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편] 가덕도는 왜 계속 돌아오는가 – 공항 입지의 정치학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으로 시작된 동남권 신공항 논의. 그로부터 20여 년이 흘렀지만, 입지와 필요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가덕도’가 있었다.

■ 가덕도는 어디인가 – 입지 조건의 시작

가덕도는 부산광역시 강서구 남단에 위치한 섬 지역이다. 행정구역상 부산이지만, 도심 접근성은 떨어지고 연륙교 또는 추가 도로망 없이는 대중교통 접근도 어렵다. 지리적으로는 김해공항과 멀지 않고, 항공 수요의 중심인 울산·양산·경남 동부권과의  철도 연결은 불편하다.

■ 2000년대 초반 – 첫 등장은 노무현 공약에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동남권 관문 공항 건설’을 공약하며 가덕도를 후보지로 공식화했다. 이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민심을 결집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후 수차례 검토와 용역이 반복되며 김해공항 확장, 밀양 유치론, 가덕도 건설론이 3파전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2016년 박근혜 정부 시기,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용역 결과, 가덕도는 경제성 부족과 지반 위험성 등으로 입지 적합성에서 탈락했고, 최종 입지는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결론지어졌다.

■ 2021년 – 정치가 되살린 가덕도

그런 가덕도가 다시 부활한 것은 2021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전격 통과시키면서부터였다. 이 과정에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는 면제되었고, ‘가덕도는 노무현 대통령의 유산’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정치화된 공항으로 재등장했다.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도 찬성하는 분위기로 전환되며, ‘부산 민심 잡기’용 메가프로젝트가 가속화되었다.

■ 경제성과 기술성,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반복됐다.

B/C 비율(편익 대비 비용)은 0.51에 불과해 경제성이 부족했고, 해저 60m 초연약지반, 연중 해풍과 안개가 잦은 기상 조건, 접근 도로 및 철도망 부족 등 입지 조건의 위험요인은 20년 전 그대로였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2025년 4월, 현대건설이 공사 불가 입장을 밝히며 철수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 “노무현 공항”과 상징 정치의 그늘

2021년 이후 가덕도는 ‘노무현 공항’이라는 명칭으로 여권 정치인들 사이에서 상징화되었다. 하지만 이런 상징성은 입지 타당성, 경제성, 환경적 적합성을 가리기에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없다.

실제로 공항 전문가와 국토부 전직 고위 관계자들조차 “정치가 기술을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왜 처음부터 가덕도였는가?

우리는 이제 다시 묻는다. “왜 처음부터 가덕도였는가?”

이 질문은 단지 위치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와 행정, 민심과 국가계획이 어떻게 충돌하고 타협해왔는지를 되짚는 것이다.

가덕도 공항은 20년 넘게 되살아나고, 철회되고, 또 다시 추진되었다. 그러나 반복된 것은 ‘공항’이 아니라, ‘검증 없는 공약의 되풀이’였다.

누가, 왜, 어떤 근거로 결정했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 생략되고 누구의 책임이 흐려졌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입지가 아니라, 입지 선정이라는 국가적 판단에 대해 가장 진지하게 답하는 자세다.

그것이 공항이든 아니든, 이제는 “어떻게 지을 것인가”보다 “왜 거기여야만 했는가”에 대한 정직한 성찰이 먼저다.

2025년 5월 15일 | 미디어원 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