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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정조대왕함과 2027년 김종서함…같은 배, 그러나 3년의 무장 단층선

선체 설계는 같지만 ‘채워 넣는 무기’가 바뀌었다…SM-6 확정과 K-VLS-Ⅱ 완료가 바꾼 전투력의 실체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같은 함급에서도 함정 건조와 무장체계 개발의 시간표는 서로 다르게 움직인다.

광개토-Ⅲ Batch-Ⅱ의 1번함 정조대왕함은 2024년 11월 해군에 인도됐다. 그리고 3번함 대호김종서함은 2027년 12월 바다로 나선다. 두 배는 길이 170m, 폭 21m, 경하톤수 약 8200톤의 동일한 도면으로 건조된 쌍둥이 함정이다.

하지만 군함의 전투력은 선체를 띄우는 날 완성되지 않는다. 강판을 이어 붙여 배를 완성하는 ‘조선(造船)’의 시간표와, 그 속에 장전할 미사일과 전투 소프트웨어를 검증하는 ‘방산(防産)’의 시간표가 서로 다르게 굴러가기 때문이다. 정조대왕함이 해군에 닻을 내린 2024년과 대호김종서함이 실전에 들어설 2027년 사이, 이 3년의 간극 동안 한반도 해상의 무장 생태계는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해상 기동 중인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급 전력화와 함께 SM-6와 K-VLS-Ⅱ 등 주변 무장체계도 단계적으로 성숙하고 있다.

2024년엔 결정되지 않았지만, 2027년을 향해 움직이는 것들

가장 결정적인 변화는 함대공유도탄의 확정이다. 2024년 정조대왕함이 취역할 당시만 해도 장거리 함대공유도탄 확보 사업은 진행형이었다. 함정이 먼저 전력화되고, 그 위에 올라갈 새로운 장거리 요격전력이 뒤따르는 구조였다.

물꼬가 터진 것은 2026년 5월이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KDX-Ⅲ급에 탑재할 장거리 함대공유도탄으로 미국산 SM-6를 최종 결정했다. SM-6는 적 항공기와 순항유도탄뿐 아니라 대함탄도탄과 탄도탄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까지 강화하는 장거리 방공 유도탄이다.

다만 2027년 대호김종서함 인도와 동시에 SM-6의 전체 전력화가 완료된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방위사업청이 밝힌 SM-6 사업기간은 2023년부터 2034년까지다. 중요한 것은 정조대왕함이 인도된 2024년에는 진행형이던 장거리 함대공유도탄 사업이 2026년 SM-6 기종결정을 거치면서 구체적인 무장체계로 확정됐다는 점이다.

2024년의 정조대왕함과 2027년의 대호김종서함은 같은 함급이지만, 두 함정이 마주하는 무장 환경은 이미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발사관 자체의 기술적 성숙도도 달라졌다. 국산 대형 유도무기를 뿜어낼 ‘차세대 한국형 수직발사체계(K-VLS-Ⅱ)’는 2025년 9월 공식 체계개발을 완료했다.

다만 K-VLS-Ⅱ는 체계개발 완료 이전인 2024년 전력화된 정조대왕함에 이미 우선 탑재됐다. 따라서 정조대왕함은 ‘개발형’, 대호김종서함은 ‘완성형’이라고 단순하게 나눌 수는 없다. 오히려 정조대왕함에 먼저 탑재된 K-VLS-Ⅱ가 체계개발 완료와 양산을 거치면서 정조대왕급 전체의 무장 기반이 3년 동안 성숙해가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발사 시 뿜어져 나오는 고온·고압의 화염을 처리하는 능력, 그리고 유도무기 연동을 표준화해 하나의 셀에서 여러 종류의 무장을 운용하는 ‘애니 셀, 애니 미사일(Any Cell, Any Missile)’ 개념이 적용된 것도 K-VLS-Ⅱ의 핵심이다.

정조대왕급 3척, 그리고 KDDX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이 3년의 흐름을 짚어보면 한국 해군 구축함 전력의 거대한 시간표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조대왕급을 바꾼 ‘3년의 무장 시간표’
2024년 11월정조대왕함(1번함) 해군 인도
2025년 9월K-VLS-Ⅱ 체계개발 공식 완료
2026년 5월SM-6 장거리 함대공유도탄 기종 결정
2026년 말다산정약용함(2번함) 해군 인도 예정
2027년 12월대호김종서함(3번함) 인도 예정…6척 이지스 체제 완결

정조대왕급 3척은 단순히 똑같은 군함 세 척을 순서대로 찍어내는 과정이 아니다. 선체가 조선소에서 차례로 진수되는 동안, 그 배를 채울 국산 발사 플랫폼과 전략 유도무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완성되어 결합하는 ‘점진적 전력화의 3년’이었다.

그리고 대호김종서함이 바다로 인도되는 2027년 이후, 시선은 마침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으로 옮겨간다. 선체는 우리가 만들었지만 미제 이지스 전투체계에 의존했던 정조대왕급을 넘어,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와 함정 전투체계까지 우리 손으로 독자 개발하는 순수 국산 전투함의 시대다.

KDDX는 이제 구상 단계도 아니다. 방위사업청은 2026년 7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계약을 체결했고, 2032년 선도함의 해군 인도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호김종서함은 해외 기술 이지스함의 화려한 피날레이자, 국산 전투체계를 중심으로 한 KDDX 시대로 넘어가는 가장 묵직한 징검다리 역할을 맡고 있다.

다시 남겨진 의문: 88셀의 진짜 의미

무장은 고도화됐고, 발사관은 더 커졌으며, 요격전력 확보도 구체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다. 7600톤 세종대왕급이 128셀의 미사일 수직발사관을 품었는데, 8200톤으로 덩치를 불리고 차세대 무기를 얹은 정조대왕급은 왜 88셀로 40개나 줄어들었는가 하는 점이다. 단순히 “신형 미사일이 커져서”라는 답변만으로는 40개라는 막대한 무장 숫자의 격차를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그 40개의 빈자리에 과연 해군은 무엇을 밀어 넣었는가. Mk.41, K-VLS, 그리고 거대해진 K-VLS-Ⅱ의 치수와 면적이 드러내는 ‘진짜 화력의 비밀’, 그리고 그 뒤에 숨은 64년의 해군사를 3편에서 본격적으로 추적한다.

이지스 대해부 4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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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128셀에서 88셀로…숫자의 후퇴 뒤에 숨은 64년의 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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