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좀 하고 무지하게 그러지 마세요!”
대한민국 국회의 모든 법률안을 최종 검도하고 체계와 자구를 심사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수장이 국정감사장에서 상대를 향해 내지른 호통이다. 그러나 이 서슬 퍼런 훈계는 불과 몇 초 만에 대한민국 헌정사에 남을 역대급 자폭이자 희극으로 전락했다. 정작 호통을 친 서영교 법사위원장의 입에서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가장 기초적인 헌법 체계를 완전히 뭉개버리는 엉터리 법리가 당당하게 쏟아져 나온 탓이다.
파문의 현장은 지난 10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장. 여야가 대법관 제청권과 사법권 독립 문제를 두고 격론을 벌이던 중,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마이크를 잡고 상기된 얼굴로 쏟아낸 발언은 현장에 있던 취재진과 법조 관계자들의 귀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입니다. 여러분 착각하지 마세요.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예요. 예,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고 행정부의 장이 국무총리고 사법부의 장이 대법원장이고 입법부의 장은 국회의장인 거예요.”
“착각하지 마세요. 대통령이 대법원장하고 같은 수준인 줄 압니까? 대통령이 왕 아닌 거 알아요. 지금 대통령은 국가 원수인 거예요. 대법원장이 착각을 하고 있어요. 대통령을, 국가원수 자리를 그렇게 맞먹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서 위원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증인석에 앉은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을 쏘아보며 “헌법 제104조 1항을 외우라”, “무지하게 그러지 마라”고 윽박질렀다. 본인이 틀린 줄도 모른 채 남을 무식하다고 가르치려 든 완벽한 적반하장이었다.
“행정부 수반은 총리?”… 헌법 제66조 4항도 모르는 법사위원장
서 위원장의 발언은 대한민국 헌법의 근간을 뿌리째 부정한 무지의 극치다.
대한민국 헌법 제66조 제4항은 단호하게 못 박고 있다.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행정부의 수반은 예외 없이 ‘대통령’이다. 국무총리는 헌법 제86조 제2항에 따라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보좌기관이자 2인자일 뿐, 행정부의 독자적인 수장이 결코 아니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이고 행정부 장은 국무총리’라는 발언은, 대한민국 헌법 체계가 대통령 중심제인지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백지상태 수준의 지적 파탄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꼴이다.
헌법 쟁점 대비
1. 행정부의 수반
- 서영교 주장: “행정부의 장은 국무총리”
- 대한민국 헌법 제66조 제4항: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2. 국무총리의 지위
- 서영교 주장: 사법부·입법부와 대등한 행정부 독자 수장
- 대한민국 헌법 제86조 제2항: “대통령을 보좌하며 명을 받아 통할”하는 보좌기관
3. 사법부와의 관계
- 서영교 주장: “감히 국가원수에 맞먹으려 드나” (수직 복종 요구)
- 대한민국 헌법 제101조·103조: 삼권분립 및 법관의 독립 심판권 보장
“국가원수가 왕이냐, 아이고 머리야”… 국감장 아수라장
서 위원장의 발언은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와 사법부 독립을 둘러싼 헌법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대통령이 국가원수라는 사실은 헌법 제66조 제1항에 명시돼 있다. 그러나 국가원수라는 지위가 사법부에 대한 지휘권이나 우월적 지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은 각기 다른 헌법상 권한을 행사하며,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지휘를 받아 재판하는 관계도 아니다.
따라서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를 근거로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맞먹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주장은 권력분립의 원칙과 충돌한다.
“왕정 국가 망상”… 법사위원장의 헌법 인식 도마
단순한 말실수로 치부하기엔 그 밑바닥에 깔린 권력관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헌법 제66조 제1항이 대통령에게 국가원수 지위를 부여한 것은 국가를 대표하는 헌법상 지위를 규정한 것이지, 사법부를 수직적으로 지배하는 군주적 권한을 부여한 것이 아니다.
대법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사실 역시 마찬가지다. 헌법 제104조 제1항에 따른 임명 절차는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에 상하 복종 관계가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를 사법부에 대한 우월적 서열로 해석한다면, 이는 현대 민주공화국의 삼권분립을 왕정시대의 권력 서열과 혼동하는 위험한 헌법 인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률안의 체계와 자구를 심사하는 국회의 핵심 상임위원회다. 그런 자리의 수장이 카메라 앞에서 무식과 오만을 무기 삼아 사법부 수장을 굴복시키려 드는 모습에, 여의도 정가와 법조계에서는 당혹감과 깊은 실망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신랄한 조롱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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