 적이 있기는 하다.)

요즘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권한다. 거짓말 하지 마라. 자존심이 있는, 배운 인간이라면 거짓말 하지마라. 거짓말을 안 하기는 어렵지 않다. 바른 말을 하기도 거짓말을 하기도 곤란할 때에는 No comment라고 하면 된다. (무슨 사정이 있나부다, 딴 데 가서 알아보자) 민주와 인권이 꽃피는 시절에 입다문다고 누가 뭐라고 못한다.

자식과 손자들 앞에서도 뻔뻔하게 거짓말 하는 넘들이 있다. 두고봐라, 큰 후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 대두되는 특별한 부류들에게 특별히 말하고 싶다.
“ 거짓말 하지 마라, 이 더러운 거지 발싸개 같은 넘들아, 니들 그러다 지옥간다.”

어린 시절, 강제로 허위자백을 하고 지장을 찍어야 했던 민주화운동의 용사들이여, 이제는 거짓말 하지마라. 아모리 몸에 배었다 하더라도, 이젠 거짓말 그만 해도 되지 않겠나? 이근안이도 사라지고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