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래 기자 ㅣ 미디어원
미국과 일본이 급락한 엔화를 방어하기 위해 함께 시장에 들어왔다.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공동 개입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 통화의 위기가 일본 안에서 끝나지 않고 원화와 아시아 금융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개입 직전 엔화는 달러당 164엔 안팎까지 밀렸고 공동 대응 뒤 157엔 아래로 반등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이 한 차례 개입에 약 365억8000만달러를 투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투입 규모가 크더라도 환율 방향을 장기간 돌릴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왜 미국이 일본 엔화를 직접 샀나
엔화가 빠르게 떨어지면 일본 수입물가가 오르고 주변 아시아 통화에도 매도 압력이 커진다. 투자자들은 일본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한국과 다른 수출국 통화까지 함께 팔 수 있다. 엔화 약세가 원화 약세와 자금 이탈로 번질 수 있는 구조다.
미국에도 지나친 달러 강세는 부담이다. 미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달러로 빚을 진 신흥국의 상환 부담이 커지면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미국으로 되돌아온다. 이번 공동 개입은 특정 환율선을 지키는 것과 함께 시장에 강한 경고를 보내는 성격이 있다.
164엔에서 157엔, 반등은 컸지만 근본 원인은 남았다
환율은 중앙은행과 정부의 매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미국 금리가 일본보다 높은 상태가 이어지면 투자자는 낮은 금리의 엔화를 팔고 높은 수익을 주는 달러 자산을 선택한다. 일본은행의 금리정책과 미국의 통화정책 기대가 바뀌지 않으면 엔화는 다시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이 원유와 천연가스를 대부분 수입한다는 점도 약점이다. 중동 불안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일본 기업은 결제용 달러를 더 많이 사야 하고 엔화 매도 압력은 커진다. 호르무즈 해협 상황과 엔화 환율이 연결되는 이유다.
엔저는 원화와 한국 물가에 어떻게 번지나
엔화와 원화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투자자들은 두 통화를 아시아 수출국 통화로 묶어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엔화가 급락하면 원화도 약세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외국인 주식·채권 자금 흐름에도 영향을 준다.
원화 약세는 해외여행과 유학비, 수입 식품과 원자재 가격을 올린다. 원유와 가스를 달러로 결제하는 기업의 원가가 상승하고 항공·해운·석유화학·식품업계가 비용을 가격에 반영하면 소비자물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개입은 시간을 벌 뿐 방향을 영원히 바꾸지는 못한다
공동 개입은 투기적 엔화 매도를 멈추고 급격한 쏠림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 그러나 시장이 보는 것은 개입 당일의 매수액보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 재정정책, 무역수지와 에너지 수입비용이다.
한국도 엔화 반등만 기대해서는 안 된다. 원화 변동성을 줄이려면 외환시장 안정조치와 함께 에너지 가격, 외국인 자금, 국내 금리와 성장 전망을 관리해야 한다. 미국이 엔화를 산 사건은 일본만의 환율 방어가 아니라 아시아 통화 전체에 보내진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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