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Macho 칼럼니스트) ” 사랑의 비극은 결국 죽음도 이별도 아니다. 두 사람 중 어느 한 쪽이 상대를 사랑하지 않게 되는 날이 언젠가 올 것을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지난날에는 하루만 못 만나도 견딜 수 없을 만큼 사랑했던 여자를 지금은 다시 만나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다면 그보다 무서운 비극은 없다. 사랑에서 진짜 비극은 무관심이다.”
남태평양의 사모아 섬이 배경인 윌리엄 서머싯 몸 (W. Sommerset Maugham) 의 단편소설 ‘레드 (Red) ’의 한 구절이다.
역사과학자들은 사모아에 인간이 정착한 때는 기원전 약 2,000 년경부터란다. 배를 타고 사모아에 정착한 그들은 동남아와 멜라네시아에서 온 오스트로네시아인들이었고 현재 사모아인들에겐 그 선조의 피가 섞여 있다. 정식 명칭 사모아 독립국 (Independent State of Samoa) 은 뉴질랜드에서 약 2,800km 떨어져 있고 미국령 사모아 바로 서쪽에 우폴루섬과 사바이 (Savaii) 등 10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이 남태평양의 자존심 폴리네시아 문화의 심장으로 피지 , 바누아투 , 통가 , 미국령 사모아 , 하와이 등과 꽤 비슷한 문화가 많다.
사모아의 수도인 아피아 (Apia) 는 우폴루 (Upolu) 섬 북쪽에 있고 사모아 전체 인구의 반이 거주하는 유일한 대도시다. 시 중심부 클락 타워 (Clock Tower) 와 아피아 시티 센터 (Apia City Center) 가 쇼핑몰, 상점, 식당, 호텔, 술집, 클럽 등이 있는 유일한 번화가다. 시내 관광안내소 뒤편에 사모아 문화 마을(Samoa Culture Village)가 있어 매주 화, 목요일엔 요리, 춤, 노래, 공예품 제작 등 전통 체험행사가 있다. 관광객들은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사거나 무료로 직접 만들어도 볼 수도 있다.
아피아 섬 동남쪽에 있는 로토파가 마을에는 향기로운 꽃으로 가득한 열대 정원 아래 사모아가 자랑하는 관광명소 토 수아 오션 트렌치 (To Sua Ocean Trench) 가 있다. 폴리네시아말로 토 수아는 ‘ 거대한 구멍 ‘, 오션 트렌치는 ‘해구’를 뜻한다. 정글 숲 속에 숨겨진 거대한 분화구에 걸쳐진 사다리에 올라 10m 아래 파란색 물속으로 뛰어내리는 사람들. 분위기에 나도 뛰어보니 생각보다 안 무섭다. 이 토 수아 오션 트렌치가 사모아를 세계에 알리는 일등공신이었다.
오래전부터 사모아의 물맛은 알아준다 . 바일리마 양조장(Vailima Breweries)은 사모아의 대표적 맥주 공장이다 . 바이 (Vai) 는 물, 리마(Lima)는 손이란 뜻으로 죽어가는 연인을 손으로 물을 떠먹여 살렸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다. 6.7~4.9% 로 다양한 도수의 독일식 라거로 생산량이 연간 850 만 Lt 인데 거의 국내에서 소비된다. 코카콜라가 이 회사를 인수한 덕분에 사모아에선 세상에서 가장 물맛 좋은 코카콜라와 맥주를 즐길 수 있단다.
수도 아피아 (Apia) 에서 약 40km 떨어진 바일리마 (Vaillima) 마을에 ‘납치’, ‘보물섬’, ‘지킬박사와 아이드씨’등을 저술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Robert Louis Balfour Stevenson) 박물관이 있다. 작가이자 시인인 스티븐슨은 1894 년 12 월 3 일 44세로 생을 마감했다. 이 박물관은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가 살던 집으로 가구, 식기, 책, 장식품 등 그가 사용했던 모든 유물이 있다. 벽면엔 여러 나라말로 번역된 ‘보물섬’ 책이 전시돼 있고, ‘ 80 년대 한국어판도 보인다. 그가 사모아인들을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했는지 그가 죽자 원주민들은 가파른 산꼭대기까지 길을 내 그의 무덤을 만들어 지금까지도 그를 기리고 있다. 존경과 애도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지 강제로 세금 들여 동상을 세운다고 되는 게 아니다.
테우일라 잔치 (Teuila Festival) 는 각 마을공연단이 화려한 의상을 입고 춤추는 남태평양의 주요 잔치 중 하나로 사모아 최대의 축제다. 매년 9 월 초 열흘간 계속되는 행사에는 전시회, 요리대회, 문신과 조각 쇼, 경찰악대의 화려한 시범, 미스 사모아 선발대회 등이 펼쳐진다. 사모아의 전통 요리 우무 (Umu) 는 바나나 잎으로 감싼 고기와 채소에 불로 뜨겁게 달군 돌을 놓고 그 위에 다시 바나나 잎, 야자껍질 등과 흙을 덮어 두세 시간 물을 뿌리며 익힌다. 증기로 요리하기 때문에 바나나 잎의 향이 고루 스며들어 부드러운 고기와 채소들이 맛도 깔끔하다. 요즘 식당 등에서는 바나나 잎 대신 알루미늄 포일을 쓰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사모아와 직선으로 약 4,200km 떨어져 있는 하와이 원주민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요리를 한다.
택시는 많지만, 요금은 미리 흥정하다. 국제운전면허증은 아피아 시 경찰서나 렌터카 회사에서 새 임시면허를 발급받아야 렌터카를 몰 수 있다. 사모아 버스는 여러 색으로 다양하게 색칠된 관광 명물로 아피아 시장 앞 버스정거장에 있다. 각지로 가는 버스는 다 여기서 출발하고 도착하는데 시간표도 없고 승객이 다 차야 기사가 시동을 건다. 관광객들은 버스색상에 한 번 놀라고 타서 자리가 없으면 남의 무릎 위에 앉는 것에 두 번 놀란다. 버스정류장 옆 푸드마켓엔 푸짐하고 맛있는 피시앤 칩스가 단돈 몇천 원이다.
카바 (Kava) 음료수는 모든 행사나 모임에서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 현지인 친구가 농담으로 밥은 안 먹어도 카바 물은 마신다며 자꾸 권한다. 카바는 ‘취하는 고추’란 뜻의 남태평양 말이다. 시장에 가면 말린 카바 뿌리를 쌓아놓고 판다. 이걸 커다란 나무대접에 넣고 빻아 물을 타면 마치 흙탕물처럼 갈색이 된다. 휘저어 한 모금 들이키면 흙 맛이 나며 입술, 혀, 잇몸과 입 주위까지 얼얼하고 마비가 된다. 치과 치료 때 마취주사 맞은 기분이다.
대다수 기독교인인 관계로 일요일엔 대부분 상점도 문을 닫고 조용하다. 일요일과 해가 떨어지면 마을 출입을 삼가자 . 아피아 같은 대도시는 괜찮지만, 지방의 촌락을 방문할 때는 노출이 심한 옷은 피하고 꼭 추장인 마타이 (Matai) 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
해안가 마을엔 비치 팔레 (Beach Fales) 라고 있다. 야자수로 지붕만 덮은 꼭 우리나라 정자처럼 생긴 쉼터다. 약 2~3 만 원 정도면 여기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다. 손님이 오면 진짜 간단한 침구류와 모기장만 준다. 시원하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와 상쾌한 태평양 공기 , 천지로 쏟아져 내리는 별들이 아까워 밤을 꼬박 새운다 . 관광청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남자나 여자나 원색의 화려한 무늬가 있는 라바라바 (lava-lava) 라는 통치마를 즐겨 입고 실내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는 것 등 동남아문화의 영향도 엿보인다. 전통을 고수하는 사바이 등 다른 섬에 비하면 수도 아피아가 있는 우폴루 섬은 개방되고 현대화된 곳이지만 아직도 관습을 중요하게 여기니 꼭 머릿속에 담자. 다른 관습을 존중할 줄 알아야 여행의 가치도 있다. 덧붙여 사모아는 범죄율도 낮고 안전한 곳 중 하나지만 도심지의 집 나온 떠돌이 개들은 조심하자. 어디나 집 나온 것들이 문제다.
사모아에서는 5 월과 10 월 둘째 주 일요일을 일 년에 두 번 ‘ 화이트 선데이 ’ 로 정하고 아이들은 머리 위에서 발끝까지 흰옷을 입는 풍습이 있다. 아이들을 위한 날이고 우리로 따지면 어린이날과 같은 의미다. 가장 여행하기 좋은 시기는 5 월과 10 월 사이로 날씨가 좋아 잔치나 행사들도 풍부하다. 사모아는 서쪽에 있던 날씨변경 선을 동쪽 끝으로 옮겨 세계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나라가 됐다.
Photo Coutesy | Machobat, South pacific fashion , Samoa Tourism Author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