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경영란을 겪는 곳들로는 박물관이 있다. 특히 박물관을 많이 보유한 유럽의 경우 국가별로 혹은 도시별로 국가 보조금 의존도에 따라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5 월부터 많은 박물관을 재개장한 유럽의 경우,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은 1 년 전과 비교에 1/3 이하로 방문객이 줄었다. 독일의 수도에 있는 18 개 박물관으로 구성된 베를린 주립 박물관 (State Museums of Berlin)도 예외는 아니다.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은 작년 대비 일 평균 방문객 숫자가 7%에도 못미치고 있다.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에는 매일 평균 만 명 적도의 방문객을 맞이했었지만 요즘은 8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엄격하게 사회적 거리 제한 지침을 준수하더라도 최소 2m 의 간격을 유지한다면 하루에 2,500 명 밖에 수용을 못하지만 실제 방문객 숫자는 불과 1/3정도인 셈이다.
네덜란드 국립 박물관은 정부 자금의 3 분의 1을 정부로부터 받지만 민간 이니셔티브인 Hermitage의 경우 정부 보조금이 없으며 예산의 70 %를 티켓 판매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유료 방문객들이 주로 50세 이상의 시니어들인 반면 젊은 세대들은 좀처럼 방문관을 찾지 않는다는 것도 슬픈 현실.
한편 독일 쾰른의 루드빅 박물관의 경우 거의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방문객 감소 피해가 없는 편이다. 방문객이 있어야 운영되는 게 박물관이지만 방문객의 입장료가 박물관 운영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유럽 박물관기구 네트워크 (Network of European Museum Organizations)가 실시한 41 개국 설문 조사에 응답한 30% 이상의 응답자들은 Museo de La Rioja 와 스페인의 미주 박물관 (Museum of the Americas) 등 소규모 박물관들은 영구적으로 폐쇄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물관 폐쇄에 따른 상황의 심각성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박물관이 티켓 판매 및 관광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정부 자금을 받는지에 따라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
특히 근로 소득과 자선 활동으로 살아남는 미국의 박물관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유럽보다 취약한 상태이다. 미국 박물관 연합은 코로나19 로 인한 방문객 급감 현상을 상쇄해주기 위한 적극적 정부 지원이 없다면 미국 내 박물관의 30 %가 재정 위기로 인해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럽 연합이 올 여름에 코로나19원조 패키지를 시행한 것에 대해 유럽 연합의회는 그동안 유럽 문화 및 창조 부문 (CCS)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면서 RRF (Recovery and Resilience Facility; 회복 및 복구 시설 자금)의 최소 2 %를 유럽 CCS로 유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Creative Europe 이 코로나 원조로부터 추가 자금을 더 타내 28억 유로로 늘려야 한다는 성명서도 낸 바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문화 유산적 충격이 미래 세대들에게 얼마나 클 지를 단순한 수피로 판가름하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박물관 폐쇄를 결정한다 하더라도 폐쇄 조치를 시행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과 소장품의 유지 보수에 따는 비용이 오히려 지금의 경영 악화로 인한 비용보다 클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래저래 박물관 업계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