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그런데 돈을 쓰지 않는 것만은 아니다.
싸면 확실히 싸야 하고, 비싸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 사이에 있던 ‘무난한 중간 가격대’가 가장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NIQ가 최근 공개한 ‘Consumer Outlook: Guide to 2027’에 따르면 일반 가격대 소비재에서 230억달러 이상이 빠져나가 가성비 상품과 프리미엄 상품으로 이동했다.
34% 1년 전보다 형편 나빠졌다
NIQ는 31개국 2만1000명 이상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실제 구매 데이터까지 함께 분석했다.
응답자의 34%는 1년 전보다 재정 상황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반대로 30%는 오히려 나아졌다고 답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 가운데 77%는 가장 큰 이유로 생활비 상승을 꼽았다.
NIQ에 따르면 2024년 100달러였던 장바구니 비용은 현재 전 세계 평균 약 105달러 수준이다.
무조건 싼 제품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생활비 부담이 커졌다면 소비자들이 값싼 제품으로만 이동할 것 같지만 실제 데이터는 달랐다.
일반 가격대 소비재에서 빠져나간 230억달러 이상이 가성비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 양쪽으로 이동했다.
가격을 줄이고 싶은 소비자는 확실히 싼 제품을 찾고 돈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는 품질이나 성능, 브랜드 경험이 명확한 제품으로 올라간다.
가장 난처해진 것은 특별히 싸지도 않고 프리미엄이라고 부를 만한 차별성도 없는 중간 가격대 상품이다.
가격보다 품질·성능 34%
전 세계 소비자의 34%는 제품의 품질과 성능을 구매 가치 판단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가격 부담 가능성을 중요하게 본 응답은 31%였다.
가치가 곧 낮은 가격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격이 조금 높아도 성능이나 품질 차이가 명확하다면 소비자는 지출할 수 있다.
평균 소비자가 사라지고 있다
NIQ가 이번 보고서에서 강조하는 핵심은 기업들이 예전처럼 평균적인 소비자를 상정해서는 시장을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별 소득과 생활비 부담, 주거비, 건강관리 비용, 저축 여력 등이 크게 달라지면서 소비 방식도 동시에 갈라지고 있다.
같은 매장을 찾더라도 한 소비자는 최저가 제품을 고르고 다른 소비자는 가장 비싼 프리미엄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AI도 구매 결정에 들어왔다
소비 변화는 가격과 품질에서 끝나지 않는다.
NIQ 조사에서 응답자의 55%는 소비재 구매에서 AI 추천의 영향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27%는 이미 AI 쇼핑 도우미나 AI 기반 도구를 활용해 구매 결정을 내린다고 응답했다.
과거에는 매장 진열대에서 눈에 띄는 것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AI 검색과 추천 목록에 포함되는 것이 새로운 경쟁 조건이 될 수 있다.
기업에는 더 어려운 시장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신중해진 것이지만 기업에는 훨씬 까다로운 시장이 됐다.
싸게 팔 것인지 더 비싸더라도 확실한 품질과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애매한 가격과 애매한 품질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진다.
2027 소비의 키워드는 선택
이번 조사를 단순한 불황형 소비로 읽으면 절반만 보는 셈이다.
34%가 재정 상황 악화를 호소하고 생활비 부담은 여전히 크다.
하지만 동시에 일부 소비자는 프리미엄 제품에 돈을 더 쓰고 있다.
앞으로 중요한 질문은 소비자가 돈을 쓰느냐가 아니라 무엇에는 돈을 쓰고 무엇은 포기하느냐가 될 가능성이 크다.
230억달러가 중간 가격대에서 빠져나갔다는 숫자는 그 변화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싼 제품에는 확실한 절감 이유가 필요하고 비싼 제품에는 확실한 품질 이유가 필요하다.
그 어느 쪽도 아닌 적당한 상품이 가장 위험한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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