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검찰청 간판이 내려지는 역사적 전환점을 지나온 지금, 대한민국 정치권이 남긴 민낯은 참담하다. 거창하게 포장했던 검찰개혁의 종착역에서 마주한 것은 사법 정의의 실현이 아니라, 권력의 지분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볼썽사나운 진실공방과 무책임한 밥그릇 쪼개기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두고 불가역적 개혁이라며 자축했으나, 정작 정권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유시민 작가는 국민을 속였다며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여기에 한동훈 의원은 피해자를 방치하는 지옥문이 열렸다고 경고했고, 진중권 교수는 정권과 사법부의 위험천만한 정면충돌을 지목했다. 네 갈래로 찢어졌던 이 소음의 본질은 하나다. 치밀한 국가적 설계도 없이 정치적 이해타산만으로 밀어붙였던 거대한 사법 실험의 청구서가 마침내 날아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정치적 동업자들이 벌였던 볼썽사나운 지분 싸움
가장 기괴했던 장면은 단연 이재명 대통령과 유시민 작가 사이에 벌어졌던 기억의 전쟁이었다. 유 작가는 대통령이 원래의 약속을 파기하고 국민을 기만했다며 격노했고, 대통령실은 법적 대응까지 거론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2025년 4월의 대담 기록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허탈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유 작가 면전에서 법무부 안에 있든 어디 있든이라며 이미 타협의 여지를 열어두었다. 정권 창출을 위해 모호한 슬로건 아래 손을 잡았던 동업자들이, 정작 뚜껑을 열고 권력기관을 나눌 시점이 되자 서로 딴소리를 하며 네 탓 공방을 벌였던 셈이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거창한 구호 뒤에 숨겨진 정밀한 작동 원리는 애초에 없었다. 철저한 제도적 시뮬레이션 없이 정치적 구호로 묶어둔 연대가 파열음을 낸 것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권력의 지분을 다퉜던 이들의 아귀다툼 속에서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의 공공성은 철저히 실종됐다.

수사 지연과 사건 핑퐁… 힘없는 서민만 내몰렸다
정치인들이 중수청이니 공소청이니 하며 간판을 바꿔 달고 완장을 차는 동안, 정작 가장 잔인한 피해를 입은 것은 평범한 국민들이었다.
한동훈 의원이 지적했던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의 파장은 이미 일선 현장에서 서늘한 현실로 드러났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고 경찰과 중수청 사이로 사건을 떠넘기는 이른바 사건 핑퐁이 일상화되면서, 수사 지연은 만성화의 길로 들어섰다. 전세사기를 당한 청년, 보이스피싱으로 전 재산을 날린 서민들이 고소장을 내고도 수년씩 피가 마르는 고통을 겪어야 하는 구조가 제도화된 것이다.
권력형 비리 수사를 막겠다는 정치적 계산에 눈이 멀어,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던 일선 형사사법 체계의 모세혈관까지 죄다 도려낸 꼴이었다. 거악을 잡는 칼을 빼앗겠다며 일반 시민의 범죄 피해 구제권까지 함께 내던져버린 이 무책임한 개혁을 과연 누구를 위한 진보라 부를 수 있겠는가.
사법부 충돌의 불씨… 개혁이었나 권력 장악이었나
더욱 섬뜩한 뇌관은 검찰청 해체 이후 정권의 칼끝이 어디로 향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진중권 교수가 경고했듯,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대법관 제청 갈등은 단순한 인사 마찰이 아니라 삼권분립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한 신호탄이었다.
검찰의 힘을 빼놓은 권력이 이제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내리는 사법부를 향해 압박의 수위를 높여왔다. 권력기관 간의 건강한 견제와 균형은 사라지고, 오직 정권의 통치 기반을 위협하는 모든 사법적 통제 장치를 무력화하려는 오만함만 남았다. 검찰청 폐지가 사법 개혁의 완성이 아니라, 통제받지 않는 거대 권력의 사법 장악 시도로 변질됐다는 우려가 터져 나온 이유다.
실험실에 갇힌 대한민국 형사사법의 비극
검찰청 간판을 내렸다고 해서 지난 정권과 현 정권이 쏟아낸 정치적 갈등과 사법의 난맥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도리어 국가 형사사법 체계라는 백년대계가 정치인들의 정략적 야합과 진영 논리에 의해 난도질당했다는 낙인만 뚜렷해졌다.
정치적 지분을 요구했던 논객, 면피성 해명에 급급했던 권력자, 정략적 경고만 남발했던 야권 지도자 그 누구도 무너진 사법 시스템 속에서 방치된 범죄 피해자들의 절규에는 답하지 않았다. 거대한 정치 실험실에 마루타로 던져진 국민들의 한숨 위로, 떼어낸 검찰청 현판의 흉터만 씁쓸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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