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원 규모의 국가사업이 민간기업의 철수로 멈췄다.
(미디어원=이정찬 기자) 2025년 4월 28일,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가덕도 신공항 사업의 지반 위험성과 공사기간 문제를 이유로 사실상 철수했다. 이어 5월 8일, 국토부는 수의 계약 절차를 중단했고, 다음 날 복수 언론이 이를 보도하면서 사업 전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덕도공항 건설은 해저 60미터에 이르는 초연약 지반 위에 공항을 짓는 특수한 건설프로젝트다.
현대건설은 “안정화 기간을 포함해 9년 이상 필요하며, 사업비도 11조 원 이상 소요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 계획인 7년 공기와 10조 5천억원의 예산을 고수했고, 조정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정치가 만든 공항, 현실은 외면했다
가덕도 공항은 2021년 문재인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합의로 밀어붙인 예타 면제 사업이다.
경제성 지표인 B/C 비율은 0.51. B/C란 편익 대비 비용 지표로, 1.0 이상이 경제성 기준이다. 1원을 투자해 51원 편익밖에 없다는 뜻임에도, 정치 논리에 의해 예비타당성조사는 생략되었다.
감사원은 2023년 공식 보고서에서 “문재인 정부는 120조 규모의 예타 면제 사업을 추진했으며, 이는 과도하고 절차적 정당성 결여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61조), 박근혜 정부(24조)의 두 배를 넘는다.
전문가들은 일찍이 경고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가덕도 인근은 연중 안개, 해풍, 강풍이 잦아 항공 운항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또한 바다 위 인공섬 형태로 매립되는 부지 특성상 공사 지연, 침하, 예산 초과 가능성이 높다는 기술적 평가도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민의 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가덕도 공항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부산 유세에서 말했다. 이는 현대건설의 철수와 국토부의 계약 중단 결정 이후의 일이었다.
정치인의 선언은 남았지만, 현실에서는 이미 사라지고 있다.
반복되는 실패의 역사
가덕도 공항의 미래는 아직도 불투명하다.
이전에도 정치 논리로 추진된 공항들은 전국에 숱하게 존재한다. 무안, 양양, 사천공항 모두 예타 통과 없이 추진됐고, 지금은 이용객 저조로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이 사업 역시 “지금이라도 중단”이 국가 재정과 지역 신뢰를 위한 유일한 선택일 수 있다.
현대건설의 철수는 단지 기업의 판단이 아니라, 현장의 마지막 메시지다.
주석
B/C 비율: 편익(Benefit) 대비 비용(Cost)의 비율. 1.0 이상이면 경제성 있음.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대형 국책사업의 경제성·정책성·지역균형 등을 사전 검토하는 제도.
초연약지반: 지반이 물러 기초공사에 오랜 시간과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해양 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