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 논란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가 지난달 29일 해당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에 강 의원의 반론보도문을 게재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강 의원의 발언을 가장 먼저 보도한 중앙일보와 매일경제는 지면과 홈페이지에 “강 의원은 여성 의원들의 외모에 대해 전혀 언급한 적이 없다고 알려와 이를 알린다”는 내용의 반론보도문을 게재해야 한다.
이는 강 의원 관련 논란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 더욱 중요한 사실을 시사한다. 서로 대립되는 의견을 조율하고 조정하기 위해서는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주장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거나 한쪽의 의견만을 수용하는 태도는 절차적 민주주의에 있어 지양해야 할 태도다.
# 무엇이 그리 불만이신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행업계는 80년대 군사정권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본보 8월 2일자 1면 기사를 대하는 업계 어느 인사의 태도가 그러하다. 이번 기사의 의도는 사상 최대 호황이라는 여행업계에서 소외받고 있는 랜드 사업체를 조명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호황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랜드 업계 현 상황은 어느 하나의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하기 힘들다. 랜드 업계에 만연한 구태의연한 행태가 원인일 수도 있고, 항공사?여행사?랜드사라는 고리로 엮어진 여행업계의 구조적 병폐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그 두 가지 이상의 이유가 혼재한 복합적인 상황을 원인으로 진단 할 수도 있다.
신문이 발간된 후 2일 오전 발신 번호를 숨긴 채 자신의 신분과 소속도 밝히지 않은 전화가 걸려왔다. 비록 그 기사를 쓴 기자는 아니지만 “랜드사의 불황이 왜 여행사 탓이냐”라고만 주장하는 어느 인사의 발언은 외려 기사에 진실성을 부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발언 이후 여행업계 인사의 무도한 발언이나 여행언론에 관한 왜곡된 시각을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열악한 근무환경에서도 쥐꼬리만 한 월급이라도 받고자 오늘도 발로 뛰어야하는 여행업계 기자로서 애써 자신의 신분을 숨긴 인사의 신상정보를 캘 시간은 없다. 자신의 인격을 한없이 떨어뜨리는 후안무치한 발언과 태도에 함께 동참해 열을 내고 싶지도 않다. 다만 알려드리고 싶을 뿐이다.
# 자! 이렇게 따라 해보세요
글의 서두에 밝혔듯이 자신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기사가 언론을 통해 나간다면 해당 언론사에 직접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요구하거나 명예훼손 등으로 형사고소하는 방법이 있다. 혹은 강용석 의원의 경우처럼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할 수도 있는 일이다. 친절하게 인터넷 주소도 알려드리겠다.
http://www.pac.or.kr/html/consult/cs_method.asp 를 통해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물론 조정과정 중에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따뜻한 결말도 있다.
중학교 이상의 정규과정만 이수했다 하더라도 그다지 어렵지 않은 언론 상대하는 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밤길을 조심하라’는 해묵은 협박으로 여행레저 사무실에 ‘실소(失笑)’라는 웃음꽃을 피우게 하는 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 업계지도 주어진 역할이 있습니다
상생(相生)을 위해 여행?관광산업 관련 업계가 힘을 모을 때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업계의 각 부분은 때로 공생하기도 하고, 기생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중 업계지의 역할은 자명하다. 해당 업계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고 곪은 곳을 터뜨려줘야 한다. 업계와 업계지의 관계가 선순환을 이룰 때 업계의 발전이 곧 매체의 발전으로 직결될 수 있다.
홍보지가 아닌 이상 업계지가 제대로 된 필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선의의 피해자를 막을 수 있다. 전직 기자는 이에 대해 “업체의 안정성이나 상품의 품질, 마케팅 플랜 등 초보 사업자들이 올바른 회사 선정기준을 가질 수 있게끔 해 주는 것이 바로 매체의 역할”이라며 “업계의 발전상을 제시하는 것도 업계지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업계지의 역할에 대해 강제적으로 힘을 행사하려는 업체의 입김이 지속될수록 업계 자체의 불투명은 더해져만 갈 것이다. 상대를 쥐어짜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이 짧게는 큰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겠지만, 결국 ‘제살 깎아먹기’라는 사실을 이제는 깨달아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