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바다로 내려앉은 광개토-Ⅲ Batch-Ⅱ 3번함 ‘대호김종서함’의 진수는 한국 해군에 각별한 이정표다. 시운전과 평가를 거쳐 2027년 12월 해군에 인도되면, 한국은 세종대왕급 3척과 정조대왕급 3척으로 이어지는 ‘6척 이지스 함대’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게 된다.
하지만 척수보다 먼저 들여다봐야 할 것은 따로 있다. 1번함 세종대왕함이 취역한 2008년 이후 흘러간 18년 동안, 한국 해군이 이지스 구축함이라는 거함에 부여한 작전의 본질이 완전히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7600톤에서 8200톤으로 불과 600톤 커진 선체지만, 두 함정 사이에는 한반도 전장 환경의 냉혹한 변화가 고스란히 각인돼 있다.
“궤적은 보이지만 쏠 수가 없다”…세종대왕급이 마주했던 현실
2008년 전력화된 세종대왕함과 율곡이이함, 서애류성룡함은 도입 당시 그 자체로 독보적인 해상 방패였다. SPY-1D 레이더는 북한 탄도미사일이 지면을 박차고 오르는 순간을 포착해 장거리에서 궤적을 추적할 수 있었다. 해상 조기경보 면에서 강력한 능력을 갖춘 함정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의 공백이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동해 상공을 가르며 날아갈 때, 바다 위의 세종대왕급은 자신이 가진 무장으로 이를 직접 격추할 수 없었다. 주력 함대공유도탄인 SM-2는 적 항공기와 순항미사일을 요격하는 구역 방공용 무기였지, 탄도탄을 직접 요격하기 위한 무기체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세종대왕급은 적 미사일을 가장 먼저, 가장 정확하게 포착하고 추적하면서도 자체 탄도탄 요격수단은 갖추지 못했다. 레이더 화면에 목표물이 선명히 찍혀도 바다 위에서 직접 요격할 수 없었던 ‘관측선’의 한계가 존재했던 셈이다.

‘보는 눈’에 ‘요격 수단’을 얹다…KAMD의 바다 전진배치
대호김종서함으로 마침표를 찍는 정조대왕급은 바로 이 뼈아픈 간극을 메우기 위해 건조됐다.
정조대왕급에는 탄도탄 탐지·추적과 해상 기반 미사일방어 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최신 이지스 전투체계가 탑재됐다. 그리고 한국은 KDX-Ⅲ의 탄도탄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SM-6 도입을 결정했으며, 해상기반 탄도탄 요격유도탄 확보도 별도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차이는 명확하다. 세종대왕급이 적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포착하면서도 자체 요격수단이 없었던 것과 달리, 정조대왕급은 바다 위에서 탐지와 추적을 넘어 직접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상 방공망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해상 축으로 작전 개념 자체가 확대되는 것이다.
잠수함을 찾아내기 위해 제 소음부터 지운 선체
공중의 위협을 막아내는 것만큼이나 심각했던 숙제는 바닷속이었다. 북한의 잠수함 전력은 현대 해전에서 수상함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비대칭 전력이다.
정조대왕급은 선체 하부에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첨단 통합소나체계를 장착해 수중 표적의 탐지 능력을 강화했다. 여기에 대잠 유도무기와 최신예 MH-60R 시호크 해상작전헬기가 결합해, 수중 위협을 발견하면 함정과 헬기가 입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기관실의 변화도 주목할 지점이다. 가스터빈 엔진 4대로만 기동하던 세종대왕급과 달리, 정조대왕급에는 하이브리드 전기추진체계(HED) 2대가 추가됐다. 단순히 유류비를 아끼려는 목적이 아니다. 저속으로 적 잠수함을 추적할 때 전기추진을 활용함으로써 함정 자체가 바다로 흘려보내는 ‘수중 방사소음’을 낮추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제 몸의 소리를 숨겨야만 적 잠수함의 숨소리를 먼저 들을 수 있다는, 철저한 대잠전 생존 철학의 산물이다.
8200톤의 더 커진 배, 그런데 왜 발사관은 40개나 줄었을까
하지만 이 모든 최신 기술을 확인하고 나면 한 가지 의아한 숫자에 부딪히게 된다. 함정의 펀치력을 상징하는 ‘수직발사관(VLS)’의 수량이다.
선도함인 세종대왕급은 7600톤 선체에 무려 128셀의 발사관(Mk.41 80셀 + 국산 K-VLS 48셀)을 빽빽하게 꽂아 넣은 함정이었다. 미 해군의 주력 알레이버크급(96셀)을 넘어서는 압도적인 무장이었다. 그런데 15년 뒤에 등장한 정조대왕급은 배 길이가 4m 길어졌고 배수량도 8200톤으로 불어났는데, 발사관은 되레 88셀로 40개나 깎여 나갔다.
신형 군함의 체급이 커지면 무장도 더 많이 싣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군은 왜 거꾸로 발사관 수를 40개나 덜어내는 설계를 택했을까?
여기에는 더 크고 강력한 유도무기를 수용하기 위해 개발된 대형 ‘차세대 한국형 수직발사체계(K-VLS-Ⅱ)’의 등장과, 그 속에 들어갈 새로운 유도무기의 정체가 숨어 있다. 하지만 발사관 크기를 따지기 전에, 우리는 먼저 정조대왕급 3척 사이에 존재하는 ‘기묘한 3년의 시간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같은 도면으로 찍어낸 쌍둥이 배들이 왜 서로 다른 시기의 무장 환경을 만나게 되었는지, 그 내막을 2편에서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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