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자라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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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힘이란 속도가 아닌 공신력에 있다고 봐야한다. 속보경쟁을 위한 물타기 식 보도가 아니라 대중에게 신뢰와 믿음으로 정보(正報)를 제공하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펜이란 약자에게만 겨누고 협박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소수만이 공유하는 가치있는 정보를 최대 다수에게 전달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여행레저라는 분야는 굉장히 많은 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단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행과 글을 업으로 삼는 여행 기자에게 선망의 눈빛을 보내기도 하고, 혹자는 의혹의 눈초리로 쏘아보기도 한다.
여행과 레저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활이 아닌 휴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더 맛있고, 더 잘 놀 수 있는 방법만을 추구하는 여행기자는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껏 받게 된다. 하지만 펜이라는 무기로 독자들의 생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기자라는 직함은 아무래도 사람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이율배반적인 태도로 기자를 대하는 취재원들의 태도는 그것만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참고도서다. 비록 선배기자에게 들었던 쌍팔년도 사이비기자들의 무식한 협박성 멘트는 이제 사라지고 없지만, 여전히 그때의 기억으로 움츠리는 사람들이 있다. 기자란 좋은 대우를 해줘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큰일을 초래한다는 얼토당토않은 기억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다.
물론 그런 시대는 예전에 갔다. 이제는 기자들보다 더 전문화된 정보와 파급력을 지닌 파워블로거의 글이나 전문가의 트위터 140글자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딴따라라 무시당했던 연예인들이 어느새 공인이 되어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다.
기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말 그대로 ‘나’ 외부에 보이지 않는 정보의 공기를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우리는 볼 수 없는 1과 0이라는 디지털화된 정보가 전파가 되고, 무수한 전산망에 퍼져있다. 그 안에는 가치있는 정보가 있고, 무가치한 정보가 있으며, 또한 가공되고 왜곡된 거짓 정보 역시 숨어있다.
연예인과 정치인들의 가십이 특정 게시판을 중심으로 생물처럼 성장하고, 확대되면서 전혀 다른 루머를 만들어내는 일을 우리는 누누이 보아왔다. 이로 인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사람들도 있고, 개인의 사생활이 무참히 깨어지는 경우도 수없이 봐왔다.
여기서 기자의 힘이란 속도가 아닌 공신력에 있다고 봐야한다. 속보경쟁을 위한 물타기 식 보도가 아니라 대중에게 신뢰와 믿음으로 정보(正報)를 제공하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펜이란 약자에게만 겨누고 협박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소수만이 공유하는 가치있는 정보를 최대 다수에게 전달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사실을 조리있게 전달하는 것이 기자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던 처음의 다짐이 떠오른다. 이제는 더불어 다른 것을 생각하게 된다. 기자란 소설가나 영화감독만큼의 크리에이티브한 생각의 유연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을 좀 더 효과적으로 대중에게 전달할 것.
사실과 창의성을 동시에 지녀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기자란 자신이 속한 업계에 대한 공부와 연구뿐 아니라 더 넓은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다.
화이트컬러에게만 읽힐 수 있는 전문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하며 웃고 웃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기자가 되고자 하는 꿈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라고 믿고 싶다.

사실 기자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조?중?동?한?경이라는 5대 일간지도 아닌 업계 전문지의 기자가 고려할만한 대상은 아니라고 할 사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러한 사명감과 자부심에서 미디어원의 기자들은 출발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