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 가락을 관객들과 꾸준히 소통하는 장충동 국립극장의 완창판소리 11월 공연인 ‘김수연의 수궁가’가 지난 21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독보적인 발성과 호흡으로 정평이 난 김수연 명창은 박초월 명창에게 직접 배운 미산제 ‘수궁가’를 국립극장 무대에서 완창하였다.
스승인 미산 박초월 명창의 소리 전통을 가장 잘 계승했다고 평가받는 만큼, 김수연 명창의 11월 완창판소리 무대는 미산제 ‘수궁가’의 멋과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였다. 미산제 ‘수궁가’는 송흥록-송광록-송우룡-유성준-정광수-박초월로 이어져왔으며, 동편제의 우직함과 서편제의 계면성이 조화를 이루고 상하청을 넘나드는 음과 화려한 시김새가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수궁가’의 여러 유파 가운데서도 서민적인 정서와 자연스러운 소리가 특히 잘 녹아 있으며 정서를 극적으로 표출하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김수연 명창은 “수궁가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에서도 인간사 충(忠)을 다룬 귀한 소리”라며 “우리 삶에 지혜와 위안을 건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완창 무대에 서려 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수연 명창은 높은 청으로 부르는 절절한 애원성과 끝없는 노력의 득음으로 얻어진 곰삭은 수리성(쉰 목소리와 같이 껄껄한 음색의 성음)을 능숙하게 구사해 작품마다 호소력 짙은 소리로 깊은 한의 정서를 탁월하게 펼쳐 보였다.
김 명창은 어린 시절 고향 군산의 집근처 국악원에서 들려오는 민요와 국악기 소리에 자연스럽게 이끌려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해 이후 서울에서 당대 최고봉 명창으로 꼽히던 박초월 명창과 성우향 명창을 사사했다. 탁월한 음악적 재능을 바탕으로 소리 공부에 전념한 그는 1978년 남원에서 열린 전국판소리명창대회 장원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1989년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부 대통령상, 1992년 서울국악대경연(현 KBS국악대경연) 대상 등 최고 권위의 판소리 대회에서 연이어 수상하면서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이후 김 명창은 1995년부터 2008년까지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에 재직하며 지도위원을 지내는 등 판소리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전수교육조교이자 김세종제 춘향가 보존회 이사장으로서 판소리 전수와 후학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김수연 명창의 관록과 깊은 소리가 돋보인 이번 공연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고법 예능보유자 김청만 명고, 제20회 전국고수대회 대통령상 수상자 조용복이 고수로 함께 하였다. 유영대 고려대학교 한국학전공 교수는 공연의 해설·사회를 맡아 작품의 이해를 도왔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는 1984년 시작된 이래, 당대 최고의 명창들이 올랐던 꿈의 무대이자 판소리 한 바탕 전체를 감상하며 그 가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최초·최장수·최고의 완창 무대이다. 전통에 대한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키며 소리 내공을 쌓고 있는 최고의 소리꾼이 매달 이 무대를 통해 귀명창과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