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원양 해군 꿈, 진수식에서 좌초하다

“Image © CSIS, Airbus DS, 23 May 2025. Used with attribution for news and research.”
“Image © CSIS, Airbus DS, 23 May 2025. Used with attribution for news and research.”

(미디어원=이만재 기자) 2025년 5월 21일, 북한은 청진 함북조선소에서 이례적인 진수식을 열었다. ‘신형 5,000톤급 유도탄 구축함’으로 소개된 이 함정은 김정은이 강력히 추진해온 최현급(崔賢級) 유도탄 구축함의 2번함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진수는 실패로 끝났다. 함체가 바다로 내려가는 순간 선체 하부의 이동 바퀴인 보기가 이탈했고, 선미는 항만 쪽으로 미끄러지며 선수가 슬립웨이에 남은 채 기울어졌다. 김정은이 직접 참석한 행사장에서 벌어진 대형 참사였다.

CSIS(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5월 22일 위성사진을 분석해 이 실패가 구조적 결함과 설계 미숙에 기인했음을 확인했다. 진수는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함정이 실전 배치되는 출발점이다. 그 첫 관문에서의 좌절은 북한이 원양 해군으로 도약하려는 야심에 커다란 균열을 예고한다.

함북조선소의 무리한 도전

이번 구축함은 기존의 남포나 신포가 아닌, 청진의 함북조선소에서 제작됐다. 문제는 이 조선소가 대형 군함 건조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민간 화물선과 어선, 준설선 등이 주력이었고, 소형 잠수함이나 경비정 정도가 전력이었다. 이런 곳에서 5,000톤급 구축함을 건조 진수한다는 것은 ‘설계에서부터 진수까지’ 모든 과정이 무리수 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사용된 슬립웨이는 측면 경사 진수 방식으로, 선체에 강한 횡방향 구조력이 요구된다. 북한이 보유한 조선 기술로 이를 완벽히 구현하기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진수 직전까지 슬립웨이 주변에서 크레인 바지선들이 작업 중이었다는 정황도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됐다. 이는 마지막 점검조차 허술했음을 의미한다.

김정은의 분노, 그리고 문책 예고

북한은 이례적으로 실패를 보도했고,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진수 현장에서 “국가의 존엄이 땅에 떨어졌다”고 질타했다고 전했다. 그는 당중앙군수공업부, 기계연구소, 김책공대, 중앙선박설계연구소, 함북조선소 등을 일제히 지목하며 강력한 문책을 예고했다. 당장 6월 당 전원회의에서 대대적 조직개편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북한 내부의 문책은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못한다. 핵심은 과도한 전력 확장을 목표로 한 무리한 건조 계획과, 이를 뒷받침할 산업·기술 기반의 부재다. 그 결과가 김정은 앞에서 드러난 것이다.

한반도 군사 균형에 미칠 영향

이 진수 실패는 단순한 기술 사고에 그치지 않는다. 전략적 의미에서 북한은 지금까지의 연안방어 중심 해군 전략에서 벗어나 원양 작전 능력을 갖춘 전력으로의 전환을 꾀해왔다. 최현급 구축함은 그 상징이었다. 이를 통해 일본 해상자위대나 미 해군의 일부 활동을 견제하거나, 남한 해군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실패로 북한 해군의 ‘대형화-고속화-미사일화’ 전략은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 특히 기존 강릉함·세종대왕급 구축함 등을 보유한 한국 해군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상 초계, 원거리 유도탄 발사 플랫폼 확보, 항공기 운용 능력 등 모든 면에서 북한은 한국 해군을 단기간 내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의 해군 전력은 한국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북한이 이를 견제하기 위한 ‘가시적 전력 과시’ 시도는 역설적으로 그 한계를 자인하는 모양새가 됐다.

향후 전망 – 인양 혹은 포기

현재 해당 구축함의 손상 정도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선체가 비틀리거나, 하부가 침수된 경우 전면 수리는 사실상 폐기와 다름없는 판단을 요구한다. 인양은 가능하겠지만, 군사적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전면 재건조 외의 선택이 없을 수도 있다.

북한이 진정한 ‘해양 강국’으로 전환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선체를 크고 무겁게 만들겠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정밀 공정·구조 역학·전자전 운용 기술 등 복합적 기반의 강화를 선결해야 함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 그렇지 않다면, ‘거대한 해양해군의 야망’은 또다시 무너진 슬립웨이 위에서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디어원 분석]북한의 무리한 진수 시도는 오히려 조선 기술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한반도의 해군 전략 균형은 여전히 비대칭적이다. 이번 실패는 그 격차를 되레 재확인시킨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