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News ‘DMZ 돌아다니는 살인병기’라고?…민주주의를 말하기 전에 사실부터 정확히 써라

‘DMZ 돌아다니는 살인병기’라고?…민주주의를 말하기 전에 사실부터 정확히 써라

‘DMZ를 돌아다니는 살인병기’라는 제목은 사실일까. SGR-A1은 고정식 무장 경계시스템이다. 자율살상무기 통제는 필요하지만 사실과 허구를 섞어 공포를 키우고 이를 민주주의 위기로 비약하는 보도 역시 검증돼야 한다. 군사 AI 시대의 통제 원칙도 함께 물어봐야 한다.

DMZ 철책선을 따라 경계근무를 수행하는 한국군 장병들
비무장지대 인근 철책선을 따라 경계근무를 수행하는 장병들. AI 기반 과학화 경계체계가 확대되면서 인간과 기계의 판단 영역을 어디까지 나눌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만재 기자 l 미디어원

 

“DMZ 돌아다니는 ‘살인병기’.”

제목부터 섬뜩하다. 비무장지대의 칠흑 같은 밤, 기관총을 장착한 로봇이 철책 주변을 돌아다닌다. 카메라가 멀리서 움직임을 포착해 사람인지 짐승인지 판별하고, 사람이라고 판단하면 총구를 돌린다. 그리고 마침내 기계가 스스로 사람을 죽일 것인지 결정한다. 제목과 기사 첫머리만 읽어도 자연스럽게 이런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DMZ나 최전방에서 경계근무를 해본 사람이라면 더욱 섬뜩할 그림이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확인이 필요하다. SGR-A1은 DMZ를 돌아다니는 로봇이 아니다. 삼성테크윈이 개발한 SGR-A1은 감시장비와 무기를 결합해 일정한 위치에서 주변을 감시하는 고정식 로봇 센트리, 즉 무장 경계시스템이다. 2007년 IEEE Spectrum 역시 이를 저조도 카메라와 패턴인식 기술로 사람과 다른 물체를 구분하는 ‘robotic sentry’로 소개했다.

그렇다면 묻게 된다. 왜 ‘DMZ에 설치된 무장 경계로봇’이라고 하지 않고 ‘DMZ 돌아다니는 살인병기’라고 했을까.

SGR-A1 실물 자료사진
SGR-A1 실물 자료사진. 이동형 순찰로봇이 아니라 일정 위치에 설치돼 감시와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고정식 센트리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에 허구의 장면을 얹으면 공포가 만들어진다

문제는 단순한 표현상의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존재했던 SGR-A1이라는 무기체계에 ‘DMZ를 돌아다닌다’는 다른 이미지를 결합했다는 데 있다. SGR-A1은 고정식이지만, ‘살인병기’와 ‘돌아다닌다’는 표현을 나란히 놓는 순간 독자의 머릿속에는 자율적으로 DMZ를 배회하며 사람을 찾아내는 무장 로봇이 만들어진다. 사실과 허구가 뒤섞이면서 공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포가 한번 만들어지면, 기사의 나머지 논리를 받아들이기도 쉬워진다. 그래서 언론의 제목은 중요하다.

더구나 아이러니한 사실이 하나 있다. 한국군이 실제로 움직이는 경계로봇을 개발한 것은 별도의 후속 사업이었다는 점이다. 방위사업청은 2021년 인공지능과 로봇을 활용한 경계체계를 발표하면서, 경계지역에 설치된 레일 위를 이동하는 로봇 감시시스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시 방사청 설명에 따르면 이 로봇은 레일 위를 초속 5m 이상으로 움직이며 이상징후 발생 지점으로 이동해 상황을 확인하도록 설계됐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로봇이다. 그러나 그것은 SGR-A1이 아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서로 다른 체계를 섞어서는 안 된다.

육군 GOP 경계지역의 레일을 따라 이동하는 감시로봇 카메라
육군 GOP 경계지역에 설치된 이동식 레일 로봇 감시시스템. 고정식 SGR-A1과 달리 실제 레일을 따라 이동하며 경계지역의 이상징후를 감시하는 별도의 체계다.

2007년부터 ‘킬러로봇’이 DMZ를 지켰다는 것도 확인해야 한다

시간도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SGR-A1은 정부 투자를 바탕으로 2000년대 초 개발됐고, 2006년께 시제품이 공개됐다. 2007년 IEEE Spectrum은 이 장비를 소개하면서 한국 정부가 DMZ 경계에 활용할 가능성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를 곧바로 “2007년부터 완전자율 살상로봇이 DMZ에 실전 배치됐다”고 바꿔 말해서는 곤란하다. Human Rights Watch는 2012년 보고서에서 한국이 SGR-1을 2010년 DMZ에서 시험 운용했다고 정리했다. 공개자료마다 배치 시기와 운용 형태에 대한 표현도 조금씩 다르다.

따라서 공개된 자료만으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 개발됐다는 것, 시험됐다는 것, 실전 배치됐다는 것, 그리고 실제 경계작전에서 자율발포 기능을 활성화했다는 것은 모두 다른 이야기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쐈느냐’다

SGR-A1을 둘러싼 진짜 논쟁은 따로 있다. 이 장비가 스스로 사람을 판단하고 인간의 승인 없이 발포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여기서도 공개자료가 엇갈린다. 2007년 IEEE Spectrum은 개발 관계자를 인용해 이 장비가 수동 운용과 자동 운용 기능을 모두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테크윈 측은 이후 자동감시는 가능하지만 탐지한 대상에 기계가 자동으로 발포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후속 연구에서도 SGR-A1의 실제 자율발포 운용 여부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따라서 세 질문을 반드시 구별해야 한다. 첫째, 자율발포 기능을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는가. 둘째, 실제 군에 들어간 장비에 그 기능이 탑재돼 있었는가. 셋째, 한국군이 실제 DMZ 경계작전에서 인간의 승인 없이 발포하도록 운용했는가. 셋은 전혀 같은 질문이 아니다. 첫 번째가 가능했다는 이유만으로 세 번째까지 사실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 정도로 중대한 주장을 하려면 그에 걸맞은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20년이 지난 지금은 얼마나 발전했을까

여기서 오히려 더 흥미로운 질문이 생긴다. SGR-A1이 개발된 것은 약 20년 전이다. 2007년 당시에도 저조도 카메라와 패턴 인식을 이용해 사람과 다른 물체를 구별하고 표적을 추적하는 기술이 거론됐다. 그로부터 거의 20년이 흐르는 동안 영상인식과 열상카메라, 센서융합, AI 객체인식 기술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실제로 방위사업청은 2024년부터 일부 전방지역의 노후 경계체계를 AI 기반 영상분석이 가능한 장비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했고, 신형 열상카메라를 이용한 경계체계 성능개량도 이어지고 있다. 2026년 현재 국방부는 한발 더 나아가 병력 중심의 전방 경계체계를 AI 기반 과학화 경계체계로 점차 전환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20년 전 기계를 ‘킬러로봇’이라 부르며 공포를 재생산하는 데서 끝날 일이 아니다. 2026년 대한민국 군의 AI 경계체계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판단하고 기계는 어디까지 판단할 것인가. 바로 이것을 물어야 한다.

DMZ GP GOP 과학화 경계체계 평시 운용 개념도
DMZ GP·GOP의 과학화 경계체계 평시 운용 개념도. 감시장비와 센서, 중계기, CCTV,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연동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그런데 왜 갑자기 ‘민주주의가 썩는다’는 결론이 나오는가

오마이뉴스 글은 여기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려간다. SGR-A1과 자율무기 문제에서 출발했던 글은 한국 사회가 ‘고도로 안보화’됐다고 규정하고, 국민이 의사결정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한다. 이어 정부와 군, 기업의 관계를 문제 삼더니 급기야 한국 민주주의가 “폐쇄된 문 안에서 썩어가고 있다”고 결론 내린다.

여기까지 오려면 확인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SGR-A1은 실제로 어떻게 운용됐는가. 인간의 최종 발포 승인은 존재했는가. 군 내부의 법적 통제는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국회의 통제와 예산 심사는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국가기밀로 분류된 정보의 범위는 적절했는가. 방산업체와 정부 사이에 실제로 어떤 부당한 유착이 있었는가. 이런 사실을 확인한 뒤 문제가 발견된다면 비판하면 된다.

그러나 그 과정 없이 SGR-A1 → 안보화 → 시민 배제 → 군·정부·기업 결탁 → 민주주의의 부패로 달려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것이 취재를 통해 도달한 결론인지, 이미 존재하던 정치적 세계관에 하나의 무기체계를 끼워 넣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승전 민주주의 위기다.

민주국가에도 군사기밀은 있다

국방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민주주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GP에 어떤 장비가 몇 대 있는지, 감시장비의 탐지거리와 사각지대가 어디인지, 어느 상황에서 몇 초 만에 대응하는지, 통신망과 지휘체계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교전규칙의 구체적인 절차가 무엇인지를 공개할 수는 없다. 그런 정보야말로 북한군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같은 민주국가에도 국가기밀과 군사기밀은 존재한다.

민주주의의 기준은 기밀이 존재하느냐가 아니다. 그 기밀이 법에 따라 지정되는가, 적절한 국가기관과 의회가 이를 통제할 수 있는가, 권한 남용을 감시할 제도가 존재하는가 — 이것이 문제다.

그러나 군도 반드시 대답해야 한다

그렇다고 군에 아무것도 묻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이제는 제대로 물어야 한다. 대한민국 군은 AI가 인간의 별도 승인 없이 사람을 살상하도록 허용할 것인가. 이 질문은 어느 GP에 무기가 몇 대 있는지 공개하라는 질문과 전혀 다르다. 군사기밀을 밝히지 않고도 답할 수 있는 국가적 원칙의 문제다.

AI가 침입자를 탐지하는 것, 사람과 동물을 구별하는 것, 표적을 추적하는 것, 위험도를 계산하는 것 — 여기까지와 AI가 사람을 죽일 것인지를 최종 결정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살상 결정의 최종 책임은 누가 지는가. 인간은 반드시 최종 판단 과정에 들어가는가. 오인식과 오작동이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는가. 어떤 기관이 그 알고리즘과 운용원칙을 검증하는가. 국회는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가. 이것은 대한민국이 지금부터 반드시 논의해야 할 문제다.

민주주의를 걱정한다면 언론부터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DMZ 돌아다니는 ‘살인병기’.” SGR-A1은 DMZ를 돌아다니지 않는다. 그런데도 ‘돌아다닌다’고 제목을 붙였다. 실제로 존재하는 SGR-A1에 존재하지 않는 장면 하나를 덧붙이는 순간, 전혀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사실과 허구를 뒤섞어 공포감을 조장하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낸 공포를 발판 삼아 한국 사회의 안보화를 말하고, 정부와 기업의 결탁을 말하고, 마지막에는 민주주의가 썩고 있다고 선언한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가 썩어가고 있다고 걱정하는 언론은 왜 사실과 허구부터 구별하지 않는가.

언론은 권력을 감시해야 한다. 군도 감시해야 한다. 정부와 방산기업의 관계도 들여다봐야 한다. 국가기밀이라는 이름으로 권력이 부당하게 정보를 감추고 있다면 그것 역시 밝혀내야 한다. 그것이 언론의 일이다. 그러나 그 권한은 언론이 사실을 마음대로 재구성해도 된다는 면허가 아니다.

가짜뉴스가 민주주의를 훼손한다고 언론은 끊임없이 말해왔다. 맞는 말이다. 그러므로 그 기준은 언론 자신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사실에 허구적 장면을 덧씌워 공포를 만들고, 그 공포를 정치적 결론의 근거로 삼는다면 그것 역시 민주적 공론장을 훼손한다.

자율살상무기는 반드시 물어야 한다. 군도 답할 것은 답해야 한다. 국회도 감시해야 한다. 인간의 생사를 AI에 맡길 것인지 대한민국은 분명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질문이 중요할수록 사실은 더욱 정확해야 한다. 군사기밀을 이유로 모든 질문을 막아서도 안 되고, 민주주의를 이유로 모든 군사기밀을 공개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언론은 확인한 만큼만 써야 한다. 민주주의를 정말 걱정한다면 더욱 그렇다.

민주주의를 말하기 전에, 사실부터 정확히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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