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이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서 떠나는 드라이브는 확실한 정보가 생명이다 . 이에 ‘ 가깝고 괜찮은 곳 어디 없나 ’ 인터넷을 기웃대는 시간을 확실하게 줄여줄 드라이브 코스가 있다 . 드라이브의 매력은 ‘ 쉼 ’ 과 ‘ 여행 ’ 의 중간 지점에 있다는 점 . 여행을 떠날 때 필요한 거창하고 치밀한 계획 없이도 , 훌쩍 길을 나설 수 있는 그 여유가 드라이브를 더욱 자유롭게 만든다 .
피곤함의 연속에 놓인 지친 일상들이 주말의 한적한 드라이브를 꿈꾸며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는가 . 큰마음 먹을 필요도 없다 . 지금부터 시작 되는 ‘ 광릉수목원 길 ’ 드라이브 코스는 , 차에 몸을 맡기는 순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펼쳐질 것이다 .

워너비 주말을 사수하라 !
쌓여있는 일 더미들에 ‘ 아 죽겠다 . 죽겠다 ’ 를 마음 속으로 끊임없이 외쳤더라도 믿는 구석이 하나 있었다 . 그것은 바로 세상 모든 사람들의 워너비 주말 , 주말 중에서도 드라이브를 나서는 순간이다 . 동행자를 포섭하고 짧은 휴일의 시간을 최대한 아껴보고자 도심 주변의 ‘ 국립 광릉수목원 ’ 으로 가는 드라이브를 나서는 순간 , 진정한 주말이 시작됐다 .
광릉수목원은 입장료는 단돈 천원으로 다른 사설 수목원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각종 보호수종이 많아 볼거리가 풍부하단 소문을 익히 들었던 터라 기대감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의 목적은 드라이브였기에 목적지보다 가는 길이 아름다운 곳을 드라이브 코스로 낙찰했다 .
열기가 넘치는 도로는 결단코 피하려는 마음에 아침부터 호들갑스럽게 길을 나선 도로 주행은 배를 타고 흐르듯 막힘없이 흘러갔다 . 가을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들뜬 마음이 만들어낸 기분을 한껏 느끼며 서울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의정부 IC 로 진입했다 .
신곡고가와 금신교차로를 지나 광릉수목원으로 갈수록 도로가 호젓해진다 . 나무를 피해 도로를 만들어 놓은 탓에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속력은 낼 수 없지만 , 속도감을 반납하더라도 섭섭지 않은 나무의 청량한 내음이 바람을 타고 코끝으로 들어왔다 . 한 동안 드라이브 삼매경에 빠져 동행자와 ‘ 우리의 탁월한 선택 ’ 에 대한 자화자찬의 시간을 보내는 틈에 ‘ 봉선사 ’ 의 표지판이 나타났다 .
한껏 들뜬 기분은 봉선사는 코미디언 ‘ 신봉선 ’ 이 지었을 거라는 허황된 농담을 만들어 냈고 , 숨이 넘어 갈 듯 웃고 나서는 봉선사를 들르기로 결정 , 푯말을 따라 좌회전해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 오호라 . 게다가 사찰다운 자비로 무료주차다 .

봉선사가 광릉수목원에 가는 길목에 있어서 그런지 대부분의 사찰을 찾을 때처럼 , 이 여름 산을 타지 않아도 되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 산을 타지 않아도 된다는 행복감에 젖어 , 그러나 산세는 오롯이 느끼며 봉선사로 향하는 길에 예기치 않게 큰 연못을 발견해 환호성을 내질렀다 .
넓은 연못 주변의 산책로에는 연꽃을 구경하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 연못을 산책하면서 나도 모르게 정갈해진 마음을 안고 봉선사 내부를 둘러본 후 차를 세워둔 곳으로 내려왔다 .
차를 타고 포천 쪽으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 가니 , 얼마 지나지 않아 ‘ 국립 광릉수목원 ’ 이 나타났으나 이게 웬일 , 수목원은 평일에만 하는 것이 아닌가 . 그것도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 그렇다 . 이곳은 ‘ 국립 ’ 수목원이었다 .
그러나 드라이브는 목적지를 위한 여행이 아니기에 좌절은 잠시 , 수목원을 빠져나와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자마자 수목원에서의 좌절은 기억나지도 않았다 . 굳이 수목원을 산책하지 않더라도 수목원길 드라이브만으로도 오늘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라는 – 평소와는 다른 관대한 욕심 없는 만족감에 사로잡혔다 .
오 . 감 . 만 . 족 . ‘ 고모리 ’
‘ 고모리 저수지 ’ 로 가는 작은 도로에는 주말 라이딩을 나선 사람들이 간간히 보인다 . 라이딩 복장까지도 완벽한 그들은 참 , 행동력 있고 부지런하며 스스로의 건강에 책임을 질 줄 아는 모범적인 사람들이란 것이 우리의 결론이었다 . 차가 아닌 자전거를 선택한 그들의 생기 넘침이 도로까지 침범하려는 우거진 녹음과 무척 잘 어울린다 .
저수지로 올라가는 도로는 차가 하나 겨우 지나갈 정도의 폭이라 속도를 많이 줄였다 . 도심에서 한 시간 남짓 운전했지만 어느새 주변이 온통 밭이고 , 산들이 눈앞에서 겹겹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에 , 힘 안들이고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온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가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워두고 주변 잔디밭 , 어디든 자리를 잡고 앉으면 그곳이 바로 안식의 장소가 된다 . 아침에 준비해온 간식거리를 돗자리에 위에 , 주변 경관과 어울리게 소박하게 펼쳐놓고 간단한 요기를 했다 .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 먹을 만큼 먹고 등을 대고 하늘을 보니 , 나뭇잎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빛이 눈부시다 .


도시에서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 짜증도 안 나는 , 겸허한 인내심을 기르게 하는 교통체증을 뒤로하고 , 한적한 도로를 , 아니 이제는 도로라고 할 수 없는 길을 천천히 지나갔다 . 저수지에 가까워질수록 도로가 좁아지고 숲이 우거져 하늘을 가려 ,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점점 시원해짐이 느껴진다 .
고모리 저수지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저수지를 여기저기 둥둥 떠다니는 오리배다 . 오리배가 이제 고모리 저수지까지 진출한 모양이다 . 손님을 기다리며 주욱 늘어서 있는 22 호 , 16 호 , 12 호 …… . 진짜 오리도 아닌데 , 그 만화같이 귀여운 모습에 정이가 대뜸 한번 타 보겠다고 선언했다 . 같이 온 동행자는 발을 구르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운동이라고 판단해 오리배를 묶어 놓은 ‘ 수상 휴게실 ’ 2 층에서 기다린다며 , 오리배 틈바구니를 총총히 벗어났다 . 발 구르는 것을 멈추면 27 호 오리배는 바닥으로 가라앉을 것이라는 편집적인 생각을 하며 , 온 힘을 다해 발을 굴렀더니 , 오리배가 쏜살같이 물살을 가르며 저수지를 휘젓는다 .
2 층에서 기다리던 동행자는 전망 좋은 곳에 앉아 단연 돋보이는 27 호를 보며 경악의 눈길을 보냈다 . 오리배와 일심동체가 돼 30 분가량 저수지 주변을 빙빙 돌았더니 대여비 5 천원이 전혀 아깝지가 않다 .
고모리 저주지 주변에는 아름답고 운치 있는 카페들이 많이 보인다 . 들어가고 싶은 카페들이 너무 많아 , 우왕좌왕 하다가 시간만 보낼 수 있기에 ,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어떤 카페를 들어갈지 의논하기 시작했다 . ‘ 욕쟁이할머니집 ’ 과 같은 맛집과 ‘ 아빠어렸을적에 ’ 같이 정겨운 이름들로 넘쳐나는 카페 이름들이 저수지 분위기와 사뭇 잘 어울린다 .
욕심 많게도 허기진 배와 ‘ 분위기 있는 곳 ’ 을 한 번에 해결하기로 결정하고서 ‘ 허브마당 ’ 이라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 바깥에서부터 허브향이 솔솔 나는 것이 여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 여심뿐이랴 . 허브의 향기에 이끌려 의식하지도 못한 채 이곳에 발을 들인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 향기와 함께 눈을 호사스럽게 하는 세계 곳곳의 허브 퍼레이드와 허브로 만든 비누 , 다양한 허브들이 조화를 이룬 허브농원이 허기진 배를 잊게 했다 .
분위기를 외쳐댔던 우리의 기대에 조금도 어긋남 없는 , 낭만을 더해주는 분수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 눈의 욕심이 채워지자 잊고 있었던 배고픔이 몰려와 허브 야채 비빔밥과 허브 돈가스를 주문했다 . 향기로운 허브와 함께 하는 식사는 , 은은한 주변 분위기와 어울려 만족 그 자체다 .
배가 채워지니 그 다음 욕구가 발동해 , 현대를 사는 문화인이라면 당연히 음악과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라이브카페 ‘ 파노라마 ’ 를 찾았다 . 눈에 쏙 들어오는 하얀 외관이며 , 외관과 어울리는 환한 인테리어가 젊은 사람들의 취향을 고려한 듯한 느낌이다 .

바다가재와 같은 요리가 구미에 당겼으나 , 이미 배가 가득 찼기에 향긋한 차를 마시며 라이브 공연을 즐겼다 . 아 , 이 여유 , 얼마만인가 . 뉴욕의 어느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 것만 같다 .
라이브 카페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고 있는 사이에 창밖으로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해가 호수를 붉게 물들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 시간적 여유가 더 된다면 포천쪽에 있는 산정호수까지 가려고 했으나 , 이곳에 좀 더 머무르기로 했다 . 시간이 흐를수록 음악과 함께 하는 풍경이 마음속에 새겨진다 .
추천코스
봉선사 -> 국립 광릉수목원 -> 고모리 저수지 -> 고모리 카페마을 -> 포천
고모리 카페 마을까지 가는 길
의정부 -> 포천 방향 43 국도 8 ㎞ -> 축석검문소 -> 광릉수목원 -> 314 번 지방도 진입 -> 고모리 방면
-> 고모리 카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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