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경쟁력으로서의 서울의 스카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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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교쪽에서-본-여의도-스카이라인

우리는 세계적인 대도시들을 가면 그 도시의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에 감탄한다. 크고 작은 건물과 건물들, 그리고 획일적이지 않은 다양한 건축디자인의 조화들이 하늘에 그려내는 선의 미학 말이다. 그러한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은 그 도시를 가보고싶고, 추억하고싶고, 다시 또 방문하고싶은 중요한 관광경쟁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 최대도시인 서울의 스카이라인은 어떤가. 서울에 과연 스카이라인이라고 부를만한 선이 있었던가. 인구 1,000만명, 주변 위성도시까지 2,500만명이 사는 메트로폴리탄으로서의 서울에 과연 이러한 건축심미학적인 스카이라인이 존재하고있는지 한번 묻고싶다.

서울, 스카이라인이 아름다운 도시 19위.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가진 도시는 어디일까. 2015년 미국의 관광·식음료 정보제공 매체 ‘스릴리스트'(Thrillist) 는 세계적으로 스카이라인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시 20곳을 선정해서 발표한 적이 있다.

스카이라인이 아름다운 도시 1위로 선정된 시드니

1위는 호주 시드니가 차지했다. “극적 대조를 이루는 하버 해변의 푸른 물과 흰색 오페라 하우스 뒤로 ‘과도하게 개발되지 않았지만 인상적인’ 고층빌딩군이 아름다운 도시”라는 평가와 함께 말이다. 시드니에 이어 2위는 홍콩, 3위는 도쿄, 4위 상하이, 5위 쿠알라룸프르, 6위 싱가포르 등 서울을 빼고 아시아권 도시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스카이라인이 아름다운 도시 4위로 선정된 상하이

그 뒤를 이어 7위 시애틀, 8위 시카고, 9위 두바이, 10위 토론토가 선정되었고, 그 뒤로는 샌프란시스코(11위), 로스앤젤레스(12위), 라스베이거스(13위), 뉴욕(15위) 등 미국도시들이 뒤를 이었다. 서울은 19위, 20위가 중국의 선전이었다.

서울에 19위라고 할만한 스카이라인이라도 있었을까

그 매체가 서울의 어떤 부분의 스카이라인을 보고 19위로 정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19위로라도 선정된게 그나마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내 눈엔 서울엔 스카이라인이라고 부를 만한 하늘의 선이 없지 않을까싶다. 한강변엔 거의 같은 모양, 같은 높이의 아파트들만 빽빽한 서울의 어떤 면을 보고 19위로 선정했는지 의아할 뿐이다.

서강대교쪽에서 본 여의도 스카이라인

그나마 그동안 서울의 스카이라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지역은 서강대교쪽에서 바라본 여의도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LG트위타워 옆에 모던하게 깎아놓은 IFC 건물 3개동이 이루어내는 다양한 선과 다양한 높이가 그런대로 한강과 어우러져 볼만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아무런 멋도 없고 높기만한 여의도 최고높이 파크원의 A, B동이 들어서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나홀로 100층짜리 빌딩으로는 스카이라인이 될 수 없다

123층, 높이 555m의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타워는 555m에 이르는 123층의 건물로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처럼 모두들 기대를 하였다. 특히 한국의 전통문화를 상징하는 붓끝을 모티브로 한 날렵한 건축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이란 높낮이가 다른 다양한 디자인의 건축물들이 여백의 미와 함께 뿜어내는 선의 연장선이지, 잠실의 아파트촌에 우뚝솟은 나홀로 100층짜리 건물을 우리는 스카이라인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건축미학상으로는 나홀로아파트와같은 뜬금없는 돌출의 선일 뿐이다.

아쉬운 국내최고 높이의 GBC 건축설계 디자인

105층, 높이 569m로 계획된 현대자동차 GBC

마침 서울의 최고 노른자위 땅인 강남의 삼성동에 현대자동차의 정몽구 전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글로벌비지니스센터가 105층, 569m로 들어선다는 계획에 드디어 서울에 스카이라인다운 스카이라인이 조성되나 기대를 했었는데 그 건축디자인을 보고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국내최고 높이의 건물이 독특한 디자인으로 들어선다면 바로 옆 무역센터 등의 빌딩군과 함께 멋진 스카이라인을 기대했으나 105층 건물의 용적율만을 극대화한 특징없는 성냥값 디자인으로 그 높이 빼고는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으니 말이다.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위해 GBC 설계를 바꾸어야 한다.

최근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다시 기대해볼만한 뉴스가 있었다. 아버지의 숙원사업을 이어받은 정의선회장이 용감하게도 GBC 설계안을 기존의 105층이 아니라 50~ 70층짜리 2~3개동으로 바꿀 것을 검토한다는 뉴스였다. 그것이 3조 7000억으로 추산되는 건축비도 1조 정도 대폭 절감하고 수천억원 규모의 군 레이더장비 구매비용으로 지출해야하는 돈도 아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현대건축의 전시장이라 일컬어지는 시카고의 스카이라인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으로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들과 어마어마한 투자전쟁을 치루어야할 현대자동차로서는 매우 현실적인 결정으로 박수를 받을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관광경쟁력으로서의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고려할 때 네모반듯한 성냥값 모양의 105층짜리 건물 한동보다는 다양한 높이와 디자인의 50~70층 짜리 3개 정도의 GBC로 건축설계가 바뀌는게 훨씬 아름다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래를 내다보는 현대차 젊은 새회장의 현실적인 정책변경을 강남구가 앞장서서 반대를 한다고 한다. 기필코 강남에 국내최고 높이의 랜드마크 빌딩을 세워야겠다는 1등 지상주의를 포기하기 싫어서다.

그렇다면 강남구청장에게 묻고싶다. ‘당신이 바로 수십만명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한국경제의 대들보인 현대차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느냐’고 말이다. 그렇지 않을 바에야 젊은 새회장의 현실적인 결단에 박수를 보내고 모든 행정절차를 뒷받침하여 현대차의 설계변경을 도울 일이다.

단,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을 망쳐놓은 파크원의 전철을 밟지 않게끔 삼성동 전체의 스카이라인과 건축디자인을 고려하면서 말이다.

‘나의 건축은 남의 View다’라는 생각만이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만든다

나는 건축가 승효상의 이 말을 가장 좋아한다. ‘나의 건축은 남의 View다’라는 건축철학 말이다. 내가 아무리 한국 최고 높이의 건물을 짓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나혼자만의 건물이 될 수 없는 일이다.

건물이 크고 높을수록 그것을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아질테니 그 건축의 설계, 그 건축의 디자인은 자기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전체적인 그 지역의 스카이라인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부디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는 현대차 GBC건물이 지금의 삼성동 빌딩군들과 조화롭게 어울릴 다양한 높이와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스카이라인을 구축, 서울의 관광경쟁력을 한껏 올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코리아뉴스투데이 윤목 컬럼리스트  ym0826@koreanewstoday.net

윤목(칼럼니스트)
성공회대 미디어컨텐츠융합자율학부 겸임교수
前  한양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겸임교수
前 제일기획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