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반역자가 된 이란 여자축구대표팀, 결국 망명을 택했다
AP통신과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호주에서 열린 여자축구 국제대회에 참가한 이란 여자대표팀 일부 선수들이 호주 정부에 망명을 요청하면서 국제 스포츠계가 술렁이고 있다.
사건의 출발점은 경기 전 국가 제창 순간이었다.
경기장에서 이란 선수들은 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장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란 정치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란 체제에서 국가 제창 거부는 체제에 대한 공개적인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 국영 매체와 강경 매체들은 선수들을 향해 “전시 반역자(wartime traitors)”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란 형법에서 국가와 체제에 대한 반역 행위는 중대한 범죄로 규정된다. 상황에 따라 국가 반역죄나 체제 전복 행위로 해석될 수 있으며, 극단적인 경우 사형까지 가능한 범죄로 간주된다.
단 몇 초의 침묵이 선수들에게는 단순한 스포츠 행동이 아니라 위험한 정치적 선택이 된 이유다.
사건은 이후 급격히 전개됐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부 선수들은 팀 숙소를 빠져나와 호주 경찰에 보호를 요청했고, 호주 정부는 이들에게 인도적 비자를 발급해 보호 조치를 취했다. 로이터는 최소 다섯 명 이상의 선수가 망명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했다.
이들은 현재 호주 경찰의 보호 아래 비밀 장소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공항에서는 또 다른 장면도 목격됐다.
현지 이란 교민들이 공항에 모여 “우리의 딸들을 구하라(Save our girls)”라는 구호를 외쳤고, 일부 선수들은 버스 안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듯한 손짓을 했다는 증언도 전해졌다.
그러나 상당수 선수들은 가족 보복 가능성을 우려해 귀국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스포츠 망명 사건이 아니라 이란 여성 인권 문제와 정치 체제가 충돌한 사례로 보고 있다.
이란 여성 스포츠는 오랫동안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히잡 규정, 여성의 경기장 출입 제한, 국제대회에서의 정치적 메시지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국제 논란을 불러왔다.
특히 2022년 이란 시위 이후 여성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더욱 민감한 정치 이슈가 됐다.
분석가들은 또한 이번 사건을 이란 내부 긴장의 또 다른 신호로 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란에서는 해외 시위, 문화계 인사의 망명, 스포츠 선수들의 탈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호주에서 시작된 이번 사건이 몇 명의 선수 망명으로 끝날지, 아니면 이란 사회의 더 큰 균열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날 경기장에서 선수들은 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몇 초의 침묵으로 그들은 결국 조국을 등져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