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 살아 숨쉬는 상징적 존재 ‘호랑이’를 주제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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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민호기자

21세기 시각예술 문화를 선도하는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코리아나미술관이 ‘호랑이’를 주제로 한 특별기획전 ‘호랑이는 살아있다’展를 19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호랑이는 살아있다’는 코리아나미술관과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의 호랑이 관련 소장 유물과 회화, 그리고 동시대 작가들의 시선이 담긴 영상, 회화 및 설치 작품으로 구성된 특별기획전이다.

힌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 1위, ‘호랑이’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우리나라 건국 신화인 ‘단군 신화’에 등장하기도 하는 호랑이는 수천 년의 역사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풍습과 문화, 정서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호랑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표상으로서 올림픽 같은 국제적 행사의 마스코트나 국가 대표팀의 엠블럼 등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였다.

사진: 이민호기자

전시 제목 ‘호랑이는 살아있다’는 한민족의 기상을 투사했던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동명 작품명에서 빌려온 것인데, ‘호랑이’라는 상징적 존재를 향해 오늘날도 지속되고 있는 가상의 믿음을 ‘살아있다’란 현재형 동사를 통해 강조하고자 했다. 백남준은 2000년 새천년맞이 행사로 추진된 공연 <DMZ 2000>에서 당시 첼로와 월금 형태를 한 8미터 크기의 대형 비디오 조각을 야심차게 선보이며 전세계로 생중계하였는데, 같은 제목으로 변주된 형태의 에디션이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었다.

중앙의 모니터를 통해 북한의 체제 선전용으로 제작된 호랑이 다큐멘터리, 다양한 민화 속 호랑이의 모습 등이 편집되어 등장한다. 백남준에게 있어 역사적 고난과 고통 속에서도 반만년 동안 굳건하게 산야를 누비며 생존해 온 호랑이의 기상과 강인한 생명력은 한민족의 메타포이자 밀레니엄 세대를 맞이하는 한국인의 미래지표로 투사된다. 백남준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듯, 지금은 안타깝게도 멸종 위기에 처해있지만, 호랑이의 상징적 존재는 역사를 관통하며 지금도 우리 곁에 살아 숨쉰다.

사진: 이민호기자

예로부터 호랑이는 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의미를 담고있어,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 호랑이 전시가 모두에게 큰 힘이 되길 소망 한국 미술에서 호랑이는 민족적 상징이자 신통력 있는 영물인 동시에, 해학적이며 친근한 모습으로 등장해 왔다. 우리 조상들은 호랑이의 용맹함과 날렵함이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힘이 있다는 믿음 또는 염원을 가지고, 다양한 곳에 호랑이 문양을 넣거나 혹은 실제 호랑이의 일부를 재료로 사용하곤 했다.

주목할 만한 전시 작품으로는 액운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어 패용했던 호랑이발톱 노리개부터 용맹함을 상징하여 조선 시대 무관 의복의 가슴과 등을 장식한 호랑이 문양의 흉배, 신행을 떠나는 신부의 사인교 지붕에 덮었던 호랑이무늬 가마덮개 등의 유물과, 호랑이 그림을 많이 그려 당대 ‘황호랑이’로 알려진 우석 황종하의 ‘맹호도’, 소재 유삼규의 ‘군호도 8폭 병풍’, 까치호랑이 민화, 운보 김기창이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념하여 제작한 석판화 ‘신비로운 동방의 샛별’, 민중미술의 선구자 오윤의 목판화 ‘무호도’ 등이 있다.

사진: 이민호기자

국내외 동시대 작가 5인 <이은실. 이영주. 한주예슬. 제시카 세갈. 필립 워널> 의 시선으로 바라본 ‘호랑이’ 관련 현대 작품도 함께 선보인 이번 전시는 ‘호랑이’라는 도상의 전통적 해석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미술관과 박물관이 공존하고 있는 기관의 특성을 살려, 전통의 유물, 회화와 함께 현대적 관점이 담긴 작품들을 함께 만나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