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뜨거운 감자였던 리얼돌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새로운 형태의 성인물이 등장했다. 이른바 ‘듣는 야동’이라고 불리는 성인용 오디오 롤플레잉 콘텐츠이다.
오디오 롤플레잉이란 스토리에 따라 특정한 상황, 역할을 목소리로 연기하는 일종의 1인 드라마 콘텐츠이다. 하지만 일부 콘텐츠는 그 내용에 여성의 신음소리나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효과음, 욕설 등 성적, 가학적인 요소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오디오 콘텐츠를 전문으로 유통하는 플랫폼도 존재한다. 한 업체인 R사에서는 이러한 성인용 오디오 콘텐츠를 많은 크리에이터가 업로드하고, 이를 이용자가 돈을 주고 구매하는 식의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현재 국내에 성인용 오디오 콘텐츠를 규제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공식 답변을 받은 내용) 국내 모든 상업 영상물의 경우, 문체부 산하의 영상물 등급위원회에서 심의를 받아야하지만, RPLAY에 올라온 오디오 콘텐츠는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영상이 아니기 때문에 영등위의 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시 말해 현재 성인용 오디오 콘텐츠는 어떤 기관의 심의도 받지 않은채 유통되고 있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R사 측에서는 현재 심의기관이 없기 때문에 정보통신망법에 의거해 성인콘텐츠가 미성년자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시스템적 기능을 갖추고 있고, 자체 심의를 통해 지나치게 유해하거나 적법하지 않은 콘텐츠가 유통되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나친 성상품화와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콘텐츠가 어떤 기관의 감시, 규제도 없이 유통된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가 된다.
리얼돌, 딥페이크에 이어 성인용 오디오 롤플레잉 콘텐츠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확산되는 성인물들에 대해 규제 기관과 입법 기관의 관심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