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아래 숨은 종합문화의 요새

전라남도 무주는 조금 낯설다 . 전국적으로 유명한 덕유산 등 천 미터가 넘는 고봉으로 둘러싸인 무주는 한반도 서남쪽 중간쯤에 위치해 진흙속의 진주처럼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역사적으로는 삼국 시대부터 천혜의 요새로 임진왜란과 구한말 등 왜적의 침략이 있을 때마다 구국항쟁을 벌이던 곳으로 곳곳에 호국 유적이 남아있다 . 다양한 문화와 볼거리로 무장한 무주가 이번엔 머루 포도주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 이번엔 세계를 향해 .

호국의 요람 무주

무주는 자연과 생명 , 문화의 전통이 어우러진 생태문화도시로 친환경농업과 선진행정 , 그리고 지역주민모두가 행복한 복지공동체로서 거듭나고 있는 곳이다 . 서울보다 크고 인구는 2 만 명이 간신히 넘는 정도지만 주변 인프라가 좋고 자연환경이 좋은 이점으로 최근 이곳으로 귀농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 과거의 볼거리 관광에서 현재의 웰빙과 체험여행으로 변화와 발전을 꿈꾸고 있고 그 선두에는 무주의 산머루와 전라도 특유의 인심 좋고 맛좋은 토속음식으로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는 힘이 있다 .

무주 전체가 소백산맥의 산악지대에 속하는데 민주지산 , 대덕산 , 덕유산 , 적상산 등 해발 천 미터가 넘는 고산들이 줄지어 있고 특히 사면이 절벽인 적상산이 장관이다 . 그래서 매년 등산객과 사진작가들은 무주로 발걸음을 옮긴다 .

이 밖에 구천동 33 경을 비롯해 아름다운 절경이 즐비해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 곳이 우리가 모르고 있던 무주의 본 모습이다 . 신라와 백제가 국경을 이루고 있던 설천면의 라제통문을 비롯해 백제 때 적천현의 읍성이던 주계성터와 신라 무산성토 , 그리고 사고를 설치해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전했던 적상산성등 호국 유적이 있다 .

무주는 백두대간 하부 등줄기의 고랭지 지역으로 평균 해발 고도가 900m 이상이며 일교차가 크고 기온이 서늘해서 산머루의 자생환경에 적합한 환경을 갖고 있다 . 경작지 또한 머루재배에 적합한 양토와 사양토로 구성되어 있고 , 배수성이 좋아 뿌리 썩음과 병충해 발생 우려가 없다 . 연간 660 여 톤의 머루가 이 지역에서만 생산된다 . 어마어마한 양이다 .

한국의 보르도는 무주다

와인하면 프랑스가 떠오르고 머루주하면 머지않아 한국을 떠올려야 할 것이다 . 특히 무주의 머루와인은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 . 산머루란 포도의 일종으로 알 크기는 포도보다 작지만 일반 포도주와 그 효능이 비슷하다 .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도 머루에 대한 언급이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도 예부터 머루를 먹어왔다 . 무주는 산머루가 자생하기 최상의 조건을 가져 매년 9 월이면 산머루 와인 축제를 열어 관광객유치에 힘쓰고 있다 . 대표적인 와인 생산업체는 샤도무주 , 덕유양조 , 산성와인 , 칠연양조 그리고 산들벗 영농조로 이들은 모두 합해서 연간 300 여 톤을 생산 약 25 억 원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다 .
와인 동굴
이는 전국 생산량의 40% 에 육박하는 수치로 당분간 무주는 머루와인의 대표적 생산지가 될 것이다 . 와인의 종류도 다양한데 기본인 드라이와 스위트 , 클래식과 진저부터 오리지널 까지 여러 종류의 와인을 생산한다 .

이에 따른 부가시장도 잘 발달하였는데 무주 리조트내에 카니발 상가에서는 와인 갤러리를 개관하여 와인에 대한 역사와 시음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 작년 여름에 개관하여 화제가 된 와인터널을 빼놓을 수 없는데 와인을 저장 및 숙성하는 곳으로 와인이 보관되기에 가장 좋은 온도인 13~17 도를 항상 유지한다 . 와인 시음기회와 함께 눈이 즐거워지는 조형물과 사진전시가 항시 있어 와인 애호가인 연인끼리 오면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

특히 5 개 대표는 경쟁보다는 화합을 택하여 공동 브랜드인 로제스위트를 개발함으로써 지역 브랜드 대상 수상 , 클러스터 사업 평가 우수사업 선정 등 지역 이미지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 이들 와인은 언제든 주문이 가능하며 전국 어디든 배달된다 .

무주의 적상산은 한국 백경 중 하나로 손꼽히며 해발 1034m 의 고봉이다 . 사면이 층암절벽으로 둘러싸여 가을 단풍이 붉게 물들면 적상산의 기암괴석과 단풍색상이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여인의 치마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이 적상산을 중심으로 구천동 33 경을 비롯한 무주의 관광단지가 형성되어 있다 .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경계에 위치해 동서문화 교류의 관문역할을 한 라제통문이 있다 . 두 나라간의 활발한 교류를 위해 큰 바위를 손수 정으로 뚫어서 출입구를 만들었다고 한다 . 출입구로써 혼잡했을 통문은 이제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가 만들어지고 홍보를 위한 문지기 아저씨가 쓸쓸히 옛 통문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 실제로 이 통문을 중심으로 경상도말과 전라도 말이 나뉜다 .
완성된 머루 와인
우리나라는 특성지역마다 이야깃거리가 있는 사찰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인데 , 무주는 그런 면에서 안국사가 있다 . 이 사찰이 유명한 이유는 조선시대 국가 기록물들을 이곳 적상산 시고지에 보관했기 때문이다 . 무학대사가 국가의 앞날을 위해 이 절을 지었다고 전해지며 임진왜란이나 6.25 당시에도 군사들이 쉴 수 있는 요충지로 많이 활용되었다 .

이 절 바로 앞에는 조선시대의 모든 행정기록과 조선실록 등을 기록한 5 대 사고의 하나인 적상산사고지가 있다 . 하지만 이곳에 300 년 이상 보존되었던 실록은 현재 김일성대학에 있다 . 그렇기 때문에 무주 주민들은 문화제 반환운동을 펼치면서 이 같은 사실을 모든 국민에게 알리려고 범국민적 운동을 펼치고 있다 .

무주읍에는 무주 향교가 있다 . 태조 1398 년에 창건된 무주향교는 대성전에 공자를 비롯하여 옛 성인들의 위패를 모셔놓은 곳으로 선비들을 양송하던 곳이다 . 전국에 이러한 향교가 남아있지만 일반인들에게 개방한 향교는 무주가 유일하다 . 고종 31 년에 과거제도가 패지 되면서 현재는 매년 봄 , 가을에 석전대제만을 행하고 있다 . 전통문화를 살리고자 이곳에서는 재기차기 , 투호 등 각종 민속놀이와 붓글씨 쓰기 등을 체험 할 수 있다 .

산머루와인 생산뿐 만아니라 우리나라 민족의 전통도 잘 보존하고 있는 무주는 뛰어난 인프라 덕분에 경제 , 문화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농후하다 . 무주의 발전하는 모습에 많은 지자체가 본받기를 기대해 본다 .