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감사원 “콘크리트 둔덕 면밀한 검토 없이 설치”…8개 공항 14곳 확인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안공항 참사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공항 시설 문제가 결국 공사비 절감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11일 ‘항공 안전 취약 분야 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무안공항을 포함한 국내 여러 공항에서 로컬라이저 기초 구조물이 안전 기준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설치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무안공항 등 일부 공항에서는 활주로 주변 지형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됐고, 이로 인해 발생한 높이 차를 보완하기 위해 콘크리트 둔덕 형태의 구조물이 설치됐다.
문제는 바로 이 구조였다.
활주로 끝에 세워진 ‘단단한 장애물’
로컬라이저(Localizer)는 항공기가 활주로 중심선을 따라 정확하게 착륙하도록 유도하는 핵심 항행 안전 시설이다.
국제 민간항공 기준에서는 이 시설을 활주로 종단
안전구역 끝에 설치하고, 항공기가 충돌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충격 시 쉽게 파손되는 구조(frangible structure)로 설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감사 결과 일부 국내 공항에서는 로컬라이저 기초가 콘크리트 둔덕이나 철골 구조물 형태로 설치돼 충돌 시 쉽게 파손되기 어려운 구조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형을 그대로 살리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면 활주로 주변에 약 3~5m 정도의 낙차가 생길 수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강한 기초 구조물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항공 사고 시 위험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비 절감을 위한 설계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당시 공항 건설 과정에서 국토교통부는 토공사 물량을 줄이기 위해 원래 지형에 가까운 활주로 경사를 허용했다.
이 방식은 초기 공사비를 줄일 수 있지만 활주로 주변에 높이 차가 발생한다.
결국 이를 보완하기 위해 콘크리트 둔덕 형태의 구조물이 설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 같은 설계와 설치 과정에서 충돌 안전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무안공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번 감사는 특정 공항의 문제가 아니라 공항 안전 관리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감사 결과 국내 8개 공항 14개 항행시설에서 비슷한 구조가 확인됐다.
또 한국공항공사는 2019년 이후 노후 항행 안전 시설을 개량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공항의 로컬라이저 기초 구조물을 콘크리트로 보강한 사실이 확인됐다.
충돌 시 쉽게 파손돼야 할 구조물이 오히려 더 단단하게 보강된 셈이다.
항공 안전 관리 전반에 경고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항행 안전 시설뿐 아니라 항공기 정비 관리에서도 미흡한 사례를 확인했다.
엔진 고장 사례에 대한 조치 부족 등 총 30건의 문제점이 발견됐으며 감사원은 관련 내용을 국토교통부 등에 통보했다.
전문가들은 공항 안전 시설의 설계 기준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항공 안전 전문가는 “공항 주변 구조물은 사고 가능성을 전제로 설계해야 한다”며 “충돌 시 쉽게 파손되는 구조가 국제 공항 설계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179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 이후 드러난 이번 감사 결과는 한국 공항 안전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공사비 절감과 안전 기준 사이에서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