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방규선 여행칼럼니스트) 뉴올리언즈 프렌치 쿼터 맛집을 검색하면 반드시 등장하는 이 곳, 카페 드 몽드 (Cafe Du Monde). 나는 여행을 할 때 남들이 가는 맛집을 일부러 찾아다니지도, 그렇다고 일부러 피해 다니지도 않는다. 그 날의 기분, 동선, 시간에 맞춰 방문할 곳은 방문하고 포기할 곳은 포기하는 편. 얼마 전 나의 사주를 봐주신 아주머니가 말씀하신 대로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내 성격은 여행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갈까 말까 먹을까 말까 고민하지도 않고, 무리해서 억지로 일정에 맛집을 끼워 넣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 카페 드 몽드는 달콤함과 충격을 동시에 안겨준 곳이다. 어쩌면 마지막 날 새벽 두 번째 방문이 큰 실수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지나고 보니 웃지도 울지도 못할, 아니 그래 결국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으니 그거면 됐다.

첫 방문은 무척이나 순조로웠다. 프랑스식 도넛인 베네 (Beignet, 볜예, 비넷, 베넷.. 대체 정확한 발음이 뭔지 알 수 없는) 그리고 시원한 프로즌 카페오레를 주문했다. 베네는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튀긴 후 슈거 파우더를 솔솔솔 뿌린 디저트인데, 많이 달지 않으면서도 중독성 있는 맛이었다.

다만 무언가를 먹을 때 입에 묻히는 걸 끔직이도 싫어하는 나에게 입 주변을 맘껏 더럽혀주는 슈거 파우더는 조금 고통스러웠지만, 맛있으니 참기로 했다. 언제 또 이렇게 입가에 잔뜩 무언가를 묻혀가며 먹어보겠어.

배도 고팠고 덥기도 했던 나는 그 자리에서 도넛 세 개와 프로즌 카페오레를 먹어 치웠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음식 때문에 고민할 때가 많다. 혼자 먹기에 양이 많지는 않은지, 혼자 먹어도 괜찮을만한 분위기인지. 다행히도 카페 드 몽드는 혼자 먹기에 적당한 양과 분위기를 지닌 곳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마지막 날 공항 가기 전에도 방문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게 가장 큰 실수.

마이애미를 경유해 뉴욕으로 들어가는 새벽 6시 비행기를 예매한 나. 3-4시에는 공항으로 출발해야 할 것 같아 숙박비를 아껴보자는 생각으로 재즈바에서 3차까지 혼술을 한 뒤 카페 드 몽드에 들렀다. 마지막으로 도넛이 먹고 싶어서. 시작은 좋았다. 매장 안에 자리를 잡고 도넛을 기다리며 노트북을 두드리며 잠시 업무를 처리하는 중이었다.

잠시 후 도넛이 나오고 한 입 베어 문 뒤 그 맛에 감탄하다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는데, 잠에서 깨어나 보니 엄지 손가락만 한 바퀴벌레가 노트북 위를 느릿느릿 기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대만에 5년간 살면서 수도 없이 마주한 바퀴벌레지만 이 날의 녀석은 그 누구보다 거대하고 무서웠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소리를 꺅 질렀는데, 아무런 상황을 모르는 주변 사람들은 정신 나간 사람 쳐다보듯 나를 힐끔 보더니 다시 각자 대화에 집중했다. 그 사이 바퀴벌레는 푸드덕 날갯짓을 하며 나의 허벅지로 날아들었고, 나는 또 한 번 소리를 지르며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그렇게 나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졸음을 깨기 위해 몸부림치는 동양인 여자, 혹은 도넛이 너무 맛있어 기쁨의 점프를 하던 하이 텐션 여행객으로 남았다고 한다.

비록 소소한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그래도 뉴올리언즈 프렌치 쿼터의 처음과 마지막을 함께한 곳이기에, 카페 드 몽드는 나에게 소중하다. 비가 내린 후 수분기 가득 머금은 뜨거운 공기로 뒤덮인 프렌치 쿼터의 조금은 우울할 뻔했던 분위기를 달콤하게 만들어 준 곳.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그 공간의 냄새, 온도, 그 날 마주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오늘따라 무척이나 그립고 소중하다.

글/사진 : 방규선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