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선생님”… 요양보호사의 하루를 따라가다

효드림요양센터 김영옥 씨의 하루, 그리고 우리가 외면한 돌봄 노동의 진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요양보호사 김영옥 씨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된다

“서재서 어르신이요. 요즘은 밤마다 치매가 심해지셔서 112에도 전화를 하시고, 119에도 전화하셔요. 무섭다고… 도와달라고…”

김영옥 요양보호사는 말끝을 흐리며 조용히 기도한다고 했다.
“그 어르신 생각이 제일 많이 나요. 항상 걱정이 돼요. 아침에 뵈면 간밤에 또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싶고…”

요양보호사의 하루는 간단한 ‘업무’로 환원되지 않는다.
육체적으로 고되고 정신적으로는 더한 인내가 필요한 직업이다. 하지만 김영옥 씨는 말한다.

“그래도 어르신들이 손을 꼭 잡고 ‘고마워요’ 하실 때… 그 한마디면 다 잊혀지죠.”

돌봄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

요양보호사는 대한민국 복지 현장의 ‘마지막 손길’이다.
주간보호센터든 요양원 시설이든, 그들이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식사, 배변, 목욕, 약 복용, 정서 상담까지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사회의 시선은 냉담하기까지 하다.
“요양보호사 수입이 의사보다 많다”는 잘못된 정보가 유포되며, 일부 보호자와 가족들은 막말을 하기도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요양보호사를 마치 ‘간병인 이상의 이하’로 비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작 현실은 정반대다.
요양보호사의 평균 월급은 약 210만 원 선으로 최저임금에 가까운 수준이다. 게다가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서서 일하며, 고령자들의 질병 관리와 정서 케어까지 감당한다.

전문 자격증도 필요하다.
시도에서 발급하는 요양보호사자격증은 이론과 실습, 시험까지 포함되며, 결코 간단한 과정이 아니다. 실제 시험에 합격한 후에도 실무에서는 예상치 못한 ‘정서적 스트레스’를 끊임없이 겪게 된다.

“우리가 자라며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는 일”

김영옥 씨는 이렇게 말했다.
“어르신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자식밖에 없다고 하셔요. 남편도, 돈도 아니고… 자식이 전부라고. 그런 말씀 들으면 마음이 아프죠. 많이 배워요, 정말.”

기억에 남는 어르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잠시 웃었다.
“임영순 어르신이요. 보따리 장사를 하며 자식들 시집·장가갈 때마다 집을 한 채 씩 사주셨대요. 지금도 항상 뭔가 챙겨와요. 과자 한 봉지라도 ‘요양보호사님들 드시라’고… 그 마음이 너무 따뜻해요.”

돌봄은 고된 일이다.
실제로 김 씨는 욕을 듣기도 하고, 물리적 폭력을 당한 적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내 부모를 모시는 것의 백 배는 해야, 남을 돌볼 수 있는 것”이라며 담담히 말한다.

“초고령화 사회의 버팀목… 그런데도 잊힌 존재들”

2025년 현재, 한국은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치매 환자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섰고, 독거노인 가구도 160만을 넘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요양보호사의 역할은 말 그대로 ‘국가적 존립’을 위한 돌봄 인프라다.

하지만 법적 처우 개선은 여전히 미흡하다.
직무 스트레스를 이겨낼 ‘정서적 돌봄’은커녕, 교대 인력 부족, 안전 사각지대, 낮은 임금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옥 씨는 말한다.

“어르신들이 향기 나게 씻겨드렸을 때, 웃으시고 ‘살 것 같다’고 하실 때… 그게 보람이에요.”

우리는 무엇을 돌보고 있는가

요양보호사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다.
돌봄이란,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한 최소한의 존중을 실현하는 일이다. 그들이 무너지면, 우리가 언젠가 기대야 할 울타리도 사라지게 된다.

이제는 묻고 싶다.
우리는 과연 그들에게, ‘고맙습니다’라는 한마디를, 제대로 전하고 있는가.

미디어원 l 이정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