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이 기차여행이지 평균 시속 30 ㎞ 라니 . 10 배나 더 빠른 고속철도 KTX 가 달리는 요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나름대로의 운치와 풍경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곳이 있다 . 대한민국에서 가장 느리게 달린다는 경전선이다 .
기차가 달리는 도중에 옆으로 자전거 한 대가 따라 달린다 . 발칙하게 기차보다 더 빠르게 달려 나갈 듯 싶더니 예전 서부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을 연출할 것만 같다 .
올해로 80 주년을 맞은 경전선은 경남 밀양 삼랑진역에서 광주 송정역까지 300.6 ㎞ 를 달린다 . 이 구간을 가는 데 무려 5 시간 40 분이 걸린다 . 평균 시속 50 ㎞ 에 곡선주로에선 30 ㎞ 까지 속도가 낮아진다 . 우습게도 100m 세계 신기록을 갖고 있는 우사인 볼트와 비교하면 8 ㎞ 나 느린 속도다 .
당연히 교통수단으로써의 기차를 생각한다면 ‘ 빵점 ’ 이나 다름없다 . 경전선의 목적 자체가 타 기차와 아예 다름을 이해할 때 우리는 경전선에 올라 만족을 느낄 수 있다 .
KTX 에서 스쳐지나가는 풍경들은 생겨났다 금세 사라지고 만다 . 먼 경치조차 단편적인 시각의 만족만 주고 떠날 뿐이다 . 당연히 이를 받아들이는 승객의 마음도 숨이 찬다 . 지금 시대에 ‘ 느림 ’ 은 ‘ 뒤쳐짐 ’ 과 동등한 취급을 받는다 .
이러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경전선은 무참히 깨고야 만다 . 객실 내 가족들이나 연인들의 모습은 바로 한 없이 느릿느릿한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 결국 지금 이 순간 역시 지나간 과거가 될 테지만 그렇기에 이 순간이 느리면 느릴수록 행복은 더 해져 간달까 ?
인상적인 미니카페에는 창가에 나란히 5 개 간이의자가 놓여 있다 .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충분히 운치 있는 풍경이다 . 풍경 속에 앉아 느린 속도로 흘러가는 자연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경전선에게 못내 고맙다 .
느린 경전선 구간엔 유독 이색 간이역이 많다 . 동화 속 장면을 떠다니는 은하철도 999 랄까 ? 이마저도 승객들에게 천천히 감상하라는 듯 작은 부분까지 아기자기하고 특색 있는 간이역들이다 .
플랫폼에 마치 동네 앞마당 같은 정원이 가꿔진 남평역 . 여기서 글을 쓰면 영감이 샘솟을 듯 한 곳이다 . 무엇도 쓰지 못한다면 절로 자신의 한계를 탓하게 될 것만 같은 부담스러운 곳이기도 하다 . 남평은 예부터 문학과 연이 깊다 . 문화재청이 문화재 (299 호 ) 로 등록한 간이역이요 , 곽재구 시인이 쓴 ` 사평역에서 ` 란 시 ( 詩 ) 와 임철우의 소설 ` 사평역 ` 의 실제 무대가 또 남평이다 .

지금 남평은 그야말로 간이역이다 . 아침 저녁으로 순천과 목포 ( 용산 ) 를 잇는 열차가 왕복 열 차례 다니기는 하지만 하루 승객이 평균 다섯 명에도 못미친다 . 드라마 배경이 되면서는 답사객이 승객 수보다 많을 때가 많다 .
역사 옆에 한우고기를 구워주는 진상역도 명물이다 . 딱 광주와 삼랑진 경전선 구간의 중간쯤이다 .
이용객 수가 줄면서 2004 년부턴 아예 무배치 간이역으로 운영됐는데 , 마을 주민들이 아예 간이역을 한우식당으로 바꾼 뒤부터 ` 국내 최초 한우식당역 ` 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 코레일이 운영하는 명품열차 해랑 아우라 (2 박 3 일 ) 코스에는 야외 바비큐 저녁코스가 포함된다 .
아예 수목원인 간이역도 있다 . 평촌역과 반성역 사이의 ` 진주수목원역 ` 이다 . 그저 역에 붙어있는 작은 수목원일 것이라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 56 ㏊ 면적에 1500 여 종 10 만여 그루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 수목원은 다시 식물의 생육 특성별로 침엽수원 , 활엽수원 , 화목원 , 장미철쭉원 , 수종식물원 등 10 여 개 소원으로 나뉜다 .
피에르 상소는 < 느리게 사는 즐거움 2> 에서 완행열차에 대해 이렇게 썼다 . “ 당시의 기차들은 속도 때문에 풍경을 그대로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 또 작은 도시와 큰 도시를 차별하지도 않았다 .” ‘ 빠름 ’ 은 그 나름대로 삶의 윤택함을 더 해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 느림 ’ 보다 우수하지도 , 우월하지도 않다 . ‘ 느림 ’ 은 ‘ 빠름 ’ 이 전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야기를 우리에게 선사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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