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의 오케스트라 ‘사계’가 지금까지도 큰 인기를 누리는 것은, 사계절의 변화를 아름답고 섬세하게 묘사했다는데 있다. 자연은 너무나 위대하기에, 감히 범접할 수 없지만 그 아름다움이야 누구든지 보며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지난 9월 13일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콘티넨탈 호텔 웨딩 페어에서도, 사계의 황홀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비발디마저도 모든 계절을 예찬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선 어느 계절도 소홀히 하기 힘들다. 각 계절마다 독특한 개성과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은 지난 7월과 8월 두 달간 하모니 볼룸을 비롯한 중소 연회장을 개보수했다. 리노베이션 이후 첫 공식행사인 웨딩 페어에서 연회장들은 각각 새로운 웨딩 컨셉트를 선보였다.
호텔의 가장 큰 연회장인 하모니 볼룸을 들어서자, 자연스레 감탄사가 나온다. 규모도 크지만, 그야말로 ‘고품격’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럭셔리한 웨딩홀이다. 밴드의 아름다운 재즈선율에 이끌려, 30미터가 넘는 긴 캣워크 위를 걷는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넓은 홀 안이 더욱 화사하고 꽉 차 보이는 것은 꽃의 위력이 크다. ANA 인터콘티넨탈 도쿄의 플로리스트 히비야 카단(Hibiya Kadan)의 테이블 데코레이션 작품들은 다양한 꽃의 조화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곳곳에 자리 잡은 촛불과 함께 어우러진 오색찬란한 꽃의 향연은 그 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황홀경으로 이끌기에 충분하다.
일본의 대표적 웨딩플라워 브랜드인 히비야 카단은 사계절로 구성된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맞춰 각각의 특성을 가진 아름다운 웨딩홀을 선보인다.
봄의 정원(르 자르뎅) – 다이아몬드 홀
천장의 연두색 물결조명이 인상적인 봄의 정원은 홀 전체가 자연주의적 인테리어로 구성되어 있다. 메인무대 양쪽에는 10그루의 나무가 배치됐고, 캣워크에도 부드러운 인조잔디가 깔려있어, 마치 자연 속에 있는 듯 한 싱그러운 봄의 향기가 난다.
여름 바다(라 메르) – 모데라토 룸
조개껍데기와 산호초, 소라와 불가사리 모형, 바닷모래 등 생각만 해도 너무나 신나는 여름 바다가 떠오르는 모든 것들이 테이블 위에 장식돼 있다.
바닷가 콘셉트의 데코레이션은 여름 바다에서 이뤄지는 아름다운 해변 결혼식을 연상케 한다.
가을의 로맨스(라 로망스) – 비바체 룸
벨 에포크 시대의 아름다운 촛불 장식은 다소 건조해 보일 수 있는 가을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절제된 꽃과 나무 장식, 그리고 연보라색 테이블, 고풍스런 접시와 찻잔은 가을의 로맨틱함을 더해준다.
겨울의 파티(라 페뜨) – 알레그로 룸
연말의 설렘. 그리고 크리스마스 파티. 겨울의 날씨는 춥지만, 낭만은 따뜻하다. 룸 전체가 흰 색으로 돼 있고, 빨간색 찻잔이 대비돼 황금빛 촛불과 함께 신비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자그마한 꽃송이들을 바라보는 재미도 색다르다.
웨딩의 날(르 주르)!
결혼식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축복받아야 마땅한 소중한 이벤트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결혼식 날짜를 잡기 위해 고심하지만, 사실 일 년 하루하루는 모든 가능성을 지닌 중요한 순간의 연속이다. 그렇기에 날짜보다는 실제로 결혼에 임하며 가지는 순수하고 거룩한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
“사랑은 눈을 멀게 하고, 결혼은 눈을 뜨게 한다” 는 말이 있다.
눈을 뜬다는 것은 깨어 있는 것과도 같다. 결혼을 잘 못하면 평생을 지옥에서 사는 것 같은 고통이 따른다. 그만큼 결혼이란 평생을 좌우할 만큼 소중한 것이다.
사계의 콘셉트로 만들어진 웨딩홀이 일 년 내내 모든 이에게 결혼의 숭고함을 전하길 기대한다.
성연호 기자 ( travelnews@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