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김원하 기자) 우리나라 전통주에 대한 연구를 하다 보면, 원료의 선택이나 가공, 누룩 디디는 법, 그와 다양한 방면에서 술을 빚는 방법들에 대해 탐구를 하게 되는데, 의외의 부분에서 막히고, 그 원인이나 방법들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게 될 때가 많다.
특히 <酒饌>에 수록되어 있는 주품들의 경우에서 가장 많이 부딪혔던 문제였다.
그 예로 <주찬>에는 ‘추포주(秋葡酒)’를 비롯하여 ‘석탄향(石炭香)’, ‘절주(節酒)’, ‘송계춘(松桂春)’, ‘도화춘(桃花春)’, ‘은화춘(銀花春)’, ‘백탄향(白灘香)’, ‘진향주(震香酒)’ 등의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표현의 주품명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추포주’는 <주찬>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주품명으로, 자전풀이대로라면 ‘가을포도로 빚은 술’ 또는 ‘가을에 수확한 끝물의 포도를 사용하여 빚은 술’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가 있으나. ‘추포주’ 주방문 어디를 보아도 ‘포도’가 사용된다는 내용이 없다.
사실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주품명이 ‘추포주(秋葡酒)’라고 하는 배경은 “술의 발효과정을 통해서 발현되는 향기가 포도의 향기와 같다.”거나 “술에서 포도향기가 난다.”는 뜻에서 유래한 주품명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예는 ‘하향주(荷香酒)’, ‘닥주’ 등과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인 ‘문배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酒饌>의 ‘추포주(秋葡酒)’에 감춰져 있는 ‘포도 향기의 비밀’은 무엇일까?
<주찬>의 ‘추포주’를 분석하여 보면, 술을 빚는 과정이 조선시대 중기에 가장 성행했던, 다시 말해서 밑술은 ‘범벅’으로 하고 ‘진 고두밥’으로 덧술을 하는 아주 전형적인 양주(釀酒) 형태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비밀은, 멥쌀 1말에 대하여 10%의 품질 좋은 누룩가루와 밀가루 5%, 150%의 끓는 물로 빚는 밑술과 멥쌀 2말에 대하여 끓는 물 150%의 끓는 물로 익힌 고두밥을 덧술로 하여 발효시키는 공식이 숨겨져 있다.
이 재료배합비율은 밑술과 덧술 공히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활발한 발효를 도모할 수가 있고, 특히 적은 양의 밀가루 사용은 잡균의 증식을 예방해주는 한편, 적당한 산미를 부여하여 균형 잡힌 육미(六味)를 갖게 하여 시원한 맛 까지를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안정적이면서 활발한 발효는 높은 알코올생성과 함께 풍부한 방향(芳香)을 수반하는데, 방향 가운데 포도향(葡萄香)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주찬>의 ‘추포주’가 멥쌀과 누룩, 밀가루 끓는 물로만 빚는 순수한 미주(米酒)이면서도 포도라고 하는 과일향기를 갖게 됨으로써, 주품명까지도 ‘추포주(秋葡酒)’라고 하는 이름을 얻게 된 이유이다.
◈ 秋葡酒 <酒饌>
◇술 재료 ▴밑술:멥쌀 1말, 좋은 누룩가루 1되, 밀가루 5홉, 끓는 물 1말 5되▴덧술:멥쌀 2말, 끓는 물 3말
◇술 빚는 법▴밑술:① 멥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작말하여 넓은 그릇에 담아 둔다. ② 물 1말 5되를 팔팔 끓여 쌀가루에 골고루 붓고, 주걱으로 개어 죽(범벅)처럼 만든 뒤, (넓은 그릇 여러 개에 나눠 담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 차게 식힌 죽(범벅)에 좋은 누룩가루 1되와 밀가루 5홉을 합하고, 고루 치대서 술밑을 빚는다. ④ 술밑은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3일간) 발효시킨다.
▴덧술:① 멥쌀 2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 ② 솥에 물 3말을 팔팔 끓이고, 고두밥이 익었으면 넓은 그릇에 퍼 담고, 끓는 물을 골고루 붓고, 고루 헤쳐 놓는다. ③ 고두밥이 물을 다 먹었으면, 그릇 두 개에 나눠 담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고두밥에 밑술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킨다.
* 주방문 말미에 “빛깔과 맛이 매우 좋다.”고 하였다.
박록담은
* 현재 : 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