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가운데 향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3세 경영인의 상속구도와 천문학적인 규모의 상속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 계열사 지분 가치는 18조원 이상으로 상속세만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고(故)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주식은 23일 종가 기준 18조2251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이 회장은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900주, 삼성SDS 9701주, 삼성물산 542만5733주, 삼성생명 4151만9180주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증여액이 30억원을 넘으면 최고세율의 50%를 적용한다. 고인이 최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이라면 주식 평가액에 20%가 할증된다. 이 회장은 4개 계열사의 최대주주거나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에 상속세법상 최대주주 할증대상에 해당된다.
주식 평가액 18조2000억원에 20% 할증을 적용하고 여기에 최고세율 50%를 반영한 후, 자진 신고에 따른 공제 3%를 적용하면 이 회장 보유 지분에 대한 상속세 총액은 10조6000억여원에 이른다. 이는 국세청이 최근 3년간 거둔 상속세 합계와 맞먹는 규모다. 다만 주식 평가액은 사망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의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만큼 세액은 다소 달라질 수 있다.
증권업계는 삼성그룹이 세액의 6분의 1을 최초 납부한 후. 최대 5년간 분납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상속세 일부를 배당 재원으로 마련하기 위해 주주친화정책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계열사의 주가도 함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삼성물산은 전날보다 17.79% 상승한 12만2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6% 이상 상승했으며 삼성전자도 소폭 상승했다.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호텔신라 등 다른 계열사도 일제히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020년까지 적용되는 3년 주기의 주주친화정책을 끝내고 곧 새로운 3개년의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까지 적용되는 주주환원정책에 따르면 3년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해 매년 9조6000억원가량을 배당한다. 이 때 매해 고정된 배당금이 지급되고 추가로 지급할 재원이 있다면 배당 혹은 자사주 매입 소각 방식으로 환원된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오는 29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새로운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3년 주기로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는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3분기에 2018~2020년에 적용되는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역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주주친화정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의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계열사 전반의 배당 성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인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지분 17.3%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만큼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의사결정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 고려해야 할 변수도 많다. 여당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 등 제도적 변화는 물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 결과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재 그룹을 이끌게 될 이 부회장은 삼성SDS 711만6555주, 삼성물산 3267만4500주, 삼성화재 4202만150주, 삼성엔지니어링 302만4038주, 삼성전자 4만4000주, 삼성생명 12만주 등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