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태백산에서 나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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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은 산 ( 山 ) 이로다
태백산은 해발 1,567m 로 예부터 한라산 , 지리산과 함께 남한의 명산으로 손꼽혔다 . 비교적 완만한 산세를 가졌지만 , 최고봉인 장군본과 문수봉은 남성미가 넘치는 웅장함을 자랑한다 . 산 정상에는 하늘에 제를 올렸다던 천제단이 있어 지금도 개천절에는 태백제가 열린다 .
이곳에서 발원하는 물은 영남 평야의 젖줄인 낙동강과 한강 , 삼척의 오십천을 이뤄 , 국토의 종산이자 반도 이남의 산의 모태가 되는 산이다 . 또 , 남녀노소 무리 없이 오르기 좋은 산으로 유명하다 . 암벽이 적고 경사가 완만하며 , 계절별로 그 매력이 다양하다 .
특히 ,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낙조가 유명한데 , 맑은 날 정상에서 멀리 동해의 일출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연말연시 등산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
차가운 바람이 부는 12 월 31 일 , 새해를 보겠다는 인파로 태백역은 가득했다 .
태백 토박이의 말로는 유일사 입구에서 장군봉 , 천제단을 가는 것이 태백산 등반의 정석이라 귀띔한다 .
새벽 4 시 , 유일사 입구에는 일출을 보러 온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 코앞도 분간하기 어렵게 어두웠지만 , 몇몇 등산객은 미리 준비해온 램프로 길을 환하게 비췄다 .
일행과 간단한 점검을 한 후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 유일사 입구 삼거리에서 정상을 향하는 길목 앞전까지 , 이 길이 가장 춥고 긴 고난의 코스다 . 며칠 전부터 내린 눈은 길을 제외하고는 수북이 쌓여있었다 . 매년 태백산에 일출을 보러온다는 등산객은 산이 깊고 바람이 강해 , 여간해서는 3 월까지는 눈이 녹지 않는다고 한다 .

# 고적한 산행 , 희망의 일출
간식도 나눠 먹으며 소곤대는 대화 소리도 끊긴 시간 , 옅은 숨소리와 아이젠이 얼음에 박히는 소리만이 정적을 깬다 . 한 해의 끝에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산을 오르는 , 진정 나를 찾아 떠나는 명상의 산행이다 .
태백산은 바람이 세기로도 유명한 산이다 . 한 번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매섭게 부는데 , 다행이 이 날은 바람이 강하지 않았다 . 대신 함박눈이 내려 , 앙상한 나무 터널 사이를 걷는 사람들에게 환상적인 설경을 선물했다 .
날이 어렴풋하게 밝아 올 무렵 , 앙상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 이것이 유명한 태백산의 주목이다 . 주목을 두고 ‘ 살아서 천년 , 죽어서 천년을 간다 ’ 는 말이 있다 . 가지마다 얼어붙은 상고대는 도심의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은 비교도 되지 않게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 이렇게 죽은 듯 보이는 주목도 봄이 오면 물기를 머금고 싹을 틔운다고 해 , 연세가 있는 어르신들은 당신네 삶과 비슷하다며 농담도 건낸다 .
2 시간 반 남짓 걸었을까 , 주목 군락지를 뒤로 장군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 드디어 천제단 , 몇몇 등산객은 천제단에 음식을 차리고 새해 소원을 빌고 있었는데 , 일행도 가지고 간 귤과 과자를 올려 함께 소원을 빌었다 . 동쪽을 향해 밝고 큰 새해를 기다리는 모습도 잠깐 , 어느 덧 환해진 하늘은 구름으로 덮여 아쉽게도 해를 볼 수 는 없었다 .
하나라도 놓칠까 쉼 없이 셔터를 누르던 손이 잠시 멈추고 , 구름 사이로 잠깐 얼굴을 내민 태양에 탄성이 터져 나온다 .

# 하산 , 마음속에 새긴 새해 희망
내려오는 길에는 망경사라는 절이 있다 . 그 규모도 크지 않고 볼거리도 많지 않지만 , 추위에 지친 등산객이 잠시 쉬어가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 준비해온 차와 먹거리를 나눠 먹고 , 갈증을 용정의 물로 식힐 수 있다 . 용정이라 불리는 이곳 샘물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약수로 알려져 있다 . 수량이 언제나 풍부하고 , 천제를 지낼 때는 꼭 이 물을 사용한다고 한다 . 1 시간여를 더 내려오면 당골광장에 도착하게 된다 .
이곳에서는 매년 1 월에서 2 월 사이 , 국내 ‧ 외 눈 조각가들이 빚어낸 세계 불가사의 조각 전시와 눈싸움 대회 등 눈축제가 열리고 있다 . 또 이글루 카페 , 눈썰매 타기 등의 행사도 진행돼 , 가족단위 관광객은 물론 , 해외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 .
새해 희망을 품고 찾아간 태백산에서도 2011 년의 해는 떠올랐다 . 비록 , 올해는 구름이 많아 온전한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 함께 산에 올랐던 많은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 지난 한 해의 후회와 아쉬움일랑 천제단에 모두 올리고 , 올 한해도 희망만이 가득하리라는 태양의 축복에 신묘년의 아침은 그렇게 밝았다 .
여행 ‘N Tip
‣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강릉행 무궁화고 열차가 하루 5~6 번 있다 . 승용차를 이용할 결루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 제천 IC 에서 38 번 국도로 나와 영월 , 정선을 지나 진입하면 된다 .
‣ 당골에서 산행을 시작할 경우 , 태백역에서 당골입구까지는 버스를 이용해도 좋고 택시를 타도 좋다 . 버스는 화성고속 ( 영암고속 ) 노선버스가 30 분 간격 (07:38~22:25) 운행한다 . 당골 출발 첫차는 07:15, 막차는 22:45 까지 운행한고 , 택시로는 1 만 원가량 거리다 . 버스를 이용해 당골입구 앞의 찜질방을 이용하는 것도 추천하는 방법이다 .
유일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면 , 유일사 부근 민박촌을 예약하는 것이 좋다 . 하지만 31 일은 성수기여서 방을 잡기가 쉽지 않다 . 터미널에서 유일사행 첫차는 6 시 25 분에 있다 . 산행 시간까지 합치면 , 일출을 보기 어렵다 . 태백역 앞에는 숙소로 잡을 곳도 많고 , 음식점도 밤새 영업을 한다 . 3 시 ~4 시경 태백역에서 택시를 타고 유일사까지 1 만 5 천 원가량 소요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