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AI 언어 혁명’의 불씨를 지핀 건 사실 구글이었다. 그해 6월, 구글은 논문 한 편을 발표한다. 제목은 “Attention is All You Need”. 이 논문에서 소개된 Transformer라는 구조는 이후 GPT, BERT, T5 등 현대 언어모델의 표준이 되었고, OpenAI가 GPT 시리즈를 만들 수 있었던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2022년 말, OpenAI의 ChatGPT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기술의 원조였던 구글은 오히려 수세에 몰리게 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그리고 지금 구글은 어떻게 반격하고 있을까?
1. 기술은 구글이 먼저였다 – Transformer의 기원
Transformer는 기존 RNN, LSTM 기반 모델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구조다. 병렬 처리와 장기 의존성 처리에 강하며, 문장의 모든 단어를 동시에 보고 중요한 단어에 ‘주의(attention)’를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구조는 GPT, BERT, LLaMA, Claude 등 거의 모든 현대 언어모델의 기반이 되었다.
그런데 정작 구글은 이 기술을 논문으로만 공개했고, 제품으로 구현하는 데 있어서는 느리게 움직였다.
2. Bard의 실수, 그리고 Gemini의 탄생
OpenAI의 ChatGPT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구글은 서둘러 자사 언어모델을 공개했다. 처음엔 Bard라는 이름으로 출시됐지만, 초기 답변 오류, 딱딱한 대화 흐름, 창의성 부족 등의 문제로 혹평을 받았다. 특히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최초로 찍은 사진’이라는 잘못된 답변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만큼 큰 타격이었다.
구글은 이후 내부 팀인 DeepMind와 Brain을 통합해 Gemini 프로젝트를 출범시킨다. Gemini 1은 2023년 말 출시됐고, 2024년에는 GPT-4급을 넘어서려는 Gemini 1.5를 공개한다. 텍스트·이미지·코드·오디오를 통합하는 멀티모달 기능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 점유율에서는 GPT 기반 서비스에 밀리는 중이다.
3. 구글의 강점과 약점
강점:
구글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AI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다. DeepMind와 Google Brain은 AI 연구의 최전선에 서 있는 팀이며, 이들은 Transformer, AlphaGo, BERT 등 AI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해왔다. 또한 구글은 YouTube, Gmail, Android 등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사용하는 플랫폼을 갖고 있어, AI 기술을 실제 서비스에 연동할 수 있는 거대한 생태계를 이미 구축해 놓고 있다.
또 하나의 무기는 **TPU(텐서 프로세싱 유닛)**다. 이는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 연산용 반도체로, 엔비디아의 GPU에 의존하지 않고도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하고 추론할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플랫폼까지 이어지는 수직적 통합이 가능한 회사는 전 세계에서 구글뿐이다.
약점:
하지만 구글은 느린 출시와 의사결정 구조, 그리고 지나치게 연구 중심적인 문화로 인해 ‘기술은 있지만, 행동이 늦는 기업’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ChatGPT가 매일 사용자 피드백을 받아 빠르게 진화하는 동안, 구글의 모델은 자주 업데이트되지 않고, 사용자 중심 설계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GPT가 시장에서 보여준 ‘대중적 설득력’과 ‘제품화 능력’에 비해, 구글은 여전히 기술을 논문으로 설명하고, 코드를 오픈소스로 배포하는 데 집중한다. 그 결과, 제품을 통한 시장 선점에서 뒤처진 것이 구글의 가장 뼈아픈 약점이다.
4. 구글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구글은 기술에 있어 ‘잊힌 자’가 아니라 ‘조용한 거인’이다. Gemini는 분명 GPT에 비해 뒤늦게 출발했지만, 잠재력은 결코 작지 않다. 특히 클라우드(GCP), 검색, 모바일 OS 등 기존 자산들과의 융합이 성공한다면 다시 AI 주도권을 되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GPT는 시장에서 더 많이 쓰이고, 더 빠르게 개선되고, 더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이는 기술력만으로는 뒤집기 어려운 현실의 흐름이다.
정리하자면:
Transformer는 구글이 만들었다. 하지만 GPT는 그것을 먼저 세상에 풀었다.그리고 지금, AI 시장을 선점한 건 구글이 아닌 OpenAI와 마이크로소프트다.
미디어원 l 이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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