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미각적 테이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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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메독 세미나에서 와인을 시음하는 참가자, 제공: 와인마케팅경영연구원

(미디어원=한관규 와인마케팅경영연구원 원장) 와인 테이스팅은 주관적이어서 개인 취향에 따라 맛과 향을 감지하는 정도가 각각 다르며, 사람마다 다르게 표현한다.

그렇다고 와인 테이스팅을 막연하게 해서는 안 되며, 전문가들이 와인 스타일을 분류할 때 사용하는 객관적인 특징 몇 가지를 염두 해 두면 좋은 길잡이가 된다.

달콤함 맛의 특징, 바디라는 질감의 특성, 신맛과 탄닌의 밸런스, 와인의 여운, 오크통에서 나는 향 같은 아로마의 특징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이정표’를 알게 되면 와인 테이스팅 탐험에 순항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와인 테이스팅은 마시거나 음식과 식사할 때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로 부담 없이 감상하게 된다. 그러나 마신 와인을 분석하지 않거나 예술 작품도 집중하여 파악하지 않으면 기억에 오래 남지 않고 잊게 된다. 그래서 와인을 제대로 향을 느끼고 맛보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접근법을 찾은 것이다. 특히 사람의 감각은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동일한 조건에서 와인을 비교하고 명확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와인 테이스팅 기본은 체크 리스트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접근하여 특징을 살펴보고 자신의 시음 노트와 점수를 매기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단 시음할 때마다 한 번에 한 가지 감각만을 사용해 와인을 평가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와인 품질의 그림을 그리면 된다. 이러한 방법으로 지속적인 시음이 이루어지면 머릿속에 와인들이 저장되어 각 와인들의 고유의 특징이 기억되며, 점점 전문적인 테이스팅 세계의 즐거움을 얻게 되는 것이다.

와인의 미각적 테이스팅

와인 시음에서 무엇보다 즐거운 것은 직접 마셔보는 것이다. 프랑스의 노르베르 고(Norbert Got)는 “와인은 한 잔 마신 후에 그 와인이 좋으면 다시 한 잔 더 마시고 싶어진다.”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마시는 즐거움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올바른 미각적 테이스팅이 필요하며, 기술적인 방법과 순서에 의해서 정확한 분석이 요구된다.

미각 검사 방법과 순서

▴먼저 시음 자는 와인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입안에 적당한 분량(10~15 ml)을 머금어야 한다. 너무 적은 양일 경우 타액에 희석된다.

▴입안에 머물러 있는 와인을 음식처럼 약 15~20초 정도 잘 씹으면서 입안 전체의 점막이 젖도록 전후좌우로 천천히 잘 돌려준다. 이때 느낌은 거의 본능적으로 느끼며 기분 좋은, 일반적인 또는 불쾌한 맛으로 느껴진다.

▴공기를 조금 흡입하여 입안의 와인 향 입자를 발산시키면 향은 비강을 통해 올라간다. 따뜻해진 공기로 인해 강해진 향은 코로 직접 맡은 감각의 미비점을 보완해 준다.

▴충분하게 입안에서 분석 후 마시거나, 우아하게 와인을 뱉는다. 와인의 향과 맛의 여운이 분출되도록 입을 삐쭉 거리면서 입술을 꼭 다문다. 침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타액은 좋지 않다. 많이 시음해야 하는 경우 입안을 물로 헹군 후 다시 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와인 향과 맛의 여운이 얼마나 지속되는가를 분석한다. 입안의 와인을 뱉거나 마신 후에 잔류하고 있는 향과 맛을 파악하는 것으로 와인의 품질과 잠재성을 평가한다. 지속되는 시간을 꼬달리(Caudalies)로 나타내고 1 꼬달리는 1초에 해당한다. 지속성이 오래 될수록 좋은 와인이다.

한관규저 <보르도 와인> 와인 시음 293P

맛의 구성 요소

구강 내에서 가장 부드러운 부분이자 미각을 감지하는 혀에는 수 천만 개의 예민한 미각 세포가 있다. 혀끝은 단맛에, 혀의 앞쪽 양 가장자리는 짠맛에, 혀의 중간 양 가장자리는 신맛에, 혀의 뒷부분은 쓴맛에 반응한다. 따라서 시음 시에는 와인을 혀 위에서 여러 번 굴리는 것이 미각을 느끼기에 유리하다.

단맛:와인의 단맛은 ‘기분 좋은’, ‘밋밋한’, ‘달콤한’ 표현으로 나타내며 점착성을 동반한다. 단맛은 당분에 의해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며, 알코올 또한 단맛을 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특히 1리터당 20~100g당분이 있는 스위트 화이트 와인에서는 강한 단맛을 느끼지만 대개의 경우 와인에 함유된 양이 미미하다. 당도가 높은 단 맛의 와인은 달콤하고 부드러우며, 기분 좋은 느낌을 제공하며 미끈거리며 기름지다고 표현하고 비중감 있는 와인이 된다.

신맛:와인의 신맛은 남쪽지방 와인보다 북쪽지방 와인이 강하고, 수확이 좋지 않은 해의 와인, 2차 발효를 거치지 않은 와인에서 더욱 신맛을 느낀다. 신맛은 혀 양끝을 조이는 느낌을 주며 타액을 분비시킨다. 신맛을 느끼게 하는 산도는 와인에 생기와 청량감을 제공하므로 산 성분이 부족하면 특징이 없는 시시한 와인이 되어 버린다. 산도는 조금만 수치가 달라도 느끼는 맛이 아주 다른 특징이 있다.

쓴맛:저급 와인을 마신 후에 적은 양의 쓴맛을 느끼기도 한다. 기분 좋은 맛은 아니며 거칠고 오래 지속되는 맛이다. 쓴맛은 주로 포도의 껍질, 씨, 푸른 줄기를 압착할 때에 들어가는 탄닌 성분 때문에 생긴다. 포도가 덜 익거나 줄기와 씨를 너무 강하게 압착해서 나오는 경우 쓴 맛과 아린 맛이 난다. 반면에 양질의 탄닌 성분은 입안에서 떨떠름하고 오므라드는 듯한 떫은 맛 효과를 내는데 이것이 훨씬 더 복합적이고 개성 있는 와인을 만든다.

와인의 균형과 조화

와인 미각의 특징은 신맛, 단맛과 탄닌의 쓴 맛이 균형(밸런스)을 이루고 조화로운 결과로서 나타난다. 이 모든 맛과 느낌들은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켜 복합적인 새로운 맛을 갖게 해준다. 시음 자는 이러한 맛의 느낌에서 조화로운 균형을 판단한다. 어느 한 쪽으로 너무 강한 경우 와인은 밋밋하여 맛을 느끼지 못하거나 반대로 너무 강한 경우 지나치게 풍부하여 거부감을 주게 된다.

레드 와인의 밸런스

탄닌, 산도와 부드러운 단맛의 3축으로 하는 구도에서 농도의 크기를 표현한다. 삼각형 중앙에 산도는 약하고, 당도는 적당하며 탄닌이 아주 부드러운 위치를 나타낼 때 와인은 균형이 있다. 단맛은 대다수 드라이 와인일 경우 미미하여 부드럽게 느껴지며, 지나치지 않아야 하다. 탄닌이 지나치면 와인 구조의 균형을 깨며 쓴맛을 낸다. 좋은 수렴성은 유연하며 부드럽고, 풍부하며 육감적인 구조를 가지게 된다. 레드 와인인 경우 산도가 제한적이고 적당하게 있으면 신선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지나치면 날카로운 신맛을 느끼게 된다.

화이트 와인의 밸런스

탄닌은 거의 없으며 산도와 알코올로 나누는 두 축을 이룬다. 젊은 와인에서는 유연하고 생동감 있으며 풍부한 꽃향, 흰색과일 향이 나타난다. 기품 있고 숙성된 화이트와인은 적은 신맛과 부드러운 미각을 느끼게 한다. 적당량의 감미로운 단맛과 알코올은 전적으로 짜임새 있는 스위트 화이트 와인을 만든다. 그러나 반대로 너무 많은 단맛과 지나친 알코올은 역효과를 낳는다. 산도는 원형 구도에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지나치지 않으면 와인에 활기를 넣어준다. 또한 이 맛들은 서로 도와주기도 하고, 감추어 주기도 한다.

한관규저 <보르도 와인> 와인 시음 295P

 

한관규 원장 (와인마케팅경연구원·그랑뱅코리아CEO)

주한 프랑스대사관 겸 제상무관실, 상무관(와인담당) 20년▴보르도 쌩떼밀리온 쥐라드(Jurade)기사 작위/▴저서: <보르드 와인>, <웰빙와인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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