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첫선을 보인 현대자동차 투싼이 22년 만에 글로벌 판매 1060만 대를 넘어섰다.
숫자만 놓고 보면 베스트셀링카의 장기 흥행 기록이다. 그러나 투싼의 성장 과정에서 더 눈여겨볼 대목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팔렸고, 해외 판매 가운데 절반 이상을 현지 공장에서 생산했다는 점이다.
현대차 IR 기준으로 투싼은 올해 8월까지 중국 전용 모델 ix35를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1061만6102대가 판매됐다. 중국 전용 모델 55만4049대를 더하면 전체 누적 판매는 1117만151대에 이른다.
아반떼와 엑센트에 이어 현대차그룹 역대 세 번째로 누적 판매 1000만 대를 넘어선 모델이며, 국산 SUV 가운데서는 최초다.

22년 팔았는데 국내 비중은 9%뿐
투싼은 처음부터 국내시장보다 해외에서 더 강한 차였다.
22년간 누적 국내 판매는 95만3029대로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판매의 9.0%에 그쳤다. 반대로 해외 판매는 91.0%를 차지한다. 중국 전용 모델까지 포함하면 해외 비중은 91.4%로 더 높아진다.
국내에서 성공한 차가 해외로 확장됐다기보다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해 성장한 글로벌 전략 SUV에 가깝다는 의미다.
투싼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연속 현대차 차종별 연간 판매 1위를 지켰다. 2021년 56만 대, 2022년 62만 대, 2023년 69만 대, 2024년 64만 대, 2025년 63만 대로 최근까지 연간 60만 대 안팎의 판매량을 유지했다.
1세대 162만대에서 4세대 337만대로
투싼의 특징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판매량이 늘었다는 점이다.
1세대는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약 162만 대가 판매됐다. 2세대는 약 250만 대, 3세대는 약 312만5000대로 증가했다.
2020년 등장한 4세대는 올해 8월까지 약 337만3000대가 팔리며 역대 세대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연평균 판매량은 더 극적으로 변했다. 1세대는 연평균 약 12만4000대였지만 4세대는 약 50만6000대로 4배 이상 늘었다. 판매 기간은 오히려 짧아졌는데 판매량은 증가한 셈이다.
성장의 핵심은 수출보다 현지 생산
투싼의 장기 성장에는 해외 생산기지 확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5년 투싼 해외 판매 가운데 현지 공장 생산 비중은 4.0%에 불과했다. 2010년에는 44.2%, 2016년 73.1%로 높아졌고 2023년에는 76.0%까지 확대됐다.
누적으로 보면 해외 판매 966만3073대 가운데 585만8926대가 현지 생산분이다. 비중은 60.6%다.
미국과 체코 등 주요 시장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면서 투싼은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차에서 각 지역에서 생산하고 각 지역에서 판매하는 글로벌 모델로 체질을 바꿨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관세와 환율 리스크를 낮추고 현지 수요에 맞춰 공급을 조절할 수 있는 구조도 갖추게 됐다.
미국에서만 222만대… 해외 판매 4~5대 중 1대
투싼의 최대 시장은 미국이다.
2004년 미국 진출 이후 올해 8월까지 내연기관 모델 195만3485대와 하이브리드 27만3669대를 합쳐 모두 222만7154대가 판매됐다.
전체 글로벌 누적 판매의 19.9%, 해외 판매 총량의 23.1%에 해당한다. 해외에서 팔린 투싼 4~5대 가운데 한 대가 미국에서 판매된 셈이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비중도 빠르게 늘었다. 미국 투싼 판매에서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2.3%에서 2022년 17.8%, 2023년 19.2%, 2024년 32.5%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31.0%, 올해 1~8월에도 27.8%를 기록하며 3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100만대에서 1000만대까지
투싼은 2008년 누적 100만 대를 돌파했다. 2016년에는 500만 대, 2025년에는 1000만 대를 넘어섰다.
100만 대에서 500만 대까지 8년, 500만 대에서 1000만 대까지 9년이 걸렸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연간 판매량이 46만6663대까지 떨어졌지만 2021년부터 해외 공장 생산과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에 힘입어 빠르게 회복했고 2023년에는 69만8786대까지 반등했다.
패밀리 SUV 이미지는 안전성이 받쳤다
투싼은 미국 IIHS와 NHTSA, 유로 NCAP 등 주요 안전 평가에서도 꾸준히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4세대 투싼은 미국 IIHS에서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 연속 TSP+를 유지했고, NHTSA와 유로 NCAP에서도 최고 수준의 안전등급을 기록해왔다.
가족용 SUV 시장에서는 실내공간과 가격 못지않게 안전성이 구매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 투싼이 미국을 중심으로 장기간 안정적인 판매량을 유지한 배경 가운데 하나다.
5세대는 디자인부터 다시 바꿨다
현대차는 최근 6년 만의 완전변경 모델인 5세대 투싼을 공개했다.
신형 투싼은 기존의 유선형 디자인에서 벗어나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아트 오브 스틸’을 반영한 각지고 강한 SUV 형태로 바뀌었다.
차체 크기를 키워 실내 공간을 넓히고 최신 커넥티비티 기능을 강화했으며 1.6 터보 가솔린과 1.6 터보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했다.
현대차 SUV 최초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를 적용하고 생성형 AI 기반 디지털 기능도 강화했다.
5세대 투싼은 국내 출시에 이어 2027년부터 북미와 유럽 등 주요 해외 시장에 순차 투입될 예정이다.
1060만대보다 더 중요한 숫자는 91%
투싼의 누적 판매 1060만 대는 상징적인 기록이다.
그러나 현대차 입장에서 더 중요한 숫자는 해외 판매 비중 91%다.
국내에서 만든 차를 해외에 많이 수출한 수준을 넘어 해외 공장에서 현지 수요에 맞춰 생산하고 미국을 비롯한 핵심 시장에서 20년 넘게 판매량을 유지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투싼은 현대차가 수출기업에서 글로벌 현지생산 기업으로 변화한 과정을 한 차종 안에서 보여준다.
이제 다음 승부는 5세대다. 22년 동안 1000만 대 넘게 팔린 SUV가 하이브리드와 새로운 디자인, 디지털 기능을 앞세워 다음 기록을 얼마나 빠르게 쌓아갈지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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