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맛골은 현재 청진동 재개발로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곳과 수복재개발로 재현되는 곳으로 나뉘게 됐다 . 피맛골에 찾아온 변화에 40-50 년 동안 일구어온 삶의 터전을 떠나고 , 수복재개발구역으로 옮겨오고 , 피맛골 주변 골목에 다시 새 터전을 잡은 상점 사람들이 생겨났다 .
“ 권리금 한 푼 못 받고 나간다 ”
재개발 통보로 대부분의 상점과 단골집을 찾아왔던 사람들이 사라진 피맛골 골목에 아직까지 그곳을 지키고 있는 한정식 ‘ 부림 ’ 에 기정삼 사장을 만났다 . 예전 같았으면 시끌벅적했을 식당 안이 썰렁하다 .
기씨는 “ 땅 주인만 배부르지 , 우린 권리금 한 푼 못 받는다 . 온지 얼마 안 됐는데 이곳마저 헐리게 되었다 ” 며 서문을 연다 . 기씨는 몇 년전 , 재개발이 확정 됐던 피맛골 골목에서 다른 골목으로 자리를 옮겨 온지 얼마 안됐다 . 피맛골 골목에서만 30-40 년 장사를 해온 기씨는 옮겨올 당시에도 많은 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한 상황이다 .
“ 새로 들어가는 건물의 월세가 터무니없이 비싸다 . 100 만원만 내면 됐던 월세가 새건물에서는 2,000 만원이다 ” 고 말하며 억울한 마음을 토로한다 .
100 여만원의 세를 내던 상인들에게 상가 입주는 버거웠으며 시의 지원 또한 미비했다 . 대부분 점포들은 르메이에르 빌딩으로 이주 된 상태지만 일부는 동떨어진 곳으로 밀려났다 . 입주를 하더라도 높은 월세 때문에 벌써 가게를 내 놓은 곳도 있다 .
기씨는 “ 외국에서는 역사가 있는 오래된 골목을 보존하는 사례도 많은데 우리나라는 유독 그런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 ” 면서 “ 피맛골을 찾던 외국인들도 이렇게 오래된 왜 헐어버리냐며 섭섭한 마음을 얘기한다 ” 고 말한다 .
이제는 간혹 오는 단골들의 얘기도 전한다 . 단골들 대다수가 빈대떡도 굽고 , 연탄에 생선을 구어 먹었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서운해 한단다 .
높은 월세에도 불구하고 새 건물에 옮겨간 상인들의 이유가 궁금했다 . 새로 입주하더라도 입주 장소의 인테리어는 본인이 직접 해야 되기 때문에 또 추가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
기씨는 “ 몇 십년동안 한곳에서 장사했는데 차마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못하고 단골들 때문이라도 새 건물에 입주하는 사람들이 많다 ” 며 “ 옮겨간 사람이나 남은 사람이나 힘들긴 매 한지다 ” 고 말한다 .
기씨는 또 “ 자본가들에 의해 이런 상황이 된다는 것이 너무 허무하다 . 재개발을 할 때는 기존 상점의 영업권을 인정해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고 말하며 , “ 권리금으로 2 억 6000 만원이 들어갔다 . 권리금이라도 보장을 해줬으면 좋겠다 ” 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 .
“ 깨끗해진 외관에 젊은 손님들도 많이 온다 ”
장원족발의 김민자 사장은 피맛골을 40 년이나 지킨 터줏대감이었지만 , 과감한 결단으로 새로운 건물로 입주했다 . 새로운 건물은 수복개발로 기존의 피맛골 상점을 새로운 건물에 입주시켜 피맛골을 재현한 것이다 .
김씨는 “ 이전한지 1 년 4 개월 정도 됐다 . 월세가 비싸지만 그 만큼 매출이 나와서 힘들지는 않다 . 원래 있던 곳과 매출이 비슷한 상황이다 ” 며 기분 좋게 말문을 연다 .
김씨는 또 “ 저녁 영업만으로는 유지가 어려워 오전부터 영업을 하지만 , 오히려 주변 경관도 깔끔해지고 덕분에 젊은 손님들도 많이 찾아와서 상황이 나아진 것 같다 ” 고 말한다 . 그는 전의 단골들도 이전한 곳을 알고서 곧 잘 찾아온다고 귀띔한다 .
김씨는 이사비용만을 받기는 했지만 우선입주권과 분양권을 얻어 빨리 이전 할 수 있었다 . 좀 더 나은 보장비용을 받기위해 기다린 사람들은 입주권 마저도 얻지 못해 , 이제는 새 건물에 입주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
김씨는 “ 분양받은 건물이 1 층이라서 그나마 매출을 유지하는 부분이 있다 . 지하나 윗층의 입주자들은 손님이 없어서 많이 힘들어 한다 ” 고 전한다 . 기존 피맛골 재개발 구역에 있던 3 분의 2 정도의 상인들은 새 건물에 입주했고 나머지 상인들은 외곽이나 피맛골 주변 골목에 다시 입점했다 . 그리고 여전히 재개발 구역에 남아 있는 상인들도 있다 .
“ 뿔뿔이 흩어지고 헤어질 때는 너무 아쉬워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 하지만 이제는 단골손님들이 이전한 곳으로 찾아오면서 , 알던 얼굴을 찾기 때문에 자리를 쉽게 비울 수 없다 ” 고 말하는 김씨의 표정은 밝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