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정성민 칼럼니스트) 한국은 참 좋은 나라다. 식당도 많고, 음식들이 입맛에도 맞다. 총이 없으니 치안도 이만하면 상급이다. 사람들도 적당히 기본적인 교양들은 갖추었고 문맹률도 낮아 서류관계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다. 쉽게 타인에게 함부로 구는 이는 갑을몰이로 적당히 주변에서 걸러준다.
아파트값도 높고, 물가도 높다. 자산가격이 높게 형성된 것이다. 이나마도 서울의 경우는 저평가 되었다는 견해들이 있다. 현금 사오억원이면 도심내 오피스텔 몇개구입후 주택임대사업자 등록해서 월 백오십정도는 번다. 돈 있는 사람도 살만 하다.
돈 있는 사람만 살만한 건 아니다. 생각해 보았다. 내가 무일푼이 된다면?
허리띠 졸라매어 산다면 매일 매끼 김밥, 햄버거 등 저렴한 음식만으로 월 식비 일인당 삼십만원 안쪽으로도 기본영양 공급이 가능하다. 고시원이나 산동네 사글세방은 월 삼십 정도면 머물 곳도 있다.
옷도 아울렛에서 몇벌정도 마련해 놓고 수년 돌려 입을 수 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도 여기저기 있으니 지식확충도 가능하다. 할부로 스마트폰 패드 휴대폰 사면 와이파이 무료로 터지는 곳에서 염가에 통신도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 사는 젊은 사람들도 적잖이 있을게다.
도로도 깔끔하고 교통정체도 출퇴근 피크타임 외에는 과하지 않다. 대중교통도 연계가 잘되어 버스, 지하철 구분없이 하루 몇회 이용한다고 가계부담이 크게 늘진 않는다. 따릉이도 있다. 동네 오토바이상 가면 사오십만원에 구매가능한 2행정 스쿠터도 있다. 도심내 기동성도 확보가 가능한 거다.
골목 구석구석 이삼천원짜리 커피 파는 카페도 있다. 책 들고 앉아 두세시간은 삐댈 수 있다. 찬찬히 산보하며 둘러볼 곳도 많다. 성곽길도 좋고, 경의선숲길도 좋으며, 남산소월길도 좋다. 이밖에도 도시별로 전역에 몇몇 유람할 공간이 꽤 있다.
의료보험이 워낙 잘되어 있어 큰 병 아닌 사소한 질병은 진료도 약도 거의 공짜로 받을 수 있다. 완전히 긴축하면 서울에서 6~70만원으로도 살 수 있는 거다. 편의점 앞에 앉아 소시지에 맥주한두캔 깔 여유는 챙겨볼 수 있는 거다. 기본 의식주는 물론 내적여가욕구도 해결이 된다.
단 독신일 경우다. 큰 욕심 안부리면 이 나라에서 적당히 행복하게 살 수도 있다.
엄마아빠가 되어도 아동수당이 나오고 어린이집, 유치원비고 대주니 애들 키우는 것도 큰 욕심 안부리면 기본은 나라가 받쳐준다. 기본 기저귀값은 주는 거다.
3,4인 가족이라면 월세 7~80만원 정도 외곽 투룸 빌라 빌려 살면된다. 목돈이라도 있다면 전세라는 세계유례없는 제도도 활용가능하다. 이나마도 은행에서 거의 전액에 가까우리만치 저리 대출해준다. 빚을 져도 여차하면 개인파산신청이 된다. 사채만 안 쓰면 된다.
4인가구 중위소득이 450만원을 조금 넘는다. 소득별로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도 구조 촘촘히 잘 짜여져 나름의 혜택을 준다. 재산이 없으면 현금 130만원은 지원받을 수 있다. 세금도 안낸다.
그런데 이렇게 살 수가 없는 거다. 주변시선이 있어서. 위 경우는 최대한 긴축해서 사는 거지 실제 쓰려면 무한정 상방경직성 없이 돈을 써댈 수 있도록 재화 용역의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아무것도 없이 사는 삶도 가능한 나라, 그럼에도 생계 외 많은 요소를 염가에 누릴 수 있는 나라, 이렇게 복지가 잘되어 있는 나라도 흔치는 않을 것이다. 무위도식하기 좋은 나라이기도 하겠다.
이렇게 좋은 나라임에도 알 수 없는 숨막힘이 있다.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이랄까. 못 견뎌 마냥 떠나고 싶은 그 무언가가 있는 거다. 사람들 때문일까. 문화 때문일까. 이유가 뭘까. “아! 미세먼지?”
사진: 인도 델리 2017년 1월2일 오후 4시, 심각한 대기 오염으로 공포감을 느낄 정도. 사진:이정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