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로와 비둘기는 비둘기와 쥐를 소재로 각색한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는 실제로 2006년에서 2007년으로 넘어가던 겨울 설 명절을 준비하던 가운데 있었던 일이다.
두 아들 녀석이 다 벗지 못한 신발을 마루까지 끌고 들어오며 큰소리로 말했다.
” 어머니, 아버지가 새 다리 고쳐 줬어요.”
” 엥? 웬 새?”
” 상처가 엄청 큰 샌데 아버지가 고쳐 줬어요.”
잠시후, 남편이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며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 애들이 뭐라는 거예요? 날도 추운데 웬 새예요?”
” 응, 똥이 큰게 붙어서 못 날길래 저러다가 들짐승한테 잽혀 먹히지 싶어서…. 까친데 냇가에서 소똥을 밟았나봐.”
남편다운 행동이었다. 남편은 말 수는 적은데 유심히 무언가를 관찰하는 습관이 몸에 베여 있었다.
그것이 시골의 정서에는 참 안맞는데가 있어서 시어른들이나 시누이, 시동생은 남편을 생뚱맞은데가 있는 사람으로 여기곤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나에겐는 그런 남편의 모습이 참 귀하게 여겨졌다. 예술가들이 하는 시쳇말로 이런걸 ‘영감을 주는 뮤즈’라고 한다. ^^
오후가 되자 아이들이 풀이 죽어 들어왔다.
” 어머니 새가 계속 걸어다녀요. 안 날아요.”
“세뇌가 되 버렸군” 남편이 인상을 쓰면서 짜증스럽게 말했다.
남편이 이런 태도를 보이면 늘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걸 의미했다.
아니나 다를까 하루종일 걸어다니는 까치만 졸졸 쫓아 다니던 두 녀석들이 ” 새가 안 보여요.” 라는 말을 한다.
” 이제 날아 갔나보네” 내가 말하니까
” 삵쾡이 왔다갔다 하는거 봤어. 잡아 먹혔을꺼야.” 남편이 무덤덤하게 말한다.
나는 남편 귀에 대고 소근 소근 말했다.
” 아니 애들 상처받게 그런 말을 하고 그래요? 그냥 날아 갔다고 하면되지.”
“……..”
한참의 침묵 뒤에 남편이 무겁게 말을 꺼냈다.
” 자기 발에 계속 똥이 붙어 있었다고 생각한 거야. 그래서 날지 못한거고. 그걸 아는게 더 중요해.”
“……”
이래서 내가 남편에게 말을 함부로 못한다.
영감을 주는 뮤즈”
글 그리고 그림: 달래아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