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엑스포에서 자연도 만끽하세요”

시간의 정원서 뛰노는 동심 가득한 아이들.
(티엔엘뉴스=성연호 기자) ‘2011 경주세계문화엑스포 ’ 는 공연 , 전시 , 영상 , 체험행사가 수두룩해 하루 온종일 꼬박 둘러봐도 아쉬움이 남는다 . 하지만 경주엑스포에 가서 문화콘텐츠만 관람한다면 엑스포를 제대로 즐겼다 할 수 없다 . 이번 엑스포 주제가 ‘ 천년의 이야기 – 사랑 , 빛 , 그리고 자연 ’ 인만큼 ‘ 자연 ’ 이 주는 매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

경주엑스포가 열리는 엑스포공원은 자연의 품에 안겨 있다 . 토함산과 황룡산 사이에 뻗어 나온 대덕산을 병풍삼아 ‘ 아평지 ’ 라는 자연연못을 끼고 조성됐다 . 대덕산은 1921 년 한국호랑이가 마지막으로 잡힌 곳으로 , 요즘도 가끔 고라니와 꿩이 나타난다니 ‘ 천연 ( 天然 )’ 공원이라 할 수 있다 .

공원 정문을 들어서면 서라벌의 숲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 신라 왕경 ( 王京 ) 숲 ’ 이 눈에 들어온다 . 신라의 숲이 가지는 역사적이고도 문화적인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신화와 자연이 한데 어우러져 신비한 분위기를 풍긴다 .

신라왕경숲 안에 조성된 꽃마차를 배경으로 외국인관광객.
신라 왕경 숲에는 소나무 · 느티나무 · 회화나무 등 우리나라 향토 수종이 거대한 수림대를 형성하고 , 아름다운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 감 , 산수유 , 좀작살 , 산사나무에 열린 색색의 열매들은 계절을 실감케 한다 . 관람객들이 언제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숲 구석구석에 쉼터도 마련해 뒀다 .

이곳에는 박혁거세의 탄강전설 ( 誕降傳說 ) 이 깃든 우물 ‘ 나정 ’ 을 재현해 놓고 실개천을 연결시켜 청량감을 준다 . 경주타워 앞에서부터 졸졸 흐르는 냇물은 숲을 가로 질러 정문 앞 분수대까지 이어진다 .

계림지 교관선 앞
공원 왼편에 조성된 ‘ 계림지 ( 안압지를 축소한 모양의 연못 )’ 도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자랑한다 . 이곳에는 ‘ 장보고 교관선 ’ 이 띄워져 있는데 , 관람객들에게 ‘ 포토 존 ’ 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 교관선은 신라시대 청해진 대사 장보고가 신라와 당 , 일본과의 중개무역에 사용한 무역선을 1/3 로 축소한 길이 10 미터짜리 목선이다 .

엑스포공원에는 신라 왕경 숲 외에도 아름다운 자연이 넘실거리는 곳이 많다 . ‘ 경주엑스포 비경 ’ 이라 불리는 ‘ 연지 ’, ‘ 아사달 조각공원 ’ 과 ‘ 시간의 정원 ’ 이 특히 그러하다 .

‘ 세계 춤 페스티벌 ,’ ‘ 비보이 페스티벌 ’ 등 굵직한 공연들이 시간대별로 열리는 백결공연장 앞에 자리 잡은 ‘ 연지 ’ 는 연꽃 형상으로 만들어 연꽃을 심은 연못이다 . 비단잉어가 연꽃 사이로 노닐고 수령 500 년이 넘은 아름드리 왕버들이 그늘을 만들어 도시락을 나눠 먹기에 그만이다 .

풀 (Full) 3D 입체영화 ‘ 벽루천 ( 푸른 눈물 팔찌 )’ 을 상영하는 ‘ 첨성대영상관 ’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진입로 쯤 되는 위치에 과채류 넝쿨 터널을 만난다 .

아사달조각공원 야외전시
축구공만 한 초록색 박이 주렁주렁 열려있는 터널을 따라 걷다보면 우리 문화유산을 모티브로 한 작품 20 여점이 전시돼 있는 ‘ 아사달조각공원 ’ 이 나온다 . 이곳은 드넓은 공간에 조각 작품이 한 점 한 점 자리하고 있어 유유자적하게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

걷기에 좋은 앙증맞은 산책로와 쉬었다 갈 수 있는 원목 벤치도 곳곳에 있는데 , 그 자체가 한 폭의 풍경화다 . 은빛 억새와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 손가락 사이로 스치는 바람은 깊어가는 가을에 취하게 만든다 .

서양식 정원 콘셉트의 ‘ 시간의 정원 ’ 은 유럽 정형의 정원 스타일에 동양문화를 접목시켰다 . 회양목과 잔디로 꽃문양 , 福 자 , 卍 자 등 전통문양을 연출하고 산책로는 다양한 꽃으로 장식해 놓았다 . 천마총에서 나온 천마도를 조형화 한 집채만 한 ‘ 천마상 ’, 주사위 모양의 신라시대 놀이기구 ‘ 주령구 ’ 를 1 천배쯤 키워놓은 거대한 주령구 , 정원 테마의 모티브가 된 ‘ 십이지신상 ’ 은 엑스포 속살을 본 사람들만의 은밀한 ‘ 포토 포인트 ’ 다 .

이곳에는 포석정 모양의 ‘ 유상곡수 체험장 ’ 과 오두막이 자리해 운치를 더한다 . 눈부신 하얀 메밀꽃 길을 따라 가다보면 메밀묵밥 , 메밀묵무침 , 해물파전 , 막걸리를 파는 ‘ 메밀꽃 주막 ’ 이 발길을 멈춰 세운다 . 하늘평수가 넓은 이 주막에서 막걸리 한잔을 들이키는 것도 엑스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이다 .

연꽃모양의 연지
한참동안 공원이 내어주는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 아평지 ’ 라는 주왕산 주산지를 닮은 자연연못에 다다른다 . 화려한 공연들이 열리는 백결공연장 뒤편에 있는 이곳은 존재만으로 고즈넉한 정취를 불러온다 . 여기가 뜨거운 축제의 현장인지 이국의 숲속인지 착각마저 든다 .

무르익어 가는 가을날 세계 각국의 대표 공연과 전시 관람도 좋고 , 멋진 비경의 손짓에 발걸음을 맡기는 것도 좋다 .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라면 .

지구촌 48 개국이 참여해 매일 30 여 가지의 공연 , 전시 , 영상 , 체험행사가 열리는 ‘2011 경주세계문화엑스포 ’ 는 오는 10 일까지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