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다가왔지만 , 일교차가 심하기 때문에 다양한 계절 (?) 의 날씨를 경험하고 있는 요즘이다 . 낮에는 덥고 , 밤에는 추우니 , 하루가 혼란스러울 지경 . 그렇다고 , 보일러 온도에만 의존한 채 집에만 있을 것인가 . 이럴 때는 차라리 과감하게 집을 떠나 뜨거운 낮의 날씨를 대면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 주말을 이용해 도심을 벗어나 ,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드라이브를 즐기자 . 그리고 밤에는 집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되지 않겠는가 .
한강의 물줄기가 둘로 갈라지는 두물머리부터 강원도 화천으로 향하는 북한강 주변에는 강을 따라 달릴 수 있는 도로가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 강변을 따라 보이는 이색 박물관과 아기자기한 카페와 갤러리들은 북한강 드라이브의 덤이다 . 드라이브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주저 없이 최고의 코스라고 말하는 북한강 드라이브를 지금부터 시작해 보자 .
물안개 자욱한 북한강 45 번국도
드라이브 코스의 최적화된 곳은 수도권에서 가까우면서도 싱그러운 자연의 냄새를 한껏 맡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 드라이브는 말 그대로 드라이브지 차를 모는 ‘ 노동 ’ 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 그래서 선택한 곳 , 바로 북한강이다 .
북한강으로 가기 위해서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판교분기점에서 서울 외곽 순환도로 구리방면으로 진입하면 된다 . 더운 날씨에 일찍 깨어나 서둘러 나서서 그런지 주말인데도 도로가 뻥뻥 뚫린다 . 역시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주행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 지난다 . 옆자리에 누군가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 . 이건 쓸데없는 생각이다 .
구리방면으로 진입한지 얼마 안돼서 하남 분기점이 나와 중부고속도로 동서울 대전 방면으로 진입했다 . 하남나들목에서 45 번 국도를 타고 팔당대교 춘천방면으로 들어가면 이제 거의 도착이다 . ‘ 북한강 주변이 공기도 좋고 참 아름답다 ’ 는 대략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찾아가는 것이지만 , 에어컨을 켜지 않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이 느껴진다 .
팔당대교 북단 교차로에서 6 번 국도를 타고 양수리 양평방면을 지나니 봉안대교가 나온다 . 드라이브의 시작은 두물머리부터이기 때문에 양수 교차로에서 양수방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 어찌됐건 요즘에는 내비게이션이 모르는 길 다 찾아주니 아무리 길치라도 길 찾는 것은 이제 문제 될 것이 없다 싶다 .
팔당댐을 빠져나와 두물머리로 향하는 곳에 오래된 철길이 보여 잠시 차를 세웠다 . 산자락의 그림자를 띄운 강이 철도 바로 옆에 손이 닿을 만큼 가까이 펼쳐져 있어 , 가슴까지 시원하게 한다 . 아직도 이른 아침이라 북한강 주변에 피어오른 물안개 풍경이 가히 예술이다 . 산 능선 사이사이에 피어오른 물안개는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 주변을 소복하게 덮고 있다 . 확실히 여름인데도 선선한 기온이 느껴진다 . 이 좋은 곳을 놔두고 , 집을 나서는 것은 무조건 고생이라는 생각으로 일관하는 것은 너무 어리석었다 . 강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벌써부터 보트나 스키를 타며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
두물머리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지만 강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는 동안 그나마 쌓였던 운전의 피로가 말끔히 씻겨 나갔다 .
다시 차를 타고 두물머리 부터 45 번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 지나가는 길은 말할 필요도 없이 감탄의 연속이다 . 차를 달리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 세미원 ’ 이 보인다 . 그 크기가 한눈에 다 담기지 않는다 . 연못을 가득 메운 싱그러운 수생식물들은 주변의 강과 산에 한데 어울려 인위적이지 않다 .
이곳은 수생식물을 이용한 자연정화공원이다 . 한강의 선유도 공원도 수생식물을 이용한 자연정화 시설을 갖추어 놓았지만 , 세미원이 훨씬 외관적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 각기 다른 모양으로 이지러진 6 개의 연못도 앙증맞다 . 세미원으로 들어가 조금 걸어들어 가니 , 항아리처럼 생긴 분수대인 한강청정기원제단과 두물머리를 한 눈에 내다 볼 수 있는 관람대도 보인다 .
공원답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 놓았다는 것이 느껴진다 . 뿐만 아니라 프랑스 화가 모네의 흔적을 담은 모네의 정원과 바람의 방향을 살피는 기후 관측기구인 풍기대도 있다 . 특히 풍기대는 이곳 분위기와 참 잘 어울린다 . 이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친 나를 싱그럽게 만드는 기분좋은 바람이다 .
달리기만 하는 심심한 드라이브 , 이젠 안녕
북한강 드라이브 코스의 가장 큰 매력은 드라이브를 즐기는 중간 중간에 카페 형태를 띤 갤러리와 이색 박물관을 볼 수 있다는데 있다 . 날마다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아름다운 풍광을 눈 안에 가득 담고 , 깨끗한 공기를 폐에 욕심껏 채워 넣고 난 뒤에도 지루할 시간이 없다 . 세미원을 지나치면 보이는 북한강변에 자리한 ‘ 왈츠와 닥터만 ’ 이라는 박물관은 커피 박물관이다 .
따뜻한 느낌의 짙은 브라운색의 건물이 커피 박물관이라는 타이틀과 썩 잘 어울린다 . 열개 정도 되는 낮은 계단의 주변은 역시 온통 풍성한 녹음에 둘러싸여 있다 . 소박한 크기의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 레스토랑이 보인다 . 이곳은 박물관과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는 모양이다 . 동 · 서양의 커피 역사와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에는 세계 각국에서 공수해 온 커피 관련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 커피 박물관에서 직접 추출한 커피의 맛을 보는 것은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선물이다 .
특히 커피재배온실에서는 커피 묘목의 떡잎부터 열매가 맺히기까지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 ‘ 한번 키워 볼까 ’ 하는 괜한 욕심도 생긴다 . 박물관을 한참 구경하다가 안내판을 보니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2 층 콘서트홀에서 초청 연주회가 열린다는 안내 문구가 보였다 . 다음에는 그 시간에 맞춰 드라이브를 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박물관은 오전 10 시 30 분부터 오후 6 시까지 개관한다 .
아침부터 차를 몰고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출출함이 몰려온다 . 박물관까지 오는 길에 봤던 레스토랑들을 떠올리며 , 45 번 국도를 더 달려도 레스토랑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아니나 다를까 오래 걸리지 않아 모던한 느낌의 엄청 큰 이탈리아 레스토랑 ‘ 앤드 . 유 ’ 를 찾았다 . 실내는 앞면이 통 유리로 강이 흐르는 바깥의 풍경이 여과 없이 보이고 , 너무 밝지 않은 은은한 조명에 편안한 느낌이 든다 .
실외에도 식사를 할 수 있는 테라스 공간이 있어 그곳에서 식사를 했다 . 잔잔하게 흐르는 강과 끝없이 솟은 산을 보며 먹는 식사는 내게 삶을 재충전 시켰다 . 직원에게 레스토랑이 너무 아름답다고 칭찬을 하자 , 레스토랑의 외벽에 화려한 조명이 밤이 되면 북한강변을 반짝반짝 수놓아 이 주변에서는 랜드마크로 통한다는 설명을 해준다 .
커피까지 알뜰하게 챙겨 먹으며 여유롭게 식사를 마친 후 , 나는 다시 드라이브 코스로 이동했다 . 혼자 하는 여행은 이래서 좋다 . 쉬고 싶을 때 쉬고 , 먹고 싶을 때 먹고 , 다시 또 쉰다고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 그래도 혼자 하는 여행은 쓸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와도 좋을 것이다 . 이 드라이브 코스는 혼자서 , 가족과 , 연인과 하는 모든 여행을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
한적한 도로가 액셀 페달에 힘을 주게 한다 . 배도 든든하고 바람도 시원하고 …… . 불과 몇 시간 전만해도 숨 막히는 도심 한가운데 있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 이제 슬슬 돌아갈까 생각하는데 ‘ 가일미술관 ’ 으로 가는 길이 보인다 . 그래 , 여기까지 왔는데 한 번 들러보자 .
이 미술관은 한 건축가가 20 여 년간 모아 온 미술품을 전시하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 미술관은 아기자기한 하얀색 건물로 , 분홍색 간판에 편안한 글씨체로 ‘ 가일 미술관 ’ 이라고 표시를 해 두었다 . 미술관만 있는 줄 알았더니 공연장과 레스토랑 등 4 개의 건물로 나눠져 있다 . 미술관 내부는 북한강과 맞닿아 있어 그림을 감상하면서도 창을 통해 간혹 힐끔힐끔 강을 내려다보았다 . 레스토랑과 연결된 테라스에서도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볼 수 있다 .
북한강 주변은 어딜 가나 자연을 배제하지 않고 자연과 하나가 되려고 노력한다 .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드라이브를 즐기고 나니 ,
이곳을 왜 사람들이 그토록 추천하는지 알게 됐다 . 물안개 자욱한 강을 달리는 북한강 45 번 국도가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
추천코스
두물머리 – 철도 – 세미원 – 왈츠와 닥터만 – 앤드 . 유 – 가일미술관
북한강 두물머리까지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판교분기점 > 서울외곽순환도로 구리방면 진입 > 서하남 > 하남분기점에서 중부고속도로 동서울 대전 방면 진입 > 하남나들목으로 나가서 45 번 국도로 팔당대교 춘천 방면 진입 > 팔당대교 북단 교차로에서 6 번 국도로 양수리 양평방면 진입 > 봉안대교 > 양수교차로에서 양수리 방면 진입 > 기두천교 > 체육공원삼거리 > 두물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