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 인접 지역의 흙먼지 속에서 두 차례 굉음이 울렸다. 우리 군 간부 3명이 쓰러졌다. 이 가운데 2명은 중상을, 1명은 경상을 입었고 한 간부는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당했다. 첫 폭발 뒤 구조 과정에서 수색대대장까지 두 번째 폭발로 부상했다. 사고 지점은 MDL 인접 지역이었다.
사고 직후 군은 지뢰 폭발 가능성을 놓고 조사를 벌였다. 이후 현장에서 북한군 수지 반보병지뢰가 추가 발견됐고,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9월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해당 지뢰가 유실된 것이 아니라 ‘매설’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여러 발이 좁은 지역에 몰려 있는 점 등을 들어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 작업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단호한 언어로 대응했다.
북한 지뢰 매설이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필요한 대응 조치를 강조했다.
그런데 사고 직후 취임한 강 장관이 25사단 최전방 부대를 처음 찾았을 때의 모습은 또 다른 논쟁을 불러왔다.
장관은 말끔하게 다려진 회색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정장 구두를 신은 채 최전방 현장에 나타났다.
취임 직후 첫 공식 야전 현장지도 대상으로 찾은 곳이 육군 25사단이었다. 전망대에서 전방 작전상황을 보고받고 GOP 대대 지휘통제실에서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국방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 찾은 야전 현장이자 며칠 전 지뢰 폭발로 장병들이 크게 다친 바로 그 부대였다.
국방부 브리핑에서도 복장 문제가 제기됐다. 국방부 측은 강 장관이 현역 군인이 아닌 민간인 신분이어서 군복을 입지 않는 데 법적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역대 장관들이 전방을 찾을 때 전투복이나 야전상의 등을 착용해온 것은 장병과의 동질감이나 보안 등을 고려한 관행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법률상 군복 착용 여부와 최전방 현장에서 요구되는 안전·현장성의 문제는 그러나 별개로 볼 필요가 있다.
최전방에는 최전방의 드레스코드가 있다
최전방 복장은 보여주기식 의전이나 기념사진을 위한 장식이 아니다. 실제 작전환경에서 생존하고 우발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
지뢰 위험이 존재하고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방문자의 직책보다 현장의 위험 수준이 복장과 안전장구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전투화와 현장 기동복, 상황에 따라 방탄헬멧과 방탄복을 갖추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뢰와 총탄은 장관이나 고위 관료라고 피해 가지 않는다.
9월 21일 오전 10시 50분께 25사단 관할 DMZ에서 수색로 개척 작전 도중 두 차례 폭발이 발생했다. 수색대대장 등 2명이 중상을 입었고 1명이 경상을 입었다. 군 당국은 이후 현장에서 북한군 지뢰를 추가 발견했고, 매설 정황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장병들에게 그곳은 추상적인 ‘안보 현장’이 아니다. 발걸음 하나에도 지뢰를 경계해야 하는 실제 작전지역이다.
그런 장소를 국방 최고 책임자가 정장 양복과 구두 차림으로 찾은 것이 적절했는지를 묻는 이유다.
군복 한 벌이 한 사람의 안보관을 모두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양복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장관의 대북 경계심이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군은 상징과 지휘관의 행동이 장병에게 강한 메시지를 주는 조직이다. 특히 지뢰 폭발로 장병들이 중상을 입은 직후라면 국방 최고 책임자가 어떤 몸가짐으로 현장을 찾느냐는 단순한 패션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문제는 양복이라는 옷 한 벌 자체가 아니라, 그 복장이 실제 작전현장과 국방 수장 사이에 보여준 거리감이다.
“가차 없고 치명적이어야 한다”…말과 현장의 거리
강 장관은 25사단에서 장병들에게 적의 도발이나 침범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중동부전선 7사단 GOP에서도 대비태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적에게 거칠고 가차 없고 치명적이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문을 했다.
장병에게는 강한 전투태세와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하면서 국방 수장 자신은 최전방 작전환경과 동떨어져 보이는 복장으로 현장에 섰다는 점이 논쟁의 핵심이다.
민간인 국방장관 미국은 어떻게 했나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은 현역 군인이 아니다. 문민통제를 중시하는 미국도 국방장관은 민간인이며 전투지역을 방문한다고 반드시 군복을 입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 전장 방문에서 미국 국방장관들이 현장을 어떻게 대했는지는 참고할 만하다.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은 2010년 3월 아프가니스탄 나우 자드의 전방작전기지를 방문해 미 해병대 장병들과 마을을 직접 걸었다. 미 국방부와 미 육군은 게이츠가 전방 기지와 작전지역을 찾아 현장 상황을 확인한 사실을 공식 기록하고 있다.
2007년 6월에는 이라크 바그다드의 합동보안소를 방문했다. 당시 이라크군 특공대와 미군이 경계를 제공하는 가운데 작전지역을 둘러봤다.
중요한 것은 군복 착용 여부만이 아니다. 실제 전투지역을 일반 행정기관 방문과 같은 공간으로 취급하지 않고 현장의 위험도에 맞춰 경호와 이동, 안전조치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한국의 DMZ 역시 단순한 국경 관광지가 아니다. 더욱이 이번 25사단 방문은 지뢰 폭발 사고 직후 이뤄졌다. 해외 민간인 국방장관도 정장을 입는다는 사실만으로 현장 안전과 복장 논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북한 지뢰와 정전협정…장관 스스로 인정한 현장의 위험
강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사고 지역에서 발견된 북한군 지뢰가 유실된 것이 아니라 매설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여러 지뢰가 좁은 지역에 몰려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와 관련된 매설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는 해당 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위험성을 국방당국 스스로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국방장관이 그러한 현장을 어떤 복장과 안전 태세로 방문해야 하는지는 충분히 공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청문회에서도 쟁점 된 대북관
강 장관의 대북관은 후보자 인사청문 과정에서도 논쟁이 됐다. 그는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주적’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논리적 문제를 언급하며 사용을 피했다.
따라서 강 장관이 북한을 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다만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하고 DMZ 지뢰 매설 정황에 강경 대응을 강조했다면, 그와 동시에 최전방 현장을 대하는 태도와 안전 인식도 그에 걸맞아야 한다는 문제 제기는 남는다.
법 위반 여부가 아니라 현장 인식의 문제
헌법상 국군통수권자는 대통령이다.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을 보좌해 국방에 관한 군정과 군령을 관장하는 주무장관이다.
강신철 장관의 양복 차림이 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 역대 국방장관들의 전투복 착용도 법적 의무라기보다 관행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논쟁은 법 위반 여부에만 있지 않다.
군복을 입기 어렵다면 현장 위험에 적합한 신발과 기동성이 있는 복장, 필요한 안전 장구를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특히 지뢰 사고가 발생한 직후의 최전방이라면 복장 자체보다 ‘나는 이 현장을 얼마나 위험한 작전지역으로 인식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장병들에게 DMZ는 오늘도 지뢰를 경계하고 철책 너머 상황을 주시해야 하는 실전의 공간이다.
그렇다면 국방 최고 책임자에게도 같은 공간은 일반 행정기관 방문과 다른 긴장과 준비가 요구되는 최전방이어야 한다.
이번 논쟁을 단순한 옷차림 취향으로만 넘기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신철 장관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비무장지대는 장병들과 함께 위험을 감수하며 지켜야 할 최전선인가, 아니면 정장과 구두 차림으로 방문하는 의전 무대인가.
이만재 기자
미디어원 Copyrights ⓒ MediaOn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