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랑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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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은 이제 더 이상 타문화에 배타적이지 않다. 오히려 자문화 보다 타문화가 더 편한 사람들도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변화들 때문에 일본의 대중문화는 한동안 한국에 발도 들이지 못했던 예도 있다. 진보적이다 못해 혁신적이었던 ‘국경없는 나라’라는 외침이 촌스러운 타이틀이 된지는 이미 오래다.
그래서 세계는 지금 그 국경 없는 나라들과 사회, 경제, 문화, 정치 모든 면에서 피 터지는 경쟁을 벌이고 있음은 물론이다. 국경 없는 나라들과 치열한 경쟁이라니 아이러니하지만 이러한 논쟁의 여지는 세계의 공론 사이에서 우습게 됐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세상에 그러한 유토피아적 발상이 어디있냐는 ‘진실’은 어딜 가나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진다. 한국인들은 이제 국경도 없고 문화적 거부감도 없는, 오히려 신선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더욱 가까워진 세계로 떠나고 있다.
문제는 한국사람들이 해외여행을 하는 만큼 세계인들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주목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사람들은 세계 각국의 문화와 자국을 홍보하는 매체를 손쉽게 접하며 각자의 기호에 맞게 언제든지 훌쩍 해외여행을 떠난다.
중국은 장대한 문화와 아름다운 자연 경관, 어딜 가나 넘치는 붉은색으로, 일본은 정갈하면서도 깔끔한 음식과 사무라이 정신, 동양적이지만 ‘과연 일본다운’ 문화로 유럽은 또 유럽스럽게 동남아 역시 동남아스럽게 한국인뿐만이 아닌 세계인들을 매료시켰다.
그렇다고 한국이 ‘한국스럽지’ 않은가. 한국사람이면 다 알고 있는 특유의 ‘정’은 한국을 찾은 노랑머리 메부리코 외국인들을 매료시켰다. 김치, 불고기, 비빕밥 같은 음식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유네스코등재를 기다리는 한국 구석구석의 문화재들과 아름다운 팔도강산은 어디다 내어놔도 으뜸이다.
그런데 이 좋은 한국을 우리만 알면 무엇이냐는 것이다. 얼마 전 오스트리아 대사관의 미하엘 오터 상무참사관의 인터뷰 자리에서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는 일하고 있는 사무실이 도심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사방으로 보이는 산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에 굉장히 만족스러워 했다. 도심 한가운데서 산을 보기란 세계 어떤 도시를 가도 보기 힘든 광경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칭찬에 흐뭇해하고 있을 무렵, 그가 촌철살인의 말을 던졌다. ‘그런데 다른 나라 사람들은 한국에 뭘 보러 올까요?’
중국과 일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고, 여행객들을 끌어 모으는 유럽과 동남아 국가들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은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단다. 이어 서울에 대한 칭찬과 한국문화에 대한 호감, 전통음식에 대하여 구구절절 이야기 했지만 귀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도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흐릿한데, 다른 나라 사람들은 한국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중국에 출장 갔을 때의 일이다. 백명은 족히 넘는 중국 관광업계의 사람들이 모인자리에 서울시에서 한국을 홍보하기 위한 영상을 보여줬다. 그 영상은 한류스타들과 서울의 고층빌딩, 잘 다져지고 깔끔한 도시를 보여주며 눈부시게 발전한 서울을 자랑스럽게 홍보하고 있었다. 이어서 중국과 일본 미국 등에서 한국을 홍보하는 영상을 보여줬지만 마찬가지의 내용이다. 한국의 자랑을 서울이라고 못 박고 있었다.
과연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자랑을 서울이라고 말한다면 그들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매료되어 한국을 찾고 싶은 나라로 생각할 수 있을까. 물론 자랑스럽게 발전한 한국의 수도 서울, 칭찬할만하지만 진정한 한국을 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