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한미군 4,500명 인도태평양 재배치 검토…한·미 안보구조 전환점 되나”

(미디어원=이진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약 4,500명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5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전해졌다.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47대 대통령으로 재임에 성공한 뒤, 미국은 동맹관계 재조정과 글로벌 병력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주한미군 감축 검토는 단순한 병력 조정이 아닌, 한·미 안보 협력 구조의 전환점을 가리키는 신호로 읽힌다.

WSJ는 복수의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주한미군 2만8,500명 중 약 4,500명을 괌을 포함한 인도태평양의 전략 거점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위급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아직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식 보고되지는 않았으나, 이 안은 새로운 대북 전략과 중국 견제 중심의 아시아 구상 속에서 중요한 선택지로 다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직후부터 ‘미국 우선주의’ 원칙에 따라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 확대와 병력 효율화 전략을 앞세워왔다. 올해 초 수립 지침이 내려진 국방전략(NDS) 초안에서도 “중국 억제, 본토 방어, 동맹의 자율적 기여 확대”가 핵심 방향으로 제시되었으며, 이번 감축 검토는 그 연장선에 있다.

주한미군은 단순히 북한 억제를 넘어, 남중국해·대만해협·극동 러시아를 아우르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거점이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새무얼 퍼파로 사령관과 주한미군 사령관 제이비어 브런슨은 상원 청문회에서 “주한미군 감축은 동북아 안보 균형을 위협하고, 중국·러시아의 영향력 확장을 저지하는 데에도 부정적”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핵우산’을 통한 확장 억제는 유지하되, 재래식 방어는 한국이 책임지는 구조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방부 정책을 총괄하는 엘브리지 콜비 차관은 과거 공개 발언에서 “한국에서 병력을 철수하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중국 견제 중심의 구조로 전환하고, 북한의 재래식 위협에 대한 방어는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미국의 병력은 유연성을 확보하고, 한국은 방어 책임을 강화하는 쌍방 구조로의 전환을 예고한다.

WSJ는 괌을 병력 이전의 유력 후보지로 지목하며, 이 지역이 “중국의 타격 범위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분쟁 가능 지역에 근접한 전략 허브(hub)”라고 분석했다. 괌은 최근 미 해군과 공군의 전진 배치가 집중되며 인도태평양 작전의 중심지로 격상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기적 재배치가 아닌, 한·미 동맹의 작동 방식 자체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음을 의미한다. 단순한 수치상의 감축이 아니라, 동맹의 구조와 전략의 방향이 동시에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번 구상은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기조, 국방비 절감 압박,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병력 재조정 필요성과 맞물리며 현실화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은 이에 대비해 안보 주권의 자율성과 역량을 동시에 강화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한반도의 안보 구조는 지금, 실제 병력 이동이라는 물리적 현실 앞에서 바뀌고 있다. 그것은 전략 구상의 변화가 아니라, 동맹 시스템의 근본적 재편이 시작되었다는 선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