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하늘망’ – 네트워크 전쟁의 탄생

전투기가 아닌 데이터가 싸운다. 한국군 NCW는 어디까지 왔는가?

2026년 공중전 시뮬레이션의 하이라이트는 ‘하늘망’이 작동한 순간이었다. KF-21이 이륙하자 조기경보기는 실시간 데이터를 전송했고, 무인기는 적의 방공망을 교란하며 저공 침투를 유도했다. 위성 영상은 전체 작전지도를 제공했고, 이 모든 데이터가 하나의 통합된 전장으로 연결됐다. 탄환보다 먼저, 데이터가 날아다닌 전장이었다.

이것이 바로 ‘네트워크 중심전(Network-Centric Warfare, NCW)’의 실제 구현이다. NCW는 단순히 전투기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전장을 이루는 모든 플랫폼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업하며, 동시에 작전 판단을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뜻한다.

이 개념은 1990년대 미국에서 등장했다. 걸프전과 코소보 전쟁에서 정보전의 중요성이 드러나며 “무기보다 연결”이라는 철학이 떠올랐다.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F-35, E-3, MQ-9, 위성 등을 엮어 하나의 전장망을 구축했고, 오늘날 하늘 전체가 거대한 ‘하늘망’이 되었다.

중국은 위성, J-20, 윙룽 무인기, KJ-500 조기경보기 등을 엮은 자체 NCW 체계를 빠르게 구축 중이다. A2/AD 전략과 결합된 중국식 NCW는 특정 지역을 전장 봉쇄구역으로 만들고 있다.

한국은 아직 부분 연결 단계에 머물러 있다. KF-21은 Link-16 기반 통신을 탑재했지만 실시간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는 제약이 있다. 드론, 위성, 조기경보기 연동도 제한적이며, 독자적 위성 네트워크도 구축 중이다.

그러나 시도는 분명하다. KF-21과 AAP-150 무인기의 협동 전투, AI 표적 식별 실험, 지상-공중 실시간 링크 시연 등은 모두 한국형 NCW의 실험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요소는 ‘정보 자립’이다. 미국산 시스템에 의존하는 한, NCW는 불완전하다. 데이터, 위성, AI 서버 등 모든 정보 인프라를 자체 확보해야 비로소 전장의 주권을 가진다.

하늘망을 가진 자만이 전장을 지배한다. NCW는 기술이 아니라 전략이다. 한국형 하늘망은 이제 시작되었고, 그것은 단지 연결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조건이다.

미디어원 ㅣ 이만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